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북한 외무상 "美 상응조치 없인 일방적 核포기 없다"… 유엔서 기존입장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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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이달 방북 앞두고 美에 강공 예고
이용호 '美의 신뢰' 18번 강조
작년과 달리 트럼프 비난 않고
대미 압박 수위는 높여
비핵화 협상서 신경전 치열할 듯
"南이 비핵화 협상 당사자였다면
교착 상태 없었을 것" 한국엔 호평
이용호 '美의 신뢰' 18번 강조
작년과 달리 트럼프 비난 않고
대미 압박 수위는 높여
비핵화 협상서 신경전 치열할 듯
"南이 비핵화 협상 당사자였다면
교착 상태 없었을 것" 한국엔 호평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용호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 공화국의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만 실현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 기조에 반대하며, 종전선언 등의 상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국제 무대에서 공식화했다고 분석했다.
이용호는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라며 “(핵·미사일) 시험이 중지된 지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결의들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용호의 연설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10월 방북을 앞두고 미국과의 협상에 저자세로 나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용호가 유엔 연설에서 제시한 요구조건은 세 가지다.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는 없을 것이고, 미국의 상응 조치와 신뢰 조성이 우선돼야 하며, 유엔이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15분여간 이어진 연설에서 미국의 신뢰 조치와 관련한 표현만 18번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은 전혀 없었다. 이름도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투전꾼’ ‘과대망상’ ‘악(惡)통령’ ‘정신이상자’ 등 폭언을 퍼부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평양 남북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북 간 협상 돌파구가 마련되고, 이용호가 유엔 무대에서 국가원수급 대접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다소 예상 밖으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이용호는 “만일 비핵화 문제의 당사자가 미국이 아니라 남조선(한국)이었더라면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도 지금과 같은 교착 상태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면서 협상 파기 국면에서 미국에 모든 책임을 돌리려는 논리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대신 미국 내 대북 강경파를 집중 공격한 점도 미·북 간 ‘톱 다운’ 방식의 협상을 이어가겠단 취지로 해석된다. 이용호는 “미국의 정치적 반대파들은 순수 정적을 공격하려는 구실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무례한 일방적 요구를 들고 나갈 것을 (트럼프) 행정부에 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한 건 경제건설 노선을 추진하려면 유엔을 설득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용호는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상태에 그같이 우려를 표명하기 좋아하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올해 조선반도에 도래한 귀중한 평화 기류를 아직까지 외면하고 있는 것은 결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자신들이 얻고자 하는 사항만 나열했다”는 비판과 “북한이 나름대로의 논리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설득했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대북제재 완화 또는 부분 해제, 비핵화에 앞선 미국의 조치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북한의 희망사항이 전혀 변하지 않았음이 그대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이용호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 공화국의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만 실현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 기조에 반대하며, 종전선언 등의 상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국제 무대에서 공식화했다고 분석했다.
이용호는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라며 “(핵·미사일) 시험이 중지된 지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결의들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용호의 연설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10월 방북을 앞두고 미국과의 협상에 저자세로 나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용호가 유엔 연설에서 제시한 요구조건은 세 가지다.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는 없을 것이고, 미국의 상응 조치와 신뢰 조성이 우선돼야 하며, 유엔이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15분여간 이어진 연설에서 미국의 신뢰 조치와 관련한 표현만 18번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은 전혀 없었다. 이름도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투전꾼’ ‘과대망상’ ‘악(惡)통령’ ‘정신이상자’ 등 폭언을 퍼부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평양 남북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북 간 협상 돌파구가 마련되고, 이용호가 유엔 무대에서 국가원수급 대접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다소 예상 밖으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이용호는 “만일 비핵화 문제의 당사자가 미국이 아니라 남조선(한국)이었더라면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도 지금과 같은 교착 상태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면서 협상 파기 국면에서 미국에 모든 책임을 돌리려는 논리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대신 미국 내 대북 강경파를 집중 공격한 점도 미·북 간 ‘톱 다운’ 방식의 협상을 이어가겠단 취지로 해석된다. 이용호는 “미국의 정치적 반대파들은 순수 정적을 공격하려는 구실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무례한 일방적 요구를 들고 나갈 것을 (트럼프) 행정부에 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한 건 경제건설 노선을 추진하려면 유엔을 설득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용호는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상태에 그같이 우려를 표명하기 좋아하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올해 조선반도에 도래한 귀중한 평화 기류를 아직까지 외면하고 있는 것은 결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자신들이 얻고자 하는 사항만 나열했다”는 비판과 “북한이 나름대로의 논리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설득했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대북제재 완화 또는 부분 해제, 비핵화에 앞선 미국의 조치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북한의 희망사항이 전혀 변하지 않았음이 그대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