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사진=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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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사랑스러운 한지민은 없었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미쓰백' 속 백상아는 한지민이 "제가 2년 전만 해도 무서워서 못한다고 했을 것"이라고 고백할 정도로 지금까지 연기해왔던 캐릭터와 달랐다. 하지만 한지민은 거칠고 험난한 삶을 살다가 지켜주고 싶은 아이를 만나 변화하는 백상아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여기에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주제까지 관객들에게 설득력있게 전달하며 연기력을 입증했다.

'미쓰백' 시사회를 마친 후 한지민을 만났다. 주변의 칭찬에도 "아직 관객들의 평가가 남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던 한지민은 주름과 몸싸움, 흡연과 음주 등 여배우로서 내려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던 촬영기를 전했다.
한지민/사진=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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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쓰백'을 통해 본인의 변신을 본 소감은 어떤가.

객관적으로 보기가 쉽지 않다. 저 역시 영화를 시사회에서 처음 봤다. 시나리오와 달리 편집 과정에서 상아의 과거 이야기가 부각됐고, 덕분에 이해하기 편해진 지점이 있었다.

▲ 영화에서 내내 인상을 쓰고 있었다. 표정부터 외형적인 부분까지 다 다르더라.

'인상을 써야지'하고 한 건 아니고, 상아의 심리상태에 대한 고민을 항상 했다. 상아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비뚫어진 사람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더라. 거친 느낌을 주기 위해 피부도 건조하게 해서 주름도 만들었다. 안쓰던 근육을 써서 주름이 그쪽으로 생기니까 다른 얼굴이 나왔다. 감독님도 좋아하시더라.(웃음)

▲ 주름이 분장이 아닌 건가.

제가 피부가 얇아서 주름이 잘 생긴다. 배역을 위해 하긴 했는데, 나중에 걱정이 되긴 했다.(웃음) 촬영이 끝나자마자 피부과에 갔다. 원래 제가 피부가 예민하고 무서워서 피부과엔 잘 안가는데, 이번엔 치료를 받고 왔다.
한지민/사진=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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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장에서 뒹구는 액션 장면도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액션이 어떻게 나올까 걱정이 되서 미리 연습도 했는데, 그래도 상상이 안됐다. 영화 '밀정'을 찍을 때 맞는 연기를 한 적이 있긴 한데, 이번엔 때리기도 해야 하니까.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느낌도 익히고, 자연스럽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초반엔 그냥 막 싸웠다. '컷' 할 때까지 죽을것처럼 싸웠고, 나중엔 힘들다보니 악에 받친 느낌이 저절로 생겼다.

▲ 액션 연기를 해보니 어떤가. 싸움에 소질이 있던가.

모르겠다.(웃음) 상대역이었던 권소현 씨가 주는 에너지로 싸운 것 같다. '컷' 하면 죽을 것 같은데, 그 전엔 미친듯이 서로 달려들었다.

▲ 흡연 장면도 자연스러웠다. 연기였던 건가.

제가 영화 '밀정'을 할 때 '담배를 정말로 펴 보는게 어떻겠냐'는 얘길 듣고 배운 적이 있다. 백상아에겐 침을 뱉고, 담배를 태울 때 쪼그리고 앉는 자세가 인물을 보여주는 상징같은 장면이었다. 관객들이 '미쓰백'이 처음 시작할 때 그 장면을 보면서 이질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상아에게 맞는 담배를 찾으려고 30여 종의 담배를 펼쳐놓고 골라 보기도 했다.

▲ 이전과 다른 모습을 연기한 소감은 어떤가.

막상 하니 정말 재밌었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 없는 모습을 찾아내고 끌어올리는 작업 아닌가. 촬영 할땐 정말 즐거웠다. 그러다가 언론시사회를 앞두고 부담감이 와서 시사회 당일 새벽 3시 30분에 깨서 잠을 못잤다. 사실 오늘도 긴장되서 잠을 못자고 왔다.(웃음)

▲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이 있었나보다.

항상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한 갈증은 이전부터 느꼈다. 다른 역할을 연기하고 싶어서 영화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출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제 이미지가 과대포장된 부분도 있다. '천사같다' 이런 수식어에 대해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하기 보단 자연스럽게 작품을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지민/사진=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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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수위가 높다보니 보기 관객들이 편하게 보기 힘든 장면도 등장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같은 느낌이었을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감성적인 시간이었던 것 같긴 하다.(웃음) 새벽 4시에 읽었는데,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도 운이 있고, 인연이 닿아야 하는 건데 '미쓰백'도 그런 작품같다. 제가 2년, 3년 전에 이 작품을 만났다면 '무서워요. 못하겠어요' 했을 것 같다.

▲ 원래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뉴스를 즐겨보기도 하고, 아이를 좋아해서 유치원 선생님도 하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살인 사건 소식을 들을 때에도 '어쩌다가 저렇게 됐을까', '어릴땐 순수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했다. 분명 분노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분노가 유지되는게 쉽진 않지 않나. 저의 경우 뉴스로 접하는 것 보다 영화, 드라마 같은 작품으로 사건을 접할 때 더 많이 감정을 이입하고, 여운이 오래 유지되는 것 같았다. 우리 작품도 그런 의미를 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 전작 tvN '아는 와이프'도 그렇고 '미쓰백'까지 아이와 관련된 부분이 있다. 최근 관심사와 관련된 건가.

아이 때문에 '미쓰백'과 '아는 와이프' 출연을 결심한 건 아니다. '아는 와이프'에서는 1부, 2부엔 유부녀, 그 이후엔 고등학생부터 싱글까지 모습이 나오는데 제가 이걸 하겠다고 하니 매니저들도 '괜찮으시겠냐'고 놀라긴 했다.(웃음) 전 우진이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제 친구들이 유부녀, 아이 엄마도 많고 관심이 높기도 해서 고민없이 택했다. 결과적으로 '아는 와이프'에서 욕하고 소리지르는 장면이 먼저 나와서 '미쓰백'을 보시는 분들이 덜 당황스럽지 않을까 싶었다. 시기적으로 '미쓰백' 개봉이 늦춰진게 낫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 작품을 하고나서 아동학대에 대한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나.

더 분노하게 됐다.(웃음) 아동 성범죄를 했던 조두순도 곧 풀려나지 않나. 풀려나는 것도 화나고,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화난다. 선진국에선 아동에 대한 범죄 형량이 훨씬 센데. 영화를 하고나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한지민/사진=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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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연기를 했던 김시아 양은 어땠나.

그런 아이는 처음 봤다. 그때 시아가 9살이었는데, 아이 안에 어른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지은이는 배가 고픈 아이'라면서 밥도 안먹고, 씻지도 않고, 손톱도 길러왔다. 어머니가 시키는 건가 싶어서 봤는데, 어머니는 '힘들면 안해도 돼' 하는데 스스로 하는 거더라. 천상 배우같았다. 전 9살때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웃음) 저도 상아는 살찌면 안될 것 같아서 다이어트 식단으로 도시락을 먹었는데, 시아는 군것질도 안하고, 안 먹어서 '내가 먹어도 되나' 싶었다.

▲ 시아 양이 '한지민 이모', '한지민 언니'를 혼용해 부르더라.

제가 '언니'라고 강요한 건 아니다. 전 '이모'가 더 익숙한 사람이다. 그리고 시아 양 어머니와 아버지가 저보다 어리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그러겠나. 시아 양 어머니가 '언니라고 해' 하시니 그런거 같더라. 제가 강요한 게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하고 싶다.(웃음)

▲ 차기작 계획이 궁금하다.

얼마전 기사가 나기도 했는데, JTBC 새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준비 중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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