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오후 2시 나란히 선고…MB 1심 '다스 실소유' 핵심 쟁점
신동빈 'K재단 뇌물' 인정 여부 관건…김기춘·조윤선 재구속 여부도 관심
이명박·김기춘·조윤선·신동빈… 같은 날 '심판의 법정' 선다
앞선 10년간 보수정권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의 주역들이 내달 5일 같은 시각 법의 심판대 위에 선다.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근혜 정부에서 보수단체 불법 지원을 기획·실행했다고 의심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의 운명이 한날한시에 결정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대법정에서 350억원대 다스 자금 횡령과 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을 연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를 사실상 지배하면서 349억원가량을 횡령하고, 직원의 횡령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31억원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는다.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약 68억원, 재임 기간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7억원 상당,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 등에게서 자리 대가로 36억여원 등 110억원대 뇌물을 챙긴 혐의도 있다.

여기에 퇴임 후 국가기록원에 넘겨야 할 청와대 생산 문건을 빼돌린 혐의까지 모두 16가지 공소사실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두고 "전례를 찾기 어려운 부패 사건"이라며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여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명박·김기춘·조윤선·신동빈… 같은 날 '심판의 법정' 선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검찰 주장을 인정해주느냐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형량이 달라지리라는 전망이 많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주인이기 때문에 경영진에게 지시해 비자금을 조성케 하고, 삼성그룹이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 소송 비용까지 뇌물로 제공했다는 것이 검찰이 구성한 공소사실의 주요 골격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측도 지난 23일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다스가 대통령 것이라는 직원들의 진술은 추측일 뿐"이라며 실소유주 의혹을 부인하는 논리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 전 대통령이 재판부의 판단 결과를 듣는 시간, 바로 아래층의 중법정에는 롯데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의 항소심 선고를 듣는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 취득을 청탁하는 대가로 최순실씨가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한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심 재판부는 신 회장이 총수 일가에 500억원대 '공짜 급여'를 지급하게 하는 등 횡령·배임을 저지른 경영비리 사건까지 통틀어 선고를 하게 된다.

신 회장은 경영비리 혐의로는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명박·김기춘·조윤선·신동빈… 같은 날 '심판의 법정' 선다
1심 선고 형량에서 보이듯, 신 회장의 운명을 가를 핵심은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되느냐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2심 재판부가 이 돈에 대해 뇌물이 맞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한 것은 신 회장의 입장에서 불리한 부분이다.

반면 신 회장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유죄라 해도 대통령의 지원 요구를 뇌물로 생각하지 못했던 피고인에게는 별도로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재판부가 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다면, 총수 공백 상황이 길어지면서 그룹의 경영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신 회장 측의 호소가 형량을 정하는 데 변수로 작용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신 회장의 선고가 진행되는 바로 옆 중법정에는 오후 2시부터 국정농단 사건의 '지류' 격인 보수단체 불법지원(화이트리스트) 사건의 선고공판이 열린다.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수석 외에도 박준우·현기환 전 정무수석, 현역 의원인 김재원 전 정무수석 등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법정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병철 부장판사)의 판단을 듣는다.
이명박·김기춘·조윤선·신동빈… 같은 날 '심판의 법정' 선다
이 가운데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수석의 운명에 특히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들은 이미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2심까지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최근 석방됐다.

8월 6일 석방된 김 전 실장과 이달 22일 석방된 조 전 수석은 이날 재판부의 판단 여하에 따라 다시 구속될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