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알바' 권하는 사회
N군은 요즘 ‘노가다’를 뛰고 있다고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는 인천항의 작지만 안정된 첫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했다. 그런데 1년 만에 관뒀다. 재충전 후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할 요량이었는데 기회는 오지 않았다. 건설 일용직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하루에 13만원씩 벌 수 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늘 악몽을 꾼다.

기업은 다음의 이유로 ‘N군들’을 뽑으려 하지 않는다. 첫째, 비정규직보호법이다.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공공기업조차 이를 무력화하는 편법을 쓴다. 정규직으로 가는 징검다리인 계약직을 아예 뽑지 않거나 계약기간을 23개월로 한다. 파견, 용역업체를 이용한다.

둘째, 정규직에 대한 기업의 부담이다. 갈수록 사회보장제도, 근로시간 단축, 구조조정 제한요건이 더해진다. 정규직은 비정규직 급여의 평균 두 배를 받고 노조가입률도 10배다. 52시간제 때문에 사람을 더 써야 하는데도, 기존 사람에게 일을 더 시키거나 생산시간을 줄인다.

셋째, 경기가 불투명하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후퇴와 미·중 무역전쟁이 우려된다. 기업은 경기가 좋더라도 대거 채용하지 않고 경기가 나쁘면 바로 인건비를 줄이려 한다. 일거리 감소에 맞춰 정규직을 줄이기는 힘들다.

‘N군들’은 아래와 같은 까닭으로 취업에 열심이지 않다. 첫째, 최저임금 인상이다. 주휴수당까지 포함한 최저시급은 현재 9036원, 3개월 후엔 1만20원이다. 편의점에서 주5일 주야를 섞어서 6∼7시간 일하면 월 140만원 정도의 수입은 된다. 원하면 다른 부업도 한다. ‘워라밸’주의자는 이 상황에 적응한다.

둘째, 눈높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했다. 그런 그가 중소기업에서 겪은 일은 기대치를 벗어났다. 뙤약볕 속의 야외근무, 허다한 술자리, 시도 때도 없는 추가 근무에 지쳤다고 한다. 조건 좋은 대기업에 가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다.

셋째, 낙인효과에 의한 체념이다. 청년시기에 취업에 실패하면 패배자로 낙인찍히며 이후 불이익을 받는다. 그래서 계속되는 불합격에 대한 부담으로 취업 의지가 부족하다.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이 된다.

정부는 일자리 문제를 신속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52시간제를 통해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일자리의 양이나 질이나 모두 하향추세다. 올 상반기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46만 개, 제조업에서 26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비중이 커지고 그중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11년이나 된 비정규직보호법의 실패에서도 배우지 못했나? 10명 중 4명이나 되는 비정규직을 오히려 어렵게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2013~2015년)에 의하면 비정규직보호법은 구직자의 취업확률을 5.9% 하락시키고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취업확률은 8.5% 하락시켰다.

이런 실패들을 ‘선한 정책의 역설’ 정도로 치부해야 할까. 아니다. 정책소비자의 반응행태에 대한 예측 실패다. 왜 영국 정부는 내각 산하의 ‘행동분석팀’을 만들었을까.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실제로 세금납부율을 올리는 등 성과를 거뒀다. 무려 136개 국가가 행태(행동)경제학을 활용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자, 이제 N군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흔히 알려진 ABC처방이 있다. A: N군을 숙련된 일꾼이 되도록 공공 직업교육을 한다. B: 일자리의 88%인 중소기업의 근무환경을 계도하고 지원한다. C: 대기업 고용의 유연성을 제고해 채용의 문을 넓힌다.

하지만 상책이 있다. 일거리를 늘리는 것이다. 배의 노를 더 빨리 젓는 것보다 튼튼한 엔진을 다는 식이다. 일거리가 넘치면 일자리도 넘친다. 완전고용 상태가 되고 사람들을 더 필요로 하게 되면 일자리의 질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업이 투자해 일거리를 늘릴 수 있도록 동인(動因)을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