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소비진작·개혁에 주력…"美 중간선거 이후 변화 기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더이상 협상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으며 미국 정계의 변화를 바라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 중문판이 4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이 최근 발표한 '중미무역마찰 사실과 중국 입장'이라는 백서에서 전례 없는 강도로 트럼프 정부를 비판했다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더이상 협상대상으로 보지 않고 우회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홍콩중문대학 부교수 후룽(胡榮)은 미국이 협상 중 말을 자주 바꾸고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중국은 현 단계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가혹한 조건을 받아들이더라도 나중에 다시 파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수차례 손실을 봤다고 생각한 중국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국내 개혁을 통해, 그리고 다른 국가와의 무역동반자 관계 강화를 통해 국면을 돌파하려 한다고 그는 분석했다.

미국도 유사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래리 커들러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미국 현지매체와 인터뷰에서 "시진핑은 11월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기세가 약화돼 무역충격이 완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도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간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중국에 대한 무역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 1월전까지는 대통령직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미국 양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이 불공평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중간선거 후 정책변화 가능성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의 중간선거까지 내수진작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칭화대학 웨이제 교수는 중국이 이미 대부분의 미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했다면서 다음 단계는 미국외 제품에 대한 관세인하와 상하이 수입박람회 등 행사를 통해 대규모 국내소비를 촉진, 무역전쟁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중문대학 후 교수는 중국이 더이상 미국 상품에 관세를 계속 부과하거나 미국이 필요로 하는 제품의 수출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자국 제품의 경쟁력 제고와 미국외 시장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규모를 볼 때 다른 국가와 무역활동을 강화하고 자국 경제발전에 유리한 개혁을 지속하는 것이 무역전쟁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끄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자산관리 및 투자자문회사인 카이위안(凱源)자본의 총경리인 브록 실버스는 하지만 중국의 최근 관세인하 조치에도 불구, 기대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더이상 미국에 반격할 탄약이 부족한 상황에서 관세인하 조치를 내놨지만 여전히 유럽에 비해서는 관세가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가 불가피하며 중국이 강도 높은 개혁조치와 함께 미국과의 분쟁을 가능한 빨리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말 중국은 11월부터 1천585개 품목의 수입품 평균 관세율을 10.5%에서 7.5%로 인하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은 올들어 벌써 4차례 관세를 인하했고 규모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중국, 트럼프 대통령을 더이상 협상대상으로 안 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