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창업가들이 4차 산업혁명 주역… 일자리 창출 주도할 것"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전 스웨덴 총리(사진)는 유럽에서 ‘우파의 혁명가’로 불리는 정치인이다. 우파정당인 보수당 출신인 그는 2006년 만 41세의 나이에 총리가 됐다. 이후 2014년까지 8년간 재직하면서 ‘보편적 복지’의 대명사나 다름없던 스웨덴 복지모델 개혁을 주도했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공적연금을 개혁하고, 법인세와 소득세를 잇따라 인하해 기업 유치에 앞장섰다. 덕분에 스웨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국가부채가 감소하는 등 탄탄한 정부 재정을 유지하면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다음달 6~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8’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레인펠트 전 총리는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창업가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열린 총선에서 집권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과반수 득표에 실패했습니다. 극우정당인 민주당은 사상 처음으로 보수당에 이어 제3당에 올랐는데요.

“스웨덴의 이번 선거 결과는 다른 유럽 국가와 비슷합니다. 유권자들은 세계화와 이민자 증가 등 각종 경제상황 변화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도 우리가 직면하는 새로운 상황이죠. 스웨덴 경제와 복지를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해 잘못된 해석을 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스웨덴 복지모델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공공의료와 보육서비스, 교육 분야 등의 양질의 복지는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기업을 지원하는 데도 매우 중요합니다. 스웨덴은 지금까지 높은 취업률을 유지하면서 성장과 복지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금수령 시점도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는데요. 다만 문제는 실업자에게 지급되는 실업급여와 같은 시스템에서 때때로 리스크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스웨덴 사례를 보면 실업급여에 의존하던 국민이 대부분 저소득 일자리를 갖게 되면서 저소득층으로 전락했습니다. 이로 인해 사회 내 저소득층이 더욱 복지에 의존하는 ‘빈곤의 악순환’을 낳게 됐습니다.”

▶한국에선 최저임금 인상 관련 논쟁이 치열합니다.

“한 국가의 최저임금 책정은 경제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웨덴은 임금 문제에 대해선 저소득층의 임금 책정조차 단체교섭을 통한 모든 사회 구성원과의 합의 아래 정하게 돼 있죠. 이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스웨덴은 직장이 있는 국민의 구매력을 향상시킬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직업 안정성과 노동시장 유연성의 조화가 가능할까요.

“모든 사회는 반드시 합의가 필요합니다.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점점 더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직업 재교육 및 훈련을 위해 대규모 펀드를 조성한 스웨덴 방식을 제안하고 싶네요. 노동시장에서 일자리 이동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까요.

“일자리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합니다. 직업 재교육을 통해 일자리 이동을 장려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창업가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입니다. 이들이 바로 미래의 일자리 창출을 주도할 것입니다.”

▶공공분야 일자리 창출은 어떻습니까.

“공공분야 일자리는 요식행위보다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회사 및 기관에 지원금을 제공하기보다는 구성원 개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기존의 공고화된 사업 구조가 고착화되는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습니다.”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학생들에게 무작정 암기하도록 하는 오랜 방식은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정보에 대한 빠른 접속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더욱 비판적인 시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컴퓨터공학 등 각종 기술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입니다. 또 학생들에게 ‘사람을 다룰 수 있는’ 인사관리 능력을 가르쳐야 합니다.”

▶한국은 아직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이 활발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남녀가 함께 일하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죠. 더욱이 보육서비스 이용 비용이 낮아야만 합니다. 학교에서는 이미 여학생이 실력에서 남학생을 능가하고 있는데요. 채용 시 지금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내세운다면 고위직에 여성이 더 많이 임명돼야 할 것입니다.”

■레인펠트 前 총리는

△1965년 출생
△1990년 스톡홀름대 경영학 학사
△1986~1987년 스웨덴 SEB은행
△1988년 보수당 입당
△1991년 국회의원 당선
△2001~2002년 의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2003년~ 보수당 대표
△2006~2014년 총리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