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행 총무원장 체제 출범… 화합·개혁 '첩첩산중'
종단 안팎의 극심한 갈등과 혼란으로 위기에 처한 대한불교조계종에 28일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섰다.

조계종 사상 초유의 후보 집단사퇴로 단독 후보 체제로 진행된 제36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원행 스님이 당선됐다.

선거인단 318명 중 235명의 지지를 얻어 무난히 당선됐지만, 신임 총무원장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는 끝났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 보이며, 갈등 해소와 개혁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먼저 깊은 내부 갈등을 해소하고 종단 화합과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조계종 분란은 설정 전 총무원장 퇴진을 둘러싸고 극에 달했다.

종단 내부 각 계파와 세력이 얽혀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불교계 재야단체뿐만 아니라 외부 종교 및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설정 스님 퇴진과 종단 개혁을 요구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자승 전 총무원장 측으로 분류되는 기득권 세력과 야권의 갈등이 불거졌다.

사퇴한 후보들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선거운동 과정에서 두터운 종단 기득권세력들의 불합리한 상황들을 목도하면서 참으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선거 후에도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재야 세력과 제도권 주류의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불교개혁행동은 이날 조계사 앞에서 '총무원장 선거 원천무효', '자승 전 원장은 종단개입 중지하라'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설조 스님은 투표 결과에 대해 "교단을 장악하고 있는 적폐의 무리들은 또다시 이권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해 선량한 스님과 불자들의 염원을 짓밟고 제2의 아바타 원장 선출을 밀어붙이듯 강행했다"며 원로회의의 인준 거부를 촉구했다.

원행 스님이 자승 스님과 결탁한 '아바타 총무원장'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반대 세력의 의견도 수용하는 협치를 보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이 신도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신임 총무원장의 급선무다.

신도와 출가자 감소로 위축된 불교의 사회적 위상도 되살려야 한다.

조계종은 그동안 반복되는 이전투구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MBC 'PD수첩'이 설정 스님 등 종단 큰스님들과 관련된 비위 의혹을 방송하면서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중장기적으로는 종단 개혁도 이뤄야 한다.

조계종은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각종 비방과 의혹, 금권선거 논란 등으로 '진흙탕 선거'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번 선거는 기존 간선제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앞으로 선거제도 개선을 포함한 혁신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원행 스님은 승려복지 제도 확대, 교구중심제 완성, 비구니특별교구 설립 등의 공약도 이행해야 한다.

그 외 문화재관람료 문제 해결, 남북 불교 협력 사업 등도 당면한 과제다.

원행 스님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종정 예하와 원로스님들의 뜻을 잘 받들고 사부대중의 공의를 적극적으로 수렴해 직무를 해나가겠다"며 "안정과 화합, 위상제고를 위한 원력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중점 추진 과제로 승가복지, 종단화합, 사회적 책임을 제시하면서 공의를 모아서 선거제도 등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