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나 후년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볼 이유가 없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잭 리드 상원의원 주최로 열린 한 모임에서 ‘수익률 곡선 평탄화(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는 현상)가 경기 하강 신호가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정도로 미 경제가 튼튼하기 때문에 수익률 곡선이 좁혀지는 데 별다른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장단기 금리 간 차이를 보여주는 수익률 곡선은 지난달 0.2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보통 장기 금리는 단기 금리보다 높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1960년 이후로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는 수익률 곡선 역전현상이 9번 발생했다. 이 중 7번이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수익률 곡선 평탄화에도 침체를 생각할 이유가 없다면서 “수익률 곡선은 정책 결정자들이 고려하는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Fed의 분석 모델에 따르면 미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는 4.2%를 기록해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반기 성장률은 3.2%로 집계돼 올해 연간으로 3%를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8월 내구재 주문 역시 전달보다 4.5%나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나와 동료들은 기준금리의 정상으로 점진적 회귀가 현재의 강한 경제를 길게 지속시켜 미국인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Fed는 전날 기준금리를 연 2.00~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또 오는 12월 한 차례, 내년에도 세 차례 더 올릴 것임을 예고했다.

파월 Fed 의장 "미국 경제 2년내 침체 가능성 크지 않다"
그러나 Fed가 점도표에서 2021년 기준금리 인상 예상 횟수를 1회 줄이고, 성명서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한다’는 문구를 삭제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Fed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년 이후 서서히 금리인상 기조를 중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했다. 양적완화 기조 중단→일정기간 금리 인상→금리 인상 중단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밟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장단기 금리차를 나타내는 수익률 곡선은 더 좁혀졌다. 지난 25일 연 3.10%를 넘었던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틀 연속 하락해 이날 연 3.054%까지 떨어졌다. 반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2008년 후 최고 수준인 연 2.835%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10년물과 2년물의 수익률 차이는 지난 24일 26.5bp(1bp=0.01%포인트)에서 이날 21.9bp까지 축소됐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