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인가 행정자료 무단 유출 논란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심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는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집행’ 의혹에도 반성할 줄 모르고 ‘작은 위반이 뭐가 문제냐’고 강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는 사우나 등지에서 쓸 수 없는 업무추진비를 경호처 요원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지출했다고 반박하고 있다”며 “목적이 타당하면 정부의 예산 집행 지침은 무시해도 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심 의원은 국회 부의장 시절과 19대 국회 ‘민간인불법사찰 국정조사특별위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았다는 여당 지적에 “특위 위원장으로 있을 때 받은 9000만원은 모두 반납했고, 부의장 특활비 명목으로 수령한 돈은 여당 의원이 제시한 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반박했다. 전날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적·도덕적 검증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을 때 호소력이 있다. (심 의원이) 국조특위 위원장으로 있을 때 단 두 번 회의를 열고 활동비 9000만원을 받아가신 몰염치는요”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심 의원 사태로 촉발된 여야 간 갈등이 1일 재개되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은 2일 열리는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당초 질문자로 예정됐던 최교일 의원을 빼고 심 의원을 투입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파상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심 의원은 이날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집행과 관련해 앞으로 더 공개할 내역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좀 기다려보자”며 추가 폭로 가능성을 암시했다.

심 의원이 속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도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영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심 의원이 자신을 고발한 피감기관을 상대로 국감 질의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심 의원이 기재위원 직을 사퇴하지 않으면 기재위를 뺀 나머지 상임위원회의 국감만 진행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다. 한국당은 기재위 국감 일정을 미뤄서라도 ‘심재철 사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심 의원도 이날 “잘못한 거 하나 없는데 기재위원 직을 왜 사임해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