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에 이어 부산의 자동차부품업계도 고사 직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데다 원청업체의 단가 인하 압력이 가중되는 이중고 때문이다.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조치에 직격탄 맞고, 자금난, 금리 인상, 대출상환 압박에 시달리면서 당기순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상공계도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위기 극복을 위한 조속한 종합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상공회의소(회장 허용도)는 4일, 부산의 주요 자동차부품 업체 193개체의 2017년 재무제표를 분석한 ‘부산 자동차부품업 경영 동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분석지표는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세 가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분석 대상 자동차부품 기업의 총매출액은 5조 4359억으로 2016년의 5조 5651억원보다 2.3% 감소했다.지난해 내수 감소와 사드 보복에 따른 수출 감소 등 전반적인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매출 감소폭이 크지 않은 것은 신차출시 효과가 이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3개체 분석 기업 중 매출이 감소한 업체가 106개로 전체의 54.9%로 나타나 증가한 업체 87개체(45.1%)보다 많았다. 매출이 줄어든 106개 업체의 평균 매출 감소율은 9.9%로 전체 평균 감소율(2.3%)을 훨씬 상회했다.

영업이익은 총 1970억원으로 2016년 2305억원보다 14.5%나 감소해 업계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매출 감소율보다 영업이익이 크게 준 것은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고 있는데 반해 원청업체로부터의 단가인하 압력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사드 보복 조치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국 판매량이 크게 줄면서 내수보다 수익성이 높은 수출 물량이 감소한 것도 큰 요인인 것으로 상의는 분석했다.

2017년 지역 자동차부품 수출은 6억4800만 달러로 2016년 13억 2100만 달러보다 51%나 감소했다. 2016년 5월 이후부터 지역의 수출실적으로 잡히던 현대모비스의 수출실적이 타 지역에서 잡혀 집계에서 빠진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30% 가까이 수출은 줄었다. 특히 중국 수출은 2017년 5650만 달러로 2016년과 비교해 76%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2017년 분석대상 자동차부품 기업의 총 당기순이익은 112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0% 감소했다. 특히 상위 2개사 실적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75억원에 불과해 2016년 2개사 제외한 당기순이익과 비교하면 91.2%나 감소했다.

이처럼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것은 금리 인상, 만기 연장 기피에 따른 대출상환 압박, 대출심사 강화 등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 이미 4%대를 넘어선 곳도 많다.

부산상의는 관계자는 “자동차부품 업계의 업황이 올해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금년 경영실적은 지난해 보다 훨씬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따라서 부산상의는 고사 위기의 지역 자동차부품산업을 위해 내수 진작을 위한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원청업체의 고통분담 노력,연구개발(R&D) 자금 및 긴급 경영안정자금 확대, 대출심사 완화, 금리 인하, 만기연장, 세제지원, 기업구조조정촉진법 한시적 재도입 등 정책당국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로 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