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엔화 이례적 급락… 수출기업 '비상' 일본여행 '특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엔화가치 3개월 만에 최저
엔화 왜 떨어지나
트럼프, 對日 무역전쟁 '엄포'
아베 3연임 '통화 확장' 지속 전망
美 금리까지 오르자 "엔화 팔자"
희비 엇갈리는 한국
엔低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
수출전선 '먹구름' 짙어졌지만
부품 수입·여행업체에는 호재
엔화 왜 떨어지나
트럼프, 對日 무역전쟁 '엄포'
아베 3연임 '통화 확장' 지속 전망
美 금리까지 오르자 "엔화 팔자"
희비 엇갈리는 한국
엔低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
수출전선 '먹구름' 짙어졌지만
부품 수입·여행업체에는 호재
엔화 가치 급락세가 심상치 않다. 원·엔 환율은 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인 100엔당 977원53전까지 떨어지며(원화 강세-엔화 약세) 95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원·엔 환율은 지난 6월 100엔당 970원대를 보이다가 신흥국 금융불안이 불거진 7, 8월엔 1020원대까지 올랐다. 그만큼 엔화 가치도 상승해 ‘안전자산’의 위상을 과시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힘을 잃고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특히 최근 낙폭은 지난 1년 새 가장 크다. 지난 6거래일 동안에만 30원62전이 떨어졌다. 미·일 무역 갈등 가능성이 불거진 데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양국 간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자 투자자가 엔화를 내다 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흔들리는 ‘안전자산’ 위상
7월 중순 이후 보합세를 유지하던 엔·달러 환율은 9월7일을 전후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의 무역 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날이다. 미국이 중국 등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는 동안 비교적 안전지대로 꼽혔던 일본 외환시장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2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선 연임에 성공하고 26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엔화 가치는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아베 총리의 연임으로 일본이 저금리를 통한 확장적 통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행이 19일 기준금리를 연 -0.1%로 유지한 반면 Fed는 연 1.75~2.00%였던 기준금리를 연 2.00~2.25%로 상향 조정하면서 양국 간 금리차는 2.35%포인트로 벌어졌다. 노모토 나오히로 미쓰비시UFJ은행 외환시장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전후로 투자자들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매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최근 미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보합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엔화는 약세를 보여 원·엔 재정환율은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수출, 여행업체 등 희비
엔화 가치가 급락하자 국내 수출업체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산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에서 그만큼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수출 기업들은 고유가, 수출 둔화 등으로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엔저까지 겹치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면 한국 수출이 0.49% 감소하고, 특히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제품은 0.7~1%까지 줄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업체들은 “아직까지 영향이 크지 않지만 엔저가 장기화하면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본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자동차업계 등의 타격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부진한 상황인데 엔화 약세까지 더해지면 판매량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으로부터 부품 등을 들여오는 수입 업체들이나 여행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형진 모두투어 팀장은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저비용항공(LCC) 노선이 늘면서 일본 여행 수요는 지난해부터 평균 20%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문의가 크게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여행 수요는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화 약세 기조 장기화할 듯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엔화 가치 급락세는 조만간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일 간 협상이 시작되면서 무역 갈등 우려가 다소 누그러진 점도 엔화의 하락 속도를 줄일 전망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상황에 따라 100엔당 940원 선까지 밀릴 수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어느 정도 바닥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엔화 약세 기조는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팀장은 “일본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더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엔화 가치가 약세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경봉/이선우/고재연 기자 kgb@hankyung.com
◆흔들리는 ‘안전자산’ 위상
7월 중순 이후 보합세를 유지하던 엔·달러 환율은 9월7일을 전후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의 무역 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날이다. 미국이 중국 등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는 동안 비교적 안전지대로 꼽혔던 일본 외환시장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2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선 연임에 성공하고 26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엔화 가치는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아베 총리의 연임으로 일본이 저금리를 통한 확장적 통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행이 19일 기준금리를 연 -0.1%로 유지한 반면 Fed는 연 1.75~2.00%였던 기준금리를 연 2.00~2.25%로 상향 조정하면서 양국 간 금리차는 2.35%포인트로 벌어졌다. 노모토 나오히로 미쓰비시UFJ은행 외환시장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전후로 투자자들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매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최근 미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보합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엔화는 약세를 보여 원·엔 재정환율은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수출, 여행업체 등 희비
엔화 가치가 급락하자 국내 수출업체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산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에서 그만큼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수출 기업들은 고유가, 수출 둔화 등으로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엔저까지 겹치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면 한국 수출이 0.49% 감소하고, 특히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제품은 0.7~1%까지 줄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업체들은 “아직까지 영향이 크지 않지만 엔저가 장기화하면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본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자동차업계 등의 타격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부진한 상황인데 엔화 약세까지 더해지면 판매량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으로부터 부품 등을 들여오는 수입 업체들이나 여행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형진 모두투어 팀장은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저비용항공(LCC) 노선이 늘면서 일본 여행 수요는 지난해부터 평균 20%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문의가 크게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여행 수요는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화 약세 기조 장기화할 듯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엔화 가치 급락세는 조만간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일 간 협상이 시작되면서 무역 갈등 우려가 다소 누그러진 점도 엔화의 하락 속도를 줄일 전망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상황에 따라 100엔당 940원 선까지 밀릴 수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어느 정도 바닥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엔화 약세 기조는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팀장은 “일본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더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엔화 가치가 약세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경봉/이선우/고재연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