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사들여 개조 후 파는 전략
도시재생 붐 타고 高수익 노려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4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미리 정하지 않고 자금을 모으는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조성된 부동산 블라인드 펀드 중 가장 큰 규모다. 건물을 매입한 뒤 일부 개조해 임차인을 모으는 ‘밸류애드(가치부가형)’ 투자가 펀드의 주요 전략이다.
밸류애드 전략이란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동산을 사들여 개조, 수익성을 높인 뒤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핵심 권역의 안정화한 부동산을 매입해 보유하면서 임대료를 주 수익원으로 삼는 ‘코어’ 전략보다 수익성이 높은 대신 위험도 더 크다.
최근 국내 코어 부동산 시장은 경쟁이 심화했다. 신생 부동산 운용사와 대형 증권사들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다.
반면 밸류애드 투자는 전문으로 하는 국내 운용사가 드물고 대규모 도시재생사업 등이 예고돼 있어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게 이지스의 판단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과거 서울 여의도 씨티플라자, 서울역 T타워, 수송동 수송스퀘어 등의 밸류애드 투자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다만 당시에는 건별로 자금을 조달해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었다. 이지스는 좀 더 빠르고 적극적인 투자를 위해 지난해부터 블라인드 펀드 모집을 계획했다. 당초 해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방침이었지만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가 대규모 밸류애드 펀드 위탁운용사 모집에 나서자 이 자금을 따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앞으로 오피스 빌딩과 리테일 매장 등 상업용 부동산 입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4000억원 규모의 ‘실탄’을 손에 쥐었기 때문에 입찰 참여를 위해 별도로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거나 증권사로부터 단기 차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번 블라인드 펀드는 오피스 빌딩, 상업용 매장, 물류창고 등 다양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이지스자산운용이 블라인드 펀드로 시장에서 한층 더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