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로렌스 프리드먼 "김정은, 민첩하고 뛰어난 지략가… 체제 취약성을 '자산'으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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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략 전문가 로렌스 프리드먼 英 런던 킹스칼리지 교수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주변국
핵 능력 발휘나 체제 붕괴보다
북한의 현상유지를 내심 원해
김정은도 히든카드는 많지 않아
트럼프는 직관적, 시진핑 계획적
싱가포르 리콴유, GM 이끈 슬론
국제무대 대표적 전략가로 통해
경영에 군사전략 접목은 의미 없어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주변국
핵 능력 발휘나 체제 붕괴보다
북한의 현상유지를 내심 원해
김정은도 히든카드는 많지 않아
트럼프는 직관적, 시진핑 계획적
싱가포르 리콴유, GM 이끈 슬론
국제무대 대표적 전략가로 통해
경영에 군사전략 접목은 의미 없어
“격식을 갖춘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변하는 환경에 맞춰 발상을 진화시켜 가는 것이 오늘날의 전략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국제전략 전문가 로렌스 프리드먼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전쟁연구학부 교수(70)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복잡한 지정학과 얽혀 있는 이해관계는 우리에게 새로운 전략과 행동을 요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말하는 ‘전략’의 범위는 정치와 외교, 국제관계, 군사는 물론 경영과 산업까지 포괄한다. 프리드먼 교수는 2014년 출간한 《전략의 역사》로 이름을 널리 알린 석학. 정치, 군사뿐 아니라 경영학과 문학, 뇌과학과 심리학까지 넘나들며 전략의 원형을 파고든 이 책을 탈고하는 데 장장 20년이 걸렸다.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프리드먼 교수는 “똑같은 유산을 갖고도 전혀 다른 정치체제를 이어온 두 나라가 공존하는 한반도에 평소 관심이 많았다”며 “극과 극의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 두 국가 모두 전략과 관련된 여러 문제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고 말했다.
▶올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했습니다.
“북한은 체제의 취약성을 거꾸로 ‘자산’으로 활용하는 독특한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은 북한이 이런 상태를 유지하도록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셈입니다. 올해 남북한,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를 낳았지만 이런 상황과 입장엔 변화가 없을 겁니다. 북한의 핵 능력이 발휘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북한의 붕괴 또한 원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것은 모두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봅니까.
“북한이 현 정권을 유지하면서 체제 안정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수준을 지금보다 높여야 합니다. 그런 인센티브가 주어질 것이란 기대로 핵무장의 태도를 바꿨고 유화적인 외교정책도 펴는 것이겠죠. 철저히 통제해온 일상에 변화를 줄 것인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떤 것들을 받아들일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략가’입니까.
“아직 평가하긴 이릅니다. 그가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한 것은 맞습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고 갈등을 키운 것 역시 그였다는 사실입니다. 김 위원장은 거침없고, 일면 잔인하기도 합니다. 올해 행보만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략적으로 다룬 것은 분명합니다. 다 준 것처럼 보이게 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미국이나 한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못 받아내면 어려워질 겁니다. 그는 민첩하고 기동력 있습니다. 하지만 불리한 입장에서 장기전으로 가려면 여러 가지 수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주요국 지도자들의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직관적입니다. 권력을 잡는 데 이런 능력을 100% 활용했죠. 하지만 국가 운영엔 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계획적입니다. 하지만 영원히 권력을 잡으려 합니다. 한 사람에게 의존한 시스템은 큰 위험을 내포합니다. ‘모든 정치적 경력은 결국 실패한다’고 한 영국 정치인이 말했습니다. 그것을 피하려면 언제 떠나야 하는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그걸 잘 못합니다. 독일 통합에 성공했지만 명망이 낮아지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렇습니다.”
▶현 지도자 중 가장 훌륭한 전략가는 누구입니까.
“좋은 전략은 불확실한 변수나 돌발적인 상황에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끔은 상황이 훌륭한 전략가를 만들기도 합니다. 윈스턴 처칠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요구한 상황에 잘 대응했기에 훌륭한 전략가로 남았습니다. 현시점에서는 그런 리더가 없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전략이 더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눈여겨보는 나라가 있습니까.
“중국은 엄청난 규모를 앞세워 단기간에 경제 대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중국식 권위주의와 자본주의가 합쳐진 모델이 이전에 없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모델인지는 물음표가 남아 있습니다. 내부에 잠재적 갈등 요소들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장기적 목표와 지향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략의 역사》에서 인도와 싱가포르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이면서 신속한 발전을 이뤘고 중국처럼 큰 경제 규모를 갖고 있습니다.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지만 중앙통제식인 중국과 달리 여러 주체가 서로 견제할 수 있습니다. 두 나라가 경쟁하는 양상은 당분간 계속될 겁니다. 싱가포르는 리콴유라는 단 한 명의 리더가 끌어온 나라라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곳입니다. 그는 발전 단계마다 목표를 갖고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파악하고 여러 옵션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1세대 리더십이 지속될지는 의문이지만 리콴유가 남긴 전략적 성과는 여전히 놀라운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군사, 정치보다 뒤늦게 전략 개념이 도입된 경영 분야에서는 앨프리드 슬론을 전략가로 높이 평가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성공적인 경영 전략의 원형으로 제너럴모터스(GM)를 꼽습니다. 슬론은 36년간 GM을 이끌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의 존 록펠러, 헨리 포드와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록펠러는 똑똑하지만 무자비했습니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독점으로 비난받았죠. 포드는 훌륭한 엔지니어였고 시장을 바라보는 안목이 탁월했습니다. 하지만 제조나 판매에서 한 가지 방식만 고집했어요. 슬론은 달랐습니다. 그의 천재성은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상상하는 데 있었죠. 움직이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했고, 높은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품질로 차별화했습니다.”
▶슬론의 전략이 오늘의 기업에도 통한다고 생각합니까.
“유효하다고 봅니다. 어떤 작업을 누구에게 맡길지, 집중할 것과 분산할 것들을 구분하고, 예산을 통제하고 과제를 수행해가는 방식 등입니다. 무엇보다 슬론은 특정 해결책을 제시한 게 아니라 접근법을 바꿔가면서 일을 추진했습니다. 어떤 경쟁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경영을 전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과 속임수, 계략과 동맹, 모반과 약점 공격 등 비슷한 요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전쟁에서는 경쟁자를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무자비하죠. 물론 기업 운영도 혹독하게 해야 하지만 목숨을 내놓는 전쟁과 같을 순 없습니다. 비유는 가능하지만 군사 전략을 경영에 접목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죠.”
▶3000여 년의 인류사를 전략으로 꿰뚫는 방대한 작업, 《전략의 역사》를 집필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습니까.
“1, 2권을 합쳐 1400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지만 이것도 많이 줄인 겁니다. 집필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음에도 연구는 재미있었습니다. 모든 학자가 그렇듯 어렴풋이 알고 있던 분야를 제대로 파고들면서 더 큰 자극이 되기도 했고요. 전략의 역사를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서 풀어낸 책이 이전에 없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었습니다.” ■로렌스 프리드먼은…
블레어 前 총리 자문관… '전략의 역사' 저자
로렌스 프리드먼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전쟁연구학부 교수는 국제전략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힌다. 영국에서 태어나 맨체스터대와 요크대,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과 사회학을 공부한 그는 세계적 싱크탱크인 영국 국제전략연구소와 왕립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뛰어난 지성과 식견을 인정받아 영국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됐고 대영제국 훈작사와 작위급 훈장도 받았다. 1997년에는 포클랜드 전쟁의 공식 역사기록관으로, 2009년에는 이라크 전쟁의 영국 공식조사단으로 일하기도 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외교정책 자문관을 지내기도 한 그는 2014년 《전략의 역사》를 펴내며 다시 한번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책은 인간이 문명을 가진 이후에 있었던 거의 모든 전략의 역사를 다룬다. 그는 또 다른 저서인 《적들의 선택》으로 2009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논픽션 작품에 주는 라이오넬 겔버상을 받았다.
■약력
△1948년 영국 출생
△맨체스터대 졸업
△요크대 석사
△옥스포드 너필드칼리지 박사
△영국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영국 아카데미 회원
△이라크 전쟁 영국 공식조사단
△영국 외교 정책 자문관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최근 한국을 찾은 국제전략 전문가 로렌스 프리드먼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전쟁연구학부 교수(70)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복잡한 지정학과 얽혀 있는 이해관계는 우리에게 새로운 전략과 행동을 요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말하는 ‘전략’의 범위는 정치와 외교, 국제관계, 군사는 물론 경영과 산업까지 포괄한다. 프리드먼 교수는 2014년 출간한 《전략의 역사》로 이름을 널리 알린 석학. 정치, 군사뿐 아니라 경영학과 문학, 뇌과학과 심리학까지 넘나들며 전략의 원형을 파고든 이 책을 탈고하는 데 장장 20년이 걸렸다.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프리드먼 교수는 “똑같은 유산을 갖고도 전혀 다른 정치체제를 이어온 두 나라가 공존하는 한반도에 평소 관심이 많았다”며 “극과 극의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 두 국가 모두 전략과 관련된 여러 문제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고 말했다.
▶올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했습니다.
“북한은 체제의 취약성을 거꾸로 ‘자산’으로 활용하는 독특한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은 북한이 이런 상태를 유지하도록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셈입니다. 올해 남북한,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를 낳았지만 이런 상황과 입장엔 변화가 없을 겁니다. 북한의 핵 능력이 발휘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북한의 붕괴 또한 원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것은 모두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봅니까.
“북한이 현 정권을 유지하면서 체제 안정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수준을 지금보다 높여야 합니다. 그런 인센티브가 주어질 것이란 기대로 핵무장의 태도를 바꿨고 유화적인 외교정책도 펴는 것이겠죠. 철저히 통제해온 일상에 변화를 줄 것인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떤 것들을 받아들일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략가’입니까.
“아직 평가하긴 이릅니다. 그가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한 것은 맞습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고 갈등을 키운 것 역시 그였다는 사실입니다. 김 위원장은 거침없고, 일면 잔인하기도 합니다. 올해 행보만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략적으로 다룬 것은 분명합니다. 다 준 것처럼 보이게 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미국이나 한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못 받아내면 어려워질 겁니다. 그는 민첩하고 기동력 있습니다. 하지만 불리한 입장에서 장기전으로 가려면 여러 가지 수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주요국 지도자들의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직관적입니다. 권력을 잡는 데 이런 능력을 100% 활용했죠. 하지만 국가 운영엔 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계획적입니다. 하지만 영원히 권력을 잡으려 합니다. 한 사람에게 의존한 시스템은 큰 위험을 내포합니다. ‘모든 정치적 경력은 결국 실패한다’고 한 영국 정치인이 말했습니다. 그것을 피하려면 언제 떠나야 하는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그걸 잘 못합니다. 독일 통합에 성공했지만 명망이 낮아지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렇습니다.”
▶현 지도자 중 가장 훌륭한 전략가는 누구입니까.
“좋은 전략은 불확실한 변수나 돌발적인 상황에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끔은 상황이 훌륭한 전략가를 만들기도 합니다. 윈스턴 처칠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요구한 상황에 잘 대응했기에 훌륭한 전략가로 남았습니다. 현시점에서는 그런 리더가 없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전략이 더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눈여겨보는 나라가 있습니까.
“중국은 엄청난 규모를 앞세워 단기간에 경제 대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중국식 권위주의와 자본주의가 합쳐진 모델이 이전에 없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모델인지는 물음표가 남아 있습니다. 내부에 잠재적 갈등 요소들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장기적 목표와 지향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략의 역사》에서 인도와 싱가포르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이면서 신속한 발전을 이뤘고 중국처럼 큰 경제 규모를 갖고 있습니다.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지만 중앙통제식인 중국과 달리 여러 주체가 서로 견제할 수 있습니다. 두 나라가 경쟁하는 양상은 당분간 계속될 겁니다. 싱가포르는 리콴유라는 단 한 명의 리더가 끌어온 나라라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곳입니다. 그는 발전 단계마다 목표를 갖고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파악하고 여러 옵션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1세대 리더십이 지속될지는 의문이지만 리콴유가 남긴 전략적 성과는 여전히 놀라운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군사, 정치보다 뒤늦게 전략 개념이 도입된 경영 분야에서는 앨프리드 슬론을 전략가로 높이 평가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성공적인 경영 전략의 원형으로 제너럴모터스(GM)를 꼽습니다. 슬론은 36년간 GM을 이끌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의 존 록펠러, 헨리 포드와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록펠러는 똑똑하지만 무자비했습니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독점으로 비난받았죠. 포드는 훌륭한 엔지니어였고 시장을 바라보는 안목이 탁월했습니다. 하지만 제조나 판매에서 한 가지 방식만 고집했어요. 슬론은 달랐습니다. 그의 천재성은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상상하는 데 있었죠. 움직이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했고, 높은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품질로 차별화했습니다.”
▶슬론의 전략이 오늘의 기업에도 통한다고 생각합니까.
“유효하다고 봅니다. 어떤 작업을 누구에게 맡길지, 집중할 것과 분산할 것들을 구분하고, 예산을 통제하고 과제를 수행해가는 방식 등입니다. 무엇보다 슬론은 특정 해결책을 제시한 게 아니라 접근법을 바꿔가면서 일을 추진했습니다. 어떤 경쟁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경영을 전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과 속임수, 계략과 동맹, 모반과 약점 공격 등 비슷한 요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전쟁에서는 경쟁자를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무자비하죠. 물론 기업 운영도 혹독하게 해야 하지만 목숨을 내놓는 전쟁과 같을 순 없습니다. 비유는 가능하지만 군사 전략을 경영에 접목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죠.”
▶3000여 년의 인류사를 전략으로 꿰뚫는 방대한 작업, 《전략의 역사》를 집필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습니까.
“1, 2권을 합쳐 1400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지만 이것도 많이 줄인 겁니다. 집필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음에도 연구는 재미있었습니다. 모든 학자가 그렇듯 어렴풋이 알고 있던 분야를 제대로 파고들면서 더 큰 자극이 되기도 했고요. 전략의 역사를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서 풀어낸 책이 이전에 없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었습니다.” ■로렌스 프리드먼은…
블레어 前 총리 자문관… '전략의 역사' 저자
로렌스 프리드먼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전쟁연구학부 교수는 국제전략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힌다. 영국에서 태어나 맨체스터대와 요크대,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과 사회학을 공부한 그는 세계적 싱크탱크인 영국 국제전략연구소와 왕립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뛰어난 지성과 식견을 인정받아 영국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됐고 대영제국 훈작사와 작위급 훈장도 받았다. 1997년에는 포클랜드 전쟁의 공식 역사기록관으로, 2009년에는 이라크 전쟁의 영국 공식조사단으로 일하기도 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외교정책 자문관을 지내기도 한 그는 2014년 《전략의 역사》를 펴내며 다시 한번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책은 인간이 문명을 가진 이후에 있었던 거의 모든 전략의 역사를 다룬다. 그는 또 다른 저서인 《적들의 선택》으로 2009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논픽션 작품에 주는 라이오넬 겔버상을 받았다.
■약력
△1948년 영국 출생
△맨체스터대 졸업
△요크대 석사
△옥스포드 너필드칼리지 박사
△영국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영국 아카데미 회원
△이라크 전쟁 영국 공식조사단
△영국 외교 정책 자문관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