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한국에 앞서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급속히 진행된 나라입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도 혼인율을 높이려는 사회적 노력이 적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는 공간이 바로 회사입니다. ‘사내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질 주요한 매개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남여가 만나는 계기로 전통적인 맞선의 영향은 크게 줄어들면서 사내연애의 중요성이 높아진 영향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사내연애 촉진’ 움직임을 두고 일본 정부와 사원들은 호의적인 반면, 기업들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칫 회사가 나서서 만남의 장을 조성했다가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불거질 위험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중매를 잘 서면 술이 석잔 이요 못서면 뺨이 석대라는 말’처럼 자칫 불거질지 모를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2015년의 조사 결과, 부부가 만난 계기로 ‘제삼자가 중개한 맞선’이 차지하는 비율이 6.5%로 약 30년 전에 비해 4분의 1로 급감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마땅히 백년가약(百年佳約)을 이어줄 계기가 새로 생겨난 것도 아닙니다. ‘직장 내에서나 업무 관계에서의 만남’은 28.1%로 과거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친구나 형제자매의 소개(30.9%)라는 응답도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사내에서나, 일본 정부에서 “사내 만남을 촉진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압력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2016년에 결혼 지원에 적극적인 기업에 대한 표창 제도를 창설하고, 유부남 상사들이 독신 직원의 결혼을 지원하는 ‘혼인활동 멘토’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업 내에서도 독신직원들로부터 ‘남여 직원간 자연스런 만남이 가능한 사내행사를 개최해 달라’는 요구가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 주요 회사들은 신중한 입장이라고 합니다. 직원들의 가치관이 다양해지면서 자칫 성희롱으로 의심받을 사건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입니다.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사내 연애 촉진책에 대해서도 ‘관제 성희롱’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말 ‘특정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는다’ ‘개인의 의사를 존중한다’ ‘다양성을 배려한다’ 같은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기업이나 지자체에 전파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사가현은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기업이 직원들의 결혼·연애를 지원할 때의 주의점과 대응사례를 정리한 메뉴얼북 ‘결혼 센서스 북’을 제작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결국 사내연애를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애매한 상황이 됐습니다. 근본적으로 혼인과 출산은 중요한 사회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장 개인적인 문제이기도 한 만큼, 제3자가 ‘이래라, 저래라’할 문제도 아닐 텐데 일본 정부가 오지랖 넓게 나섰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또 모든 것을 매뉴얼 화하는 일본인의 특성이 사내연애와 관련한 에피소드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아서 흥미롭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일본의 청춘들이 어떻게 짝을 찾아갈지 살짝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