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우의 부루마블] 현실과 게임 혼동…범죄는 게임 탓?
'게임중독 30대 아버지 살해'
'현실과 게임 혼동'


한 달에 한 번 이상 나오는 사회면 기사 제목이다. 이번 추석 명절도 마찬가지. 지난 24일 전북 정읍에서는 아버지를 흉기로 찌르고 할머니를 밀쳐 넘어뜨린 30대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집에 있던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는데, 그는 양손에 흉기를 든 채 마당에 쓰러진 아버지 옆에 서 있었다.

그가 게임 중독이라는 사실은 경찰을 통해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게임 중독인 A씨가 아버지가 자신을 해칠 것 같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게임이 범죄의 원인일까.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살인자가 야구를 좋아하면 야구가, 농구를 좋아하면 농구가 살인의 원인인가", "사건의 시작은 말다툼인데 마치 게임 중독을 마약 중독인 것처럼 묘사했다", "게임에 모든 걸 뒤집어 씌우는 프레임은 없어져야 한다" 등이 대부분이다. "정신과 의사 소견 없이 경찰이 '게임 중독=살인자'라고 판단했다"는 지적도 있다.

게임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있어서는 안될 일' 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묻지마 범죄, 사이코패스, 아동 학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게임이 폭력성을 높인다' '게임 중독은 정신병' 등의 인식을 갖게됐다. 게임에 중독되면서 망상에 빠지고 이후 범죄를 저지른다는 편견이 생겨난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차 "게임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미화를 멈춰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게임과 폭력성의 상관관계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연구가 진행될 수록 게임의 장점이 확인될 뿐이다. 나쁜 습관이 개선되고 통증과 불안이 사라진다는 결과가 대표적이다.

게임업계는 게임을 평소 많이 즐겼다는 사실만으로 '게임 중독=범죄율 상승'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워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중견게임사 간부는 "자동차 사고의 원인은 운전자에 있다. 책임을 자동차에 전가해선 안된다"며 "범죄자를 탓해야 한다. 범죄자가 게임을 했다고 해서 게임에 잘못이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게임업계가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해결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폭력성이 강한 자극적인 콘텐츠 개발을 지양하는 등 자정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논쟁이 일어날 수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게임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라며 "게임의 긍정적인 면을 알릴 수 있는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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