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통' 키신저와도 면담…"미중관계 장기적으로 낙관적"
中왕이, 유엔총회 의장 만나 "다자주의 수호에 목소리 내야"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유엔총회 의장을 만나 유엔이 다자주의 수호에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력히 요청했다.

27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국무위원은 25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제73회 유엔총회 의장인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 에콰도르 외교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왕 국무위원은 "현재 국제질서와 국제시스템이 일방주의로 인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국제사회는 이번 유엔총회에서 다자주의와 유엔헌장, 국제관계 준칙 수호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요구는 유엔총회 일반토의 주제인 '모두에게 의미 있는 유엔 만들기'에도 부합한다"면서 "유엔은 에스피노사 의장의 지도 아래 이번 총회에서 반드시 회원국의 염원에 따라 세계적인 도전, 다자주의 수호와 관련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최대 개발도상국으로서 유엔의 새 천년 발전목표를 완성하는 데 큰 공헌을 해왔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2030 지속가능 개발 목표'에도 새로운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왕 국무위원은 또 "에스피노사 의장은 개발도상국을 대표해 유엔총회 의장에 선출된 만큼 개도국의 이익과 개도국 간 협력을 중시해 주기를 바란다"면서 "중국은 이에 대해 완전한 이해와 지지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에스피노사 의장은 "중국 정부의 유엔총회에 대한 소중한 지지에 감사하다"면서 "현재 정세에서 유엔이 어느 때보다 더 다자주의를 선양하고, 규칙에 기초한 국제체계를 수호해야 한다는 데 찬성한다"고 화답했다.

에스피노사 의장은 이어 "이번 유엔총회 기간 나를 비롯한 의장단은 중국과 긴밀한 소통을 할 것"이라며 "이번 총회의 중요 업무에 대한 중국의 지지에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왕 국무위원은 이날 미국 외교계의 거두이자 중국통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도 면담하고, 양국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왕 국무위원은 이 자리에서 "중미가 40년간의 외교를 통해 얻은 가장 중요한 경험은 양국이 협력하면 윈-윈(Win-win)하고, 대립하면 양국 모두 패배한다는 것"이라며 "중국은 장기적으로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 국무위원은 이어 "중미 양국은 경쟁할 수는 있지만, 냉전적 사고로 서로를 대해서는 안 된다"면서 "제로섬 게임에 빠지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미국 내 일부 세력이 걸핏하면 중국을 모함하고, 적대적인 감정을 조성해 중미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중미관계는 잘못된 길로 빠져들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왕 국무위원은 또 "이런 관계는 양국과 국제사회의 공동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중국과 마주 보고 가고, 중미관계 발전이 정상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보증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키신저 전 장관의 중미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키신저 전 장관이 특별한 영향력을 발휘해 양국관계 발전에 새로운 공헌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키신저 전 장관은 "나는 미중관계의 장기적인 발전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면서 "양국은 더 넓은 관점에서 양국관계를 바라보고, 여러 국제 및 지역 문제와 세계적인 도전에 협력 확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생각에는 미국 내 극히 소수만이 중국을 적대시하고, 이는 비주류의 관점"이라며 "미중 양국 간에는 이견이 존재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대립하는 것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력만이 미중 양국의 유일한 올바른 선택"이라며 "나는 이 목표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中왕이, 유엔총회 의장 만나 "다자주의 수호에 목소리 내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