사모펀드 경영참여 쉬워지는데… 기업들은 '경영권 방패' 없어 초비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국판 엘리엇' 나온다
사모펀드發 기업지배구조 개편 폭풍 부나
기업 포위하는 '주주 행동주의'
삼성·현대차 공격한 엘리엇처럼
PEF도 소수지분으로 경영권 위협
'한국판 엘리엇' 대거 등장 예고
대주주 vs 외국자본 경영권 분쟁에
국내 PEF도 제3세력으로 부상
"차등의결권·포이즌 필 등
경영권 방어장치 함께 도입해야"
사모펀드發 기업지배구조 개편 폭풍 부나
기업 포위하는 '주주 행동주의'
삼성·현대차 공격한 엘리엇처럼
PEF도 소수지분으로 경영권 위협
'한국판 엘리엇' 대거 등장 예고
대주주 vs 외국자본 경영권 분쟁에
국내 PEF도 제3세력으로 부상
"차등의결권·포이즌 필 등
경영권 방어장치 함께 도입해야"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사모펀드 개편 방안은 사모펀드의 기업 경영참여 규제를 대폭 푸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해 사모펀드가 소수 지분만으로 기업 지배구조나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주주행동주의가 엘리엇 등 외국계 펀드의 전유물로 여겨진 점을 감안하면 국내 자본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판 엘리엇’이 대거 등장할 것을 우려하는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차등의결권 등 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0%룰 폐지 ‘양날의 칼’
금융위가 27일 내놓은 ‘사모펀드 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주식 10% 미만 취득이 가능해지고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상품 투자도 허용된다. 출자금 50% 이상을 2년 내에 투자해야 하고 한 번 주식을 취득하면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는 지분 보유 의무도 모두 사라진다. PEF의 운용 규제를 사실상 없애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 중 ‘10%룰 전면 폐지’는 기업에 가장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조치로 꼽힌다. 경영권 간섭 여지가 지금보다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주로 10% 미만 소수 지분을 단순 투자해온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가 기존 PEF와 같이 기업 경영참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도 기업들에는 고민이 될 수 있다.
금융위는 헤지펀드가 10% 넘는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가능토록 규제를 완화해 더 많은 기업의 지분을 매입할 유인을 만들어 줬다.
사실상 헤지펀드와 PEF의 영역을 허물고 사모펀드가 적극적으로 기업 지분을 매입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이 같은 규제 완화로 국내 사모펀드가 해외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차별받고 있던 상황을 해소하고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활성화할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하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봇물 예상
기업들은 ‘토종 사모펀드발(發) 경영 개입’ 공포에 직면했다. 국내 경영참여형 PEF는 10% 지분 규정 탓에 대기업에 대한 경영참여가 불가능했다. 지금까지 경영참여형 PEF가 삼성전자(시가총액 301조원)에 투자하기 위해선 무조건 지분 10% 이상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30조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다. 이 족쇄가 풀리면 해외 헤지펀드에 더해 국내 사모펀드의 경영참여가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던 일부 해외 헤지펀드가 국내 기업을 공격할 경우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경영진과 해외 자본 간의 구도가 형성돼 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큰 변수가 되지 않았다. PEF는 ‘10%룰’ 때문에 대기업 지배구조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헤지펀드의 경우 소극적인 지분 투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지분 1.4%를 매입해 주주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면서 해외 펀드들과 결탁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주주총회를 무산시킨 사례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 사모펀드 개편안이 시행되면 PEF와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들이 소수 지분으로도 적극적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올해 본격화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과 맞물려 기관들의 경영개입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PEF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경영권 분쟁이 주로 기업과 해외 자본의 대결 구도였다면 앞으로는 국내 사모펀드가 ‘제3의 세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 후퇴할 수도”
이번 제도 개편이 오히려 자발적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막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부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간섭과 경영권 위협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투자가 목소리가 더욱 커진다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움츠러들 수 있다”고 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위해 ‘차등의결권 주식’ ‘포이즌 필’제도 등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차등의결권은 대주주 주식에 대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M&A가 발생하면 기존 주주가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장치다.
하수정/마지혜/유창재 기자 agatha77@hankyung.com
그동안 주주행동주의가 엘리엇 등 외국계 펀드의 전유물로 여겨진 점을 감안하면 국내 자본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판 엘리엇’이 대거 등장할 것을 우려하는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차등의결권 등 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0%룰 폐지 ‘양날의 칼’
금융위가 27일 내놓은 ‘사모펀드 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주식 10% 미만 취득이 가능해지고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상품 투자도 허용된다. 출자금 50% 이상을 2년 내에 투자해야 하고 한 번 주식을 취득하면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는 지분 보유 의무도 모두 사라진다. PEF의 운용 규제를 사실상 없애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 중 ‘10%룰 전면 폐지’는 기업에 가장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조치로 꼽힌다. 경영권 간섭 여지가 지금보다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주로 10% 미만 소수 지분을 단순 투자해온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가 기존 PEF와 같이 기업 경영참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도 기업들에는 고민이 될 수 있다.
금융위는 헤지펀드가 10% 넘는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가능토록 규제를 완화해 더 많은 기업의 지분을 매입할 유인을 만들어 줬다.
사실상 헤지펀드와 PEF의 영역을 허물고 사모펀드가 적극적으로 기업 지분을 매입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이 같은 규제 완화로 국내 사모펀드가 해외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차별받고 있던 상황을 해소하고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활성화할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하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봇물 예상
기업들은 ‘토종 사모펀드발(發) 경영 개입’ 공포에 직면했다. 국내 경영참여형 PEF는 10% 지분 규정 탓에 대기업에 대한 경영참여가 불가능했다. 지금까지 경영참여형 PEF가 삼성전자(시가총액 301조원)에 투자하기 위해선 무조건 지분 10% 이상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30조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다. 이 족쇄가 풀리면 해외 헤지펀드에 더해 국내 사모펀드의 경영참여가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던 일부 해외 헤지펀드가 국내 기업을 공격할 경우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경영진과 해외 자본 간의 구도가 형성돼 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큰 변수가 되지 않았다. PEF는 ‘10%룰’ 때문에 대기업 지배구조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헤지펀드의 경우 소극적인 지분 투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지분 1.4%를 매입해 주주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면서 해외 펀드들과 결탁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주주총회를 무산시킨 사례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 사모펀드 개편안이 시행되면 PEF와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들이 소수 지분으로도 적극적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올해 본격화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과 맞물려 기관들의 경영개입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PEF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경영권 분쟁이 주로 기업과 해외 자본의 대결 구도였다면 앞으로는 국내 사모펀드가 ‘제3의 세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 후퇴할 수도”
이번 제도 개편이 오히려 자발적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막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부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간섭과 경영권 위협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투자가 목소리가 더욱 커진다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움츠러들 수 있다”고 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위해 ‘차등의결권 주식’ ‘포이즌 필’제도 등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차등의결권은 대주주 주식에 대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M&A가 발생하면 기존 주주가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장치다.
하수정/마지혜/유창재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