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주말 백화점 매출 10% 안팎↑…정부 "내년부터 민간주도로 전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하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만든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가 지난달 28일 개막했지만, 할인율이 낮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세일 초반 실적은 양호한 편이지만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등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행사와 비교해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 제품이 부족하고 할인율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중국의 '광군제'(光棍節)처럼 키우기 위해서는 유통업체뿐 아니라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제조업체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코세페', '광군제'처럼 왜 안되나…"할인율 혜택 확대해야"
◇ 코리아세일페스타 첫 주말 백화점 매출 10% 안팎 증가

2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코리아세일페스타 첫 주말인 지난달 28∼30일 롯데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늘었다.

대형가전 매출이 90.8% 뛴 것을 비롯해 디자이너·모피(73.6%), 여성 캐릭터 의류(34.3%), 남성 정장(29.6%) 등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도 작년 동기보다 13.5% 매출이 늘었다.

리빙 부문이 97.0%로 매출 증가 폭이 가장 컸고 여성 패션(69.2%), 수입 의류(45.2%) 등도 많이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작년보다 매출이 5.6% 증가했으며 부문별로는 아웃도어(37.9%), 여성 의류(18.0%), 명품(15.4%), 남성 의류(15.3%) 순으로 매출이 많이 늘었다.

백화점의 이 같은 실적은 코리아세일페스타 자체 영향이라기보다는 가을 정기세일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가을 정기세일과 코리아세일페스타가 같은 날 시작되다 보니 고객들이 물량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찾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코세페', '광군제'처럼 왜 안되나…"할인율 혜택 확대해야"
◇ "알맹이 없는 쇼핑축제"…소비자 지적도 나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백화점은 평일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한산한 편이었다.

정부가 코리아세일페스타의 대표 상품으로 내세운 TV와 건조기를 각각 판매하는 LG전자와 삼성전자 매장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 매장 직원은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맞아 최대 20% 할인하는 그랑데 건조기 판매 동향과 관련해 "신제품이라 잘 나가던 상황이고 코리아세일페스타 이후 판매량은 평상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9층의 침구 매장에서 만난 박연우(54·여) 씨는 "코리아세일페스타라고 해서 기대하고 왔는데 할인 폭이 평상시 수준이고 특별한 혜택이 없는 것 같다"며 "매장을 계속 돌아다녔지만 살만한 물건이 없다"고 말했다.

면세점의 경우 코리아세일페스타의 열기를 찾기는 더 어려웠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월드타워점, 코엑스점은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로 향수, 선글라스, 액세서리 등 일부 품목에 대해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명품, 화장품 등 내외국인이 주로 찾는 품목은 할인 대상에서 제외돼 세일과 관련해 눈에 띄는 매출 증가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향수 매장의 직원은 "평상시에도 수시로 가격 할인 행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이번 행사로 인해 손님이 늘진 않았다"고 말했다.
'코세페', '광군제'처럼 왜 안되나…"할인율 혜택 확대해야"
◇ "할인 품목·할인율 확대로 내외국인 끌어들여야"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할인 폭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경우 반값을 넘어 90% 안팎의 '통 큰' 할인이 심심찮게 이뤄지지만, 우리 행사에서는 10∼30% 할인이 대부분이다.

할인 대상에 포함된 신제품이나 인기상품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도 소비자의 불만이다.

이 때문에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판매되는 주요 상품의 할인 가격이 인터넷 최저가보다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유통업체에는 가격 결정권이 없어서 유통업계가 중심이 되는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는 파격적인 할인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블랙프라이데이에서는 제조사와 직매입을 통해 가격 결정권을 가진 유통업체 등이 재고 처리를 위해 큰 폭의 할인을 해주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더 끌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리아세일페스타에 가격 결정권이 있는 제조업체가 더 많이 참가하도록 하고 유통업체에서는 추가 혜택을 주면서 손님을 모은다면 더 많은 소비자가 행사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국제적 세일 행사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할인 폭까지 작아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리아세일페스타의 긍정적인 취지를 살리려면 할인 품목과 할인율을 지금보다 확대해서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와서 사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코세페', '광군제'처럼 왜 안되나…"할인율 혜택 확대해야"
◇ 정부 내년부터 민간 주도로 전환

산업통상자원부도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블랙프라이데이 등에 비해 소비자가 관심 가질 제품이 부족하고 할인율도 낮다는 지적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에는 소비자가 선호하고 할인율도 파격적인 '킬러 아이템'을 제시할 20개 업체를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또 유통 구조상 유통업체 참여만으로는 대폭의 할인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올해 17개 제조업체의 할인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집중도를 높이고자 기간도 기존 1개월에서 10일로 단축하고 다양한 문화, 관광 행사를 하는 대신 쇼핑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행사 기간 단축은 기획 단계에서 백화점, 온라인기업,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가 희망해 올해 반영한 것이다.

산업부는 짧지만, 임팩트 있는 운영을 통해 소비자가 더 만족하고 내수 진작에도 도움이 될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정부가 인위적으로 행사를 추진하는 게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해 점진적으로 정부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 등 정부와 민간의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는 기관에 행사를 맡기고, 2021년에는 민간에 완전히 이양하고 정부는 간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