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출전한 리디아 고 "그러고보니 성(姓) 빼놓곤 다 바꿨네요"
“성(姓)만 빼놓고 다 바꿨네요. 아직 결혼하려면 멀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죠(웃음).”

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기자간담회에 노랗게 물들인 머리를 하고 나타난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1)가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르는 서양 문화를 빗대 매니저이자 친언니인 고슬아 씨와 농담을 주고 받으며 말했다. “머리색에도 자주 변화를 준다. 염색을 한지는 좀 됐다”고 한 그는 “이제 전성기 시절 감각의 80%정도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만 20세를 넘기기 전인 2016년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만 14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2015년 역대 최연소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시즌 5승으로 올해의 선수 상까지 거머쥐었던 그였다. 그러던 중 지난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면에서 변화를 줬다. 골프클럽과 코치, 캐디 등을 모두 교체한 그는 처음으로 무관의 해를 보내 주변의 우려를 낳았다. 지난 4월 열린 LPGA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침묵을 깨고 투어 통산 15승째를 신고한 그는 그린 위에서 펑펑 눈물을 흘려 그간의 마음 고생을 한 번에 씻어냈다.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하면 기뻐서 (또) 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리디아 고는 슬럼프에 빠졌던 기간 자신이 한층 더 성장했다고 돌아봤다. 특히 LPGA투어 대선배인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리디아 고는 “스테이시 루이스 선수가 ‘과거는 과거고 지금에 충실해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줬다”며 “성적만 놓고 봤을 땐 전성기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지금을) 스스로 (그때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리디아 고는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GC에서 열리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참가를 앞두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열리는 KLPGA투어 대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리디아 고는 “마지막 16~18번홀을 조심해야할 것 같다. 실수하면 타수를 잃을 수 있는 홀들”이라며 “또 우승하려면 퍼팅도 좋아야 한다.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