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째 '미세먼지 없는 청정하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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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운행 그대로, 화력발전 풀가동했는데…
6~8월 미세먼지 11%↓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력 커
중국·몽골 미세먼지 유입 차단
올해엔 폭염에 태풍까지 더해
먼지 농도 눈에 띄게 낮아져
정책적 효과 "글쎄요"
국내보다 외부 요인 큰데도
정부, 미세먼지 저감정책 강행
"국내 산업계에만 부담" 비판도
6~8월 미세먼지 11%↓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력 커
중국·몽골 미세먼지 유입 차단
올해엔 폭염에 태풍까지 더해
먼지 농도 눈에 띄게 낮아져
정책적 효과 "글쎄요"
국내보다 외부 요인 큰데도
정부, 미세먼지 저감정책 강행
"국내 산업계에만 부담" 비판도
미세먼지 없이 청명한 하늘이 넉 달째 이어지고 있다. 전력 수요가 많아 석탄화력발전소를 풀가동한 폭염기와 차량 운행이 많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적으로 낮았다. 석탄발전소와 경유차 등이 미세먼지 주요인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무색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올여름 북태평양 기단이 여느 때보다 강해 중국과 몽골 지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차단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태평양 기단이 미세먼지 차단
28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서울 지역 미세먼지(PM10) 농도는 지난 5월24일 이후 125일째 ‘보통’ 이하로 측정됐다. 미세먼지 농도는 △0~30㎍/㎥ ‘좋음’ △30~80㎍/㎥ ‘보통’ △80~150㎍/㎥ ‘나쁨’ △150㎍/㎥ 초과 ‘매우 나쁨’으로 구분된다. 이 기간엔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나쁨(35㎍/㎥ 초과)’이 세 번밖에 없었을 정도로 미세먼지가 적었다. 이날 현재까지 미세먼지 농도 ‘보통’ 이하 유지기간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평균 농도는 올해가 더 낮다.
정부는 봄철 미세먼지를 줄인다는 취지로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 5기 가동을 3월부터 일시 중단했지만 전력 수요가 많은 7월부터 재가동했다. 재가동 이후에도 미세먼지 농도는 줄곧 ‘보통’ 이하였다.
자동차 운행량이 많았던 추석 연휴 기간(22~26일) 역시 전국적으로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서울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30㎍/㎥ 이하를 나타냈다. 자동차 운행량이 최대이던 추석 당일(24일)과 이튿날에도 미세먼지 농도는 낮았고 ‘나쁨’을 나타낸 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계절적 요인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한 여름철과 초가을엔 미세먼지 농도가 낮다. 북태평양 기단 자체가 대기가 불안정하고 순환이 잘되는 특성을 지닌 데다 북태평양 기단이 버티고 있을 경우 중국 몽골 등의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들어오지 못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중국·몽골발(發) 미세먼지는 국내 전체 미세먼지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낮을 때는 비중이 30~50% 정도지만 농도가 높을 때는 60~80%까지 올라간다.
올해는 폭염과 태풍까지 더해져 미세먼지 농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지난 6~8월 전국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30.2㎍/㎥로, 작년 같은 기간(33.8㎍/㎥)보다 11%나 낮았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올여름 폭염기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력이 예년보다 컸다”며 “이로 인해 외부 대기 유입은 차단되고 내부에선 강한 일사로 공기가 혼합됐다”고 설명했다. 또 “태풍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깨끗한 공기가 해양에서 들어온 것도 예년보다 훨씬 더 청명한 느낌이 드는 날이 이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실효성 입증 안 된 저감정책 강행?
미세먼지가 정책적 요인보다 기상 여건,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 여부 등에 좌우되자 일각에선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노후 석탄발전소, 경유차 등 국내 미세먼지 발생 요인보다는 국외 요인이 큰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내 미세먼지 감축 대책만 무리하게 밀어붙여 산업계에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이다. 봄철(3~6월) 노후 석탄발전소 셧다운, 대기오염물질 다량배출사업장 배출허용기준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실효성이 드러나지 않은 미세먼지 대책들을 무작정 밀어붙이고 있다”며 “업계 손해만큼 정책적 효과를 얻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기상 여건이 미세먼지 저감에 영향을 미친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정책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신건일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은 “내년부터 석탄발전소, 시멘트업체 등 대기오염물질 다량배출사업장들의 배출허용기준이 강화되는 데 따라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최근 미세먼지 저감 현상의 기후·계절·정책적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환경과학원에 분석을 요청했다.
당분간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는 ‘보통’이나 ‘좋음’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늦가을부터는 다시 미세먼지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높은 고도의 공기가 아래쪽보다 더 따뜻해지는 ‘역전층 현상’이 발생하면서 대기 순환이 막히기 때문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28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서울 지역 미세먼지(PM10) 농도는 지난 5월24일 이후 125일째 ‘보통’ 이하로 측정됐다. 미세먼지 농도는 △0~30㎍/㎥ ‘좋음’ △30~80㎍/㎥ ‘보통’ △80~150㎍/㎥ ‘나쁨’ △150㎍/㎥ 초과 ‘매우 나쁨’으로 구분된다. 이 기간엔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나쁨(35㎍/㎥ 초과)’이 세 번밖에 없었을 정도로 미세먼지가 적었다. 이날 현재까지 미세먼지 농도 ‘보통’ 이하 유지기간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평균 농도는 올해가 더 낮다.
정부는 봄철 미세먼지를 줄인다는 취지로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 5기 가동을 3월부터 일시 중단했지만 전력 수요가 많은 7월부터 재가동했다. 재가동 이후에도 미세먼지 농도는 줄곧 ‘보통’ 이하였다.
자동차 운행량이 많았던 추석 연휴 기간(22~26일) 역시 전국적으로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서울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30㎍/㎥ 이하를 나타냈다. 자동차 운행량이 최대이던 추석 당일(24일)과 이튿날에도 미세먼지 농도는 낮았고 ‘나쁨’을 나타낸 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계절적 요인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한 여름철과 초가을엔 미세먼지 농도가 낮다. 북태평양 기단 자체가 대기가 불안정하고 순환이 잘되는 특성을 지닌 데다 북태평양 기단이 버티고 있을 경우 중국 몽골 등의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들어오지 못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중국·몽골발(發) 미세먼지는 국내 전체 미세먼지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낮을 때는 비중이 30~50% 정도지만 농도가 높을 때는 60~80%까지 올라간다.
올해는 폭염과 태풍까지 더해져 미세먼지 농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지난 6~8월 전국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30.2㎍/㎥로, 작년 같은 기간(33.8㎍/㎥)보다 11%나 낮았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올여름 폭염기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력이 예년보다 컸다”며 “이로 인해 외부 대기 유입은 차단되고 내부에선 강한 일사로 공기가 혼합됐다”고 설명했다. 또 “태풍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깨끗한 공기가 해양에서 들어온 것도 예년보다 훨씬 더 청명한 느낌이 드는 날이 이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실효성 입증 안 된 저감정책 강행?
미세먼지가 정책적 요인보다 기상 여건,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 여부 등에 좌우되자 일각에선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노후 석탄발전소, 경유차 등 국내 미세먼지 발생 요인보다는 국외 요인이 큰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내 미세먼지 감축 대책만 무리하게 밀어붙여 산업계에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이다. 봄철(3~6월) 노후 석탄발전소 셧다운, 대기오염물질 다량배출사업장 배출허용기준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실효성이 드러나지 않은 미세먼지 대책들을 무작정 밀어붙이고 있다”며 “업계 손해만큼 정책적 효과를 얻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기상 여건이 미세먼지 저감에 영향을 미친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정책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신건일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은 “내년부터 석탄발전소, 시멘트업체 등 대기오염물질 다량배출사업장들의 배출허용기준이 강화되는 데 따라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최근 미세먼지 저감 현상의 기후·계절·정책적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환경과학원에 분석을 요청했다.
당분간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는 ‘보통’이나 ‘좋음’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늦가을부터는 다시 미세먼지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높은 고도의 공기가 아래쪽보다 더 따뜻해지는 ‘역전층 현상’이 발생하면서 대기 순환이 막히기 때문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