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정부실패의 부정적 영향이 장기화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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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의 '예술역' 발상 같이
시민·지역주민에 호의적인 정책도
정부실패가 발생할 수 있어
실생활 영향 주는 정책 失機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장기화되면 재앙 초래할 수도"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
시민·지역주민에 호의적인 정책도
정부실패가 발생할 수 있어
실생활 영향 주는 정책 失機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장기화되면 재앙 초래할 수도"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
지난해 우이신설 경전철이 생기고 나서 지인들과 우이동 등산모임에 가는 길이 즐거워졌다. 경전철이라 차량도, 역사도 아담하고 주말에만 가는지라 여유가 있어선지 동네 박물관을 선전하는 광고전광판을 보는 것도 정겨워서 좋았다. 하지만 상업광고가 전혀 없는 우이신설 경전철을 만들기 위해 35억원의 광고수익을 포기했다는 서울시장의 발표를 전해 들었다. 지난해 서울지하철 1~8호선 이용객 1인당 수송수입이 원가보다 499원이나 낮아 적자 경영이라던 서울교통공사가 시청역·성수역·경복궁역·안국역 등 10곳에서 시작해 2022년까지 40곳에 상업광고를 없애겠다는 계획을 이미 들은 뒤였다.
이윤 추구의 수단에 원치 않게 노출됐던 지하철 이용객 입장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겠다. 그러나 안 보면 그만이고 광고가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상황도 아닌데 수익 손실에 대한 특별한 대안도 없이 모든 광고 퇴출을 운운하는 건 과하다 싶었다. 나아가 앞으로 모든 서울 지하철역의 광고를 끊고, 공공 공간을 미술관으로 바꾸는 논의를 하겠다는 서울시장의 지난달 발표까지 접하니 진짜 걱정이 됐다. 연간 440억원에 달한다는 광고수익을 대신할 대비책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만년 적자인 경영문제를 방치하며 일을 벌이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예술역’이 광고보다 더 많은 시민의 효용을 가져올지 논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서울시장의 예술역 발상을 국민이 곧이곧대로 믿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서울시장이라는 정치인에게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정부 신뢰도 32위라고 할 정도로 바닥인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이기도 하다.
물론 정치인과 정부에 대한 불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관찰돼 온 현상이다. 이상국가론에서처럼 국가가 국민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규칙을 제정하고 집행하며 사회복지를 극대화하고, 공공재와 가치재를 생산하고 자애롭고 객관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며, 자유와 정의를 포함하는 기본 인권의 수호자 역할을 한다는 가정도 금이 간 지 오래됐다. 여기에는 사회학적으로 현대사회에 나타난 몰가치적 현상과 개인주의적 성향이 확산된 탓도 있지만 정부의 비리를 들춰내 국민의 주목을 받으려는 언론의 선정주의적 경쟁도 한몫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대중매체의 혁신적 보급이 일반 대중의 일탈적 행위를 조장하고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판 냉소주의의 불신을 유발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정부의 경제정책 실기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당장 전(前) 정부의 정책 실기의 결과인지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때문인지를 증명하기에 앞서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일자리 상황은 악화일로이고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상대적 소득은 줄고 부채는 늘었다. 빈부 격차가 10년 만에 최악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9%나 되는 국가에서 공장가동률이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71%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제조업 관련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온갖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기록적으로 폭등했는데도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는 등 변명 일색이다.
대부분의 재정학이론은 정부를 외부 효과를 치유하고 공공재와 사회보험을 형평성 있게 공급하며 효율적인 조세제도를 개발하는 등 적재적소에 필요한 정책을 수행하는 자비로운 행위자로 가정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부는 가장 복잡하고 답이 없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관료라는 개인의 집합체에 불과하다는 가정도 존재한다. 심지어 관료의 주된 관심은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조직의 크기를 극대화하는 것이고, 이렇게 해서 비대화된 정부가 국민을 지배한다고 가정하는 이론도 있다. 나아가 관료들과 정부를 하나의 통합된 독점적 지배자로 봐서 정부를 전설상의 괴물에 빗대어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분명한 것 중 하나는 예술역과 같이 시민이나 지역 주민에 대한 호의적인 정책도 정부 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실책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들이 장기화할 때 잠재적 재앙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실증연구를 보니 다음 우이동 산행길이 이래저래 편치 않을 듯싶다.
이윤 추구의 수단에 원치 않게 노출됐던 지하철 이용객 입장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겠다. 그러나 안 보면 그만이고 광고가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상황도 아닌데 수익 손실에 대한 특별한 대안도 없이 모든 광고 퇴출을 운운하는 건 과하다 싶었다. 나아가 앞으로 모든 서울 지하철역의 광고를 끊고, 공공 공간을 미술관으로 바꾸는 논의를 하겠다는 서울시장의 지난달 발표까지 접하니 진짜 걱정이 됐다. 연간 440억원에 달한다는 광고수익을 대신할 대비책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만년 적자인 경영문제를 방치하며 일을 벌이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예술역’이 광고보다 더 많은 시민의 효용을 가져올지 논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서울시장의 예술역 발상을 국민이 곧이곧대로 믿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서울시장이라는 정치인에게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정부 신뢰도 32위라고 할 정도로 바닥인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이기도 하다.
물론 정치인과 정부에 대한 불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관찰돼 온 현상이다. 이상국가론에서처럼 국가가 국민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규칙을 제정하고 집행하며 사회복지를 극대화하고, 공공재와 가치재를 생산하고 자애롭고 객관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며, 자유와 정의를 포함하는 기본 인권의 수호자 역할을 한다는 가정도 금이 간 지 오래됐다. 여기에는 사회학적으로 현대사회에 나타난 몰가치적 현상과 개인주의적 성향이 확산된 탓도 있지만 정부의 비리를 들춰내 국민의 주목을 받으려는 언론의 선정주의적 경쟁도 한몫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대중매체의 혁신적 보급이 일반 대중의 일탈적 행위를 조장하고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판 냉소주의의 불신을 유발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정부의 경제정책 실기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당장 전(前) 정부의 정책 실기의 결과인지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때문인지를 증명하기에 앞서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일자리 상황은 악화일로이고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상대적 소득은 줄고 부채는 늘었다. 빈부 격차가 10년 만에 최악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9%나 되는 국가에서 공장가동률이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71%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제조업 관련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온갖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기록적으로 폭등했는데도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는 등 변명 일색이다.
대부분의 재정학이론은 정부를 외부 효과를 치유하고 공공재와 사회보험을 형평성 있게 공급하며 효율적인 조세제도를 개발하는 등 적재적소에 필요한 정책을 수행하는 자비로운 행위자로 가정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부는 가장 복잡하고 답이 없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관료라는 개인의 집합체에 불과하다는 가정도 존재한다. 심지어 관료의 주된 관심은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조직의 크기를 극대화하는 것이고, 이렇게 해서 비대화된 정부가 국민을 지배한다고 가정하는 이론도 있다. 나아가 관료들과 정부를 하나의 통합된 독점적 지배자로 봐서 정부를 전설상의 괴물에 빗대어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분명한 것 중 하나는 예술역과 같이 시민이나 지역 주민에 대한 호의적인 정책도 정부 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실책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들이 장기화할 때 잠재적 재앙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실증연구를 보니 다음 우이동 산행길이 이래저래 편치 않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