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면 중국 따라잡지 않겠냐" 물으니 "10년이면 된다"
식사도 안 하고 자리 뜬 김여정…"발 동동 구르며 일정 총괄"
박원순 '평양수첩' 공개… 리선권 "옥탑방서 땀좀 흘렸습니까"
"옥탑방에서 땀 좀 흘리셨습니까?"
남북 간 '공식 채널'의 북측 대표인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 만찬 때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건넨 인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 방문 때) 태극기 부대가 반대하는 것 조금 있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라는 반응을 보였듯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남측 주요 뉴스와 이슈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다.

지난달 18∼20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박원순 시장이 2박 3일간의 '평양 수첩'을 공개했다.

유럽순방 중인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평양 방문 관련 질문이 나오자 당시 들고 다니며 메모한 수첩을 펼쳐보며 북한의 변화상을 전했다.

박 시장의 답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북한은 훨씬 더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2002년 KBS 남북교향악단 합동 연주회 때 참관단 자격으로 처음 방북했다가 16년 만에 다시 평양을 찾았다.

박 시장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첫날 만찬 때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리선권 위원장이 3선을 축하한다고 말하고는 '옥탑방에서 땀 좀 흘렸죠?'라고 하더라"며 "북한 인사들이 (남측 이슈를) 다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고려호텔에 도착해 TV를 켜니 KBS, MBC, SBS, YTN 등이 다 나왔다"고 했다.

또 "(예술·체육 분야 청소년 인재양성 기관인) 만경대 학생소년궁전과 교원대학에 갔더니 인공지능(AI)으로 교육하고 있었다"며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영어로 '이름이 뭐냐' 등 몇 가지 질문을 하니 아이들이 대답을 잘했다"고 전했다.
박원순 '평양수첩' 공개… 리선권 "옥탑방서 땀좀 흘렸습니까"
박 시장은 "AI 등 4차 산업혁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 북한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북한의 한 고위급 인사에게 "평화체제를 잘 만들면 20년 정도면 경제적으로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 인사는 "박 시장님, 그거 아닙니다.

우리는 10년이면 됩니다"고 반박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박 시장은 "북한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해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포기를 하지 못하고) 국제적 고립과 제재를 계속해서 받으면 오히려 생존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원순 '평양수첩' 공개… 리선권 "옥탑방서 땀좀 흘렸습니까"
'실무형 참모'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활약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남북정상회담 둘째 날) 옥류관 오찬 때 김여정 부부장이 옆자리에 앉았는데, 밥도 나오기 전에 자리를 떴다"며 "화장실에 가려고 잠시 일어난 줄 알았는데, 돌아오지 않고 그다음 일정을 지휘하더라"고 말했다.

또 백두산 방문 때 삼지연 공항에서는 먼저 도착해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런저런 지시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박 시장은 "만찬장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인사할 때 서울-평양 회담을 주선해 달라고 이야기하고, 2032년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유치위원회를 꾸리면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올림픽 유치를 돕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올림픽을 한 번 치르면 도시와 국가의 운명이 바뀌는 것 같다.

한 차례 도약하는 계기가 된다"며 "이번에는 (88올림픽 때처럼) 도시기반시설을 새롭게 하기보다는 문화적인 품격을 한 차원 바꾸는 게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번 방북 때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장, 김능오 평양시당위원장을 만났다.

향후 서울-평양 교류의 기반이 될 수 있는 만남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있어 지방정부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9·19 평양공동선언에 포함된 산림 분야 협력이 남북 시도지사회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박 시장은 남북 두 정상의 카퍼레이드 때 우리측 주영훈 경호처장이 운전석 옆좌석에 앉은 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는 "유사시에 우리 경호처장이 누구를 보호하겠느냐"며 "신뢰가 없다면 남측 경호처장을 운전석 옆에 앉힐 수 없는데, 이는 어마어마한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