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털어 상가 샀는데 노후 망쳤다…임차인 1년째 못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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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개발 이대론 안된다
(2) '텅 빈 상가' 몸살
상가 대규모 공실 원인은
주거용지보다 수익성 높아
인구·구매력 안따지고 과다공급
1층마저 못채운 곳 부지기수
상가는 '임차인이 甲'
高분양가→高임대료에 발목
동탄·위례·세종 핵심상권 '텅텅'
광교에선 상가 경매 33% 급증
(2) '텅 빈 상가' 몸살
상가 대규모 공실 원인은
주거용지보다 수익성 높아
인구·구매력 안따지고 과다공급
1층마저 못채운 곳 부지기수
상가는 '임차인이 甲'
高분양가→高임대료에 발목
동탄·위례·세종 핵심상권 '텅텅'
광교에선 상가 경매 33% 급증
대전에 사는 정형길 씨(55)는 세종시 1-1생활권의 한 1층 상가(전용면적 55㎡)를 2016년 6억5000만원에 분양받았다. 작년 6월 완공됐지만 아직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 분양대금의 절반 정도를 은행 대출로 조달한 터라 그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매달 100만원이 넘는 이자와 20만원의 관리비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 정씨는 “은퇴 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모은 돈을 모두 쏟아부었다”며 “노후 대비를 하기는커녕 노후를 망치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차인 찾기 ‘하늘의 별따기’
위례신도시에선 교통망 구축 지연이 상가 공실 문제를 키우고 있다. 신도시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트램 노선 주변 상가들은 최고 3.3㎡당 1억원(전용면적 기준)에 분양됐다. 그러나 10년째 트램이 착공하지 않아 대규모 공실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공실이 장기화하자 재계약 월세를 크게 낮추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2016년 초 입주한 ‘송파와이즈더샵’ 전용 42~46㎡ 점포 소유주는 최근 임차인과 재계약을 하며 임대료를 기존 월 370만원에서 270만원으로 내렸다.
전국에서 상가 공실률이 가장 높은 세종시에선 임차인 모집 안내문이 창문에 붙어 있는 상가가 그렇지 않은 상가보다 더 많다. 2016년 10월 완공된 세종시 어진동에 있는 A상가는 상가 대부분이 텅 빈 채로 남아 있다. 지상 6층, 277실(연면적 6만6442㎡) 규모지만 1층조차 영업 중인 점포가 3~4곳에 그친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면서 화성 동탄2신도시,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분양한 상가들은 대규모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한 상가 전문가는 “신도시 상가 공실 문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신중해졌다”며 “그 결과 뒤늦게 분양에 나선 상가들이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맞았다”고 전했다. ◆상업용지 축소 외면
신도시에서 상가 공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상업용지가 수요보다 과도하게 공급됐기 때문이다. 2기 신도시 전체 계획면적 대비 일반상업용지 비율은 판교 1.5%를 비롯해 광교 1.41%, 위례 1.7%, 김포 한강 1.8% 등이다. 표면적으로는 1기 신도시인 분당(4.7%) 일산(2.8%) 등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계획 수용인구 1인당 상업용지 면적(㎡/명)은 그대로다. 예를 들어 판교는 1.51㎡, 일산이 1.61㎡다. 게다가 상업용지 외에 지식산업센터 주상복합 단독주택 등에도 점포가 배치되면서 입주민이 체감하는 상가 면적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박균우 두레비즈니스 대표는 “주거용지 판매에서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시행사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상가용지 공급을 늘리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업시설이 신도시 주민 구매력 대비 턱없이 많다. 부동산개발업체 네오밸류에 따르면 위례신도시에서 2017년까지 준공한 23개 상업시설의 전용면적은 45만2201㎡다. 이들 점포가 연 5% 수익률을 올리려면 1조5955억원의 매출이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위례신도시 거주민 2만8198가구(2017년 말 기준)의 구매력은 연 4568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네오밸류 관계자는 “구매력이 1조1300억원 이상 부족한 상황에서 상가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무용지 늘려 베드타운 막아야”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상업용지 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상가용지 비중을 낮추고 업무용지 비중을 높이는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베드타운 신도시의 상가엔 입점할 수 있는 업종이 한정돼 있다”며 “신도시를 업무시설까지 갖춘 자족도시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가를 신도시 입주 초기부터 활성화하기 위해선 용지공급 가격을 시기에 따라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신도시 입주 초기에는 상가용지를 저렴하게 공급해 주민 불편을 없애고, 어느 정도 기반시설이 갖춰져 가치가 올라간 다음에 비싸게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기열/민경진 기자 philos@hankyung.com
◆임차인 찾기 ‘하늘의 별따기’
위례신도시에선 교통망 구축 지연이 상가 공실 문제를 키우고 있다. 신도시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트램 노선 주변 상가들은 최고 3.3㎡당 1억원(전용면적 기준)에 분양됐다. 그러나 10년째 트램이 착공하지 않아 대규모 공실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공실이 장기화하자 재계약 월세를 크게 낮추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2016년 초 입주한 ‘송파와이즈더샵’ 전용 42~46㎡ 점포 소유주는 최근 임차인과 재계약을 하며 임대료를 기존 월 370만원에서 270만원으로 내렸다.
전국에서 상가 공실률이 가장 높은 세종시에선 임차인 모집 안내문이 창문에 붙어 있는 상가가 그렇지 않은 상가보다 더 많다. 2016년 10월 완공된 세종시 어진동에 있는 A상가는 상가 대부분이 텅 빈 채로 남아 있다. 지상 6층, 277실(연면적 6만6442㎡) 규모지만 1층조차 영업 중인 점포가 3~4곳에 그친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면서 화성 동탄2신도시,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분양한 상가들은 대규모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한 상가 전문가는 “신도시 상가 공실 문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신중해졌다”며 “그 결과 뒤늦게 분양에 나선 상가들이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맞았다”고 전했다. ◆상업용지 축소 외면
신도시에서 상가 공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상업용지가 수요보다 과도하게 공급됐기 때문이다. 2기 신도시 전체 계획면적 대비 일반상업용지 비율은 판교 1.5%를 비롯해 광교 1.41%, 위례 1.7%, 김포 한강 1.8% 등이다. 표면적으로는 1기 신도시인 분당(4.7%) 일산(2.8%) 등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계획 수용인구 1인당 상업용지 면적(㎡/명)은 그대로다. 예를 들어 판교는 1.51㎡, 일산이 1.61㎡다. 게다가 상업용지 외에 지식산업센터 주상복합 단독주택 등에도 점포가 배치되면서 입주민이 체감하는 상가 면적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박균우 두레비즈니스 대표는 “주거용지 판매에서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시행사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상가용지 공급을 늘리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업시설이 신도시 주민 구매력 대비 턱없이 많다. 부동산개발업체 네오밸류에 따르면 위례신도시에서 2017년까지 준공한 23개 상업시설의 전용면적은 45만2201㎡다. 이들 점포가 연 5% 수익률을 올리려면 1조5955억원의 매출이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위례신도시 거주민 2만8198가구(2017년 말 기준)의 구매력은 연 4568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네오밸류 관계자는 “구매력이 1조1300억원 이상 부족한 상황에서 상가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무용지 늘려 베드타운 막아야”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상업용지 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상가용지 비중을 낮추고 업무용지 비중을 높이는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베드타운 신도시의 상가엔 입점할 수 있는 업종이 한정돼 있다”며 “신도시를 업무시설까지 갖춘 자족도시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가를 신도시 입주 초기부터 활성화하기 위해선 용지공급 가격을 시기에 따라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신도시 입주 초기에는 상가용지를 저렴하게 공급해 주민 불편을 없애고, 어느 정도 기반시설이 갖춰져 가치가 올라간 다음에 비싸게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기열/민경진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