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NM, 쇼박스, NEW, 롯데컬처웍스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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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배급사의 대형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투자배급사 대형은 CJ ENM, 롯데컬처웍스, 쇼박스, NEW 등 4개 대형 배급사와 메가박스, 리틀빅픽처스 등이 공존하는 형태였다. 여기에 폭스, 워너브라더스 등 해외 대형 투자배급사의 국내 영화 직접 투자가 이뤄지면서 시장의 변화가 시작됐고, 쟁쟁한 인재들을 영입한 신규 업체들이 합류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메리크리스마스, 에이스 메이커 무비웍스, 키위미디어그룹,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등은 자본력과 기획력을 앞세워 국내 영화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메리크리스마스는 중국 미디어그룹 화이브라더스와 손잡았다는 것보다 쇼박스를 10년간 이끈 유정훈 전 대표의 새로운 거취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곳이다. 이미 기존 투자 배급 방식으로 5편 정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해수, 서예지 주연의 '양자물리학', 박성웅, 진영이 출연하는 판타지 코미디 '내 안의 그놈' 등이 개봉이 가시화 된 작품.

화이브라더스의 투자로 기초 자본금 100억 원으로 시작해 공격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에이스 메이커 무비웍스는 정현주 전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이 화장품 브랜드 AHC를 1조원에 매각한 이상록 전 카버코리아 회장의 투자를 받아 설립했다. 안정적인 자본력으로 첫 작품도 일찌감치 결정됐다. 안재홍, 강소라, 전여빈 주연의 '해치지 않아'다. '이층의 악당' '달콤,살벌한 연인' 손재곤 감독의 작품으로 참신한 기획이 눈에 띈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의 지주 회사인 셀트리온 홀딩스의 자회사다. KBS 2TV '왕가네 식구들', JTBC '청춘시대', 'tvN '식샤를 합시다' 등 드라마를 제작했고, 오연서, 리지 등이 소속된 배우 매니지먼트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영화 '인천상륙작전'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까지 제작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자전차왕 엄복동'을 통해 배급까지 발을 넓힐 계획으로 알려졌다.

영화 '범죄도시', '기억의 밤' 등을 메가박스 플러스엠과 공동 배급했던 키위미디어그룹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여기에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덱스터스튜디오 역시 투자 배급 사업까지 역량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덱스터스튜디오는 이미 '신과 함께' 투자의 절반을 담당하며 기반을 닦았다.

여기에 네이버 웹툰, 카카오페이지 등 콘텐츠 플랫폼에서도 자사의 IP를 내세워 제작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 웹툰이 설립한 영화사 스튜디오N의 권미경 대표는 CJ ENM 영화사업부문 한국영화사업본부장을 역임했던 인물. 한국 영화계를 움직이던 큰 손이 스튜디오N에 영입된 만큼 제작에서 나아가 투자, 배급까지 확장되리란 관측이다.

이전에도 신규 투자배급사들은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변화는 인재와 자본을 동시에 갖춘 거인들이 동시에 나온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국내 영화관 뿐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에서 선보여질 영상물을 기획, 제작하는 등 다음 세대의 영화 산업을 내다보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차이다.

그럼에도 우려는 있다. 한국영화산업 매출은 수년간 2조 원대에서 정체된 만큼 업체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가 더 어려워질 거라는 것.

한 관계자는 "영화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분명하지만, 공급 과잉으로 질이 하락해 공멸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제작자는 "새로운 투자배급사가 등장해도 대형 자본, 대형 상업영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각각의 개성을 살린 작은 영화들의 설자리는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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