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운 경영악화 속 '일감 몰아주기 규제'까지… SK, 선제적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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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해운업 철수
SK해운 1.5조에 팔린다
10년 해운 불황에 경영 악화
2017년 물적분할해 급한불 껐지만
과다 채무로 여전히 적자 '수렁'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포함돼
내부거래 줄어 실적 급락 우려
한앤컴퍼니의 역발상 투자
우량화주와 장기 용선계약 많아
차입금 줄이면 승산…거액 베팅
SK해운 1.5조에 팔린다
10년 해운 불황에 경영 악화
2017년 물적분할해 급한불 껐지만
과다 채무로 여전히 적자 '수렁'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포함돼
내부거래 줄어 실적 급락 우려
한앤컴퍼니의 역발상 투자
우량화주와 장기 용선계약 많아
차입금 줄이면 승산…거액 베팅
SK그룹이 SK해운 매각에 나선 것은 대규모 자금지원 부담을 해소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평가다. SK해운은 설립 후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승승장구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해운업 불황의 파고 속에서 경영 실적이 악화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SK해운이 새로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돼 실적이 더 나빠질 것이 우려되자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해운업 철수 앞둔 SK그룹
SK가 해운업에 발을 내디딘 건 1982년 유공해운(현 SK해운)을 설립하면서부터다. 1980년 인수한 대한석유공사(현 SK에너지)에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1986년 국내 해운사로는 처음으로 세 척의 초대형 유조선을 발주했고, 이후 석유제품선·가스선 등 다양한 선박을 운영하며 종합해운사의 면모를 갖췄다.
1997년 SK해운으로 사명을 바꾼 뒤 2000년대 초중반까지 해운업 호황을 거치며 꾸준히 성장했다. 매출 기준으로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에 이어 4위에 올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계에 불어닥친 불황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금융위기 이전 대규모 선단을 꾸리기 위해 빌린 선박금융이 발목을 잡았다. 해외 법인이 고가로 용선계약을 맺은 것도 부담이 됐다. 수익이 줄고 빚은 늘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됐고, 2017년 3월에는 부채총액이 자산총액보다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SK그룹은 2017년 4월 물적분할을 통해 SK해운을 우량회사(굿컴퍼니)와 부실회사(배드컴퍼니)로 나누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선박 10척을 팔고, 적자 장기용선 계약을 해지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우량한 화주와 맺은 장기 용선계약 자산을 승계한 굿컴퍼니(SK해운) 지분 42.78%를 유동화하고 영구채를 발행하는 등 4000억원이 넘는 신규 자금을 수혈했다.
하지만 한때 5조원이 넘었던 채무 부담에서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8040억원, 영업이익 477억원의 실적을 거뒀지만 금융비용 탓에 19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6월에는 나이스신용평가가 SK해운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떨어뜨리는 등 악재가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8월 총수 일가가 보유한 상장사의 지분 기준을 기존 30%에서 20% 이상으로 넓히고 이들 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내놨다.
SK해운 대주주는 SK(주)로, 지분 57.22%를 보유하고 있다. SK(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SK해운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내부 거래 비중을 줄여야 한다. SK해운은 지난해 매출 6971억원(개별 재무제표 기준) 가운데 34%인 2377억원이 내부 거래에서 나왔다.
◆위기에서 기회 찾는 한앤컴퍼니
한앤컴퍼니는 2014년 한진해운 벌크선 사업부를 인수한 뒤 4년 만에 해운업에 또 한번 1조5000억원의 거액을 투자한다. 경쟁 사모펀드(PEF)들이 해운업 투자를 기피하는 것과 달리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역발상 투자’에 나섰다.
한앤컴퍼니는 한진해운 벌크선사업부를 3000억원에 인수하며 해운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4년 7월에는 한진해운 벌크선사업부를 기반으로 에이치라인해운을 공식 출범시켰다. 2016년에는 에이치라인해운을 통해 현대상선 벌크선사업부를 사들이며 규모를 키웠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시장 점유율 40%의 국내 1위 벌크선 전용선사로 떠올랐다.
한앤컴퍼니는 우량 화주와 장기계약을 맺고 있는 선박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진해운으로부터 사온 36척의 선박과 현대상선의 12척 선박 모두 포스코 현대글로비스 한국가스공사 등 우량 기업과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해 에이치라인해운은 매출 7657억원, 영업이익 2370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각각 17%, 22% 늘었다. 한앤컴퍼니는 에이치라인해운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SK해운을 인수하면 에이치라인해운과의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구체적인 방향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PEF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해운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 시멘트 등 특정 분야 사업을 인수해 노하우를 축적한 뒤 더 큰 회사를 사들이는 투자 전략을 갖고 있다”며 “에이치라인해운의 경영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SK해운에 통 큰 베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SK해운이 새로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돼 실적이 더 나빠질 것이 우려되자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해운업 철수 앞둔 SK그룹
SK가 해운업에 발을 내디딘 건 1982년 유공해운(현 SK해운)을 설립하면서부터다. 1980년 인수한 대한석유공사(현 SK에너지)에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1986년 국내 해운사로는 처음으로 세 척의 초대형 유조선을 발주했고, 이후 석유제품선·가스선 등 다양한 선박을 운영하며 종합해운사의 면모를 갖췄다.
1997년 SK해운으로 사명을 바꾼 뒤 2000년대 초중반까지 해운업 호황을 거치며 꾸준히 성장했다. 매출 기준으로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에 이어 4위에 올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계에 불어닥친 불황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금융위기 이전 대규모 선단을 꾸리기 위해 빌린 선박금융이 발목을 잡았다. 해외 법인이 고가로 용선계약을 맺은 것도 부담이 됐다. 수익이 줄고 빚은 늘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됐고, 2017년 3월에는 부채총액이 자산총액보다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SK그룹은 2017년 4월 물적분할을 통해 SK해운을 우량회사(굿컴퍼니)와 부실회사(배드컴퍼니)로 나누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선박 10척을 팔고, 적자 장기용선 계약을 해지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우량한 화주와 맺은 장기 용선계약 자산을 승계한 굿컴퍼니(SK해운) 지분 42.78%를 유동화하고 영구채를 발행하는 등 4000억원이 넘는 신규 자금을 수혈했다.
하지만 한때 5조원이 넘었던 채무 부담에서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8040억원, 영업이익 477억원의 실적을 거뒀지만 금융비용 탓에 19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6월에는 나이스신용평가가 SK해운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떨어뜨리는 등 악재가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8월 총수 일가가 보유한 상장사의 지분 기준을 기존 30%에서 20% 이상으로 넓히고 이들 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내놨다.
SK해운 대주주는 SK(주)로, 지분 57.22%를 보유하고 있다. SK(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SK해운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내부 거래 비중을 줄여야 한다. SK해운은 지난해 매출 6971억원(개별 재무제표 기준) 가운데 34%인 2377억원이 내부 거래에서 나왔다.
◆위기에서 기회 찾는 한앤컴퍼니
한앤컴퍼니는 2014년 한진해운 벌크선 사업부를 인수한 뒤 4년 만에 해운업에 또 한번 1조5000억원의 거액을 투자한다. 경쟁 사모펀드(PEF)들이 해운업 투자를 기피하는 것과 달리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역발상 투자’에 나섰다.
한앤컴퍼니는 한진해운 벌크선사업부를 3000억원에 인수하며 해운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4년 7월에는 한진해운 벌크선사업부를 기반으로 에이치라인해운을 공식 출범시켰다. 2016년에는 에이치라인해운을 통해 현대상선 벌크선사업부를 사들이며 규모를 키웠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시장 점유율 40%의 국내 1위 벌크선 전용선사로 떠올랐다.
한앤컴퍼니는 우량 화주와 장기계약을 맺고 있는 선박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진해운으로부터 사온 36척의 선박과 현대상선의 12척 선박 모두 포스코 현대글로비스 한국가스공사 등 우량 기업과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해 에이치라인해운은 매출 7657억원, 영업이익 2370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각각 17%, 22% 늘었다. 한앤컴퍼니는 에이치라인해운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SK해운을 인수하면 에이치라인해운과의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구체적인 방향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PEF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해운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 시멘트 등 특정 분야 사업을 인수해 노하우를 축적한 뒤 더 큰 회사를 사들이는 투자 전략을 갖고 있다”며 “에이치라인해운의 경영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SK해운에 통 큰 베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