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011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후 신흥국에서 긴축발작(taper tantrum)이 발생한 2013년 수준을 단숨에 돌파했다.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에도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다. 고용과 성장, 임금 등의 지표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어 경기 확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믿음이 강해진 덕분이다.

파월 Fed 의장 "美 경제 엄청 좋다"…천장 뚫은 금리
3일(현지시간) 미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10.3bp(1bp=0.01%포인트) 상승한 연 3.159%로 마감됐다. 2011년 7월 이후 최고다. 하루 상승 폭은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컸다. 시간외 거래에선 연 3.22%까지 치솟기도 했다.

30년물 금리는 10.9bp 뛰어오른 연 3.315%를 나타냈다. 2014년 9월 이후 가장 높다. 2년물 국채 수익률은 4.5bp 오른 연 2.860%였다.

장기물 금리가 더 뛰면서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차(수익률 곡선)는 전날 24.1bp에서 이날 29.9bp로 대폭 확대됐다.

좋은 경기 지표들이 잇따라 나와 금리 급등세를 촉발했다. 9월 민간고용은 시장 예상치 18만5000명을 뛰어넘어 23만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9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1년 만의 최고인 61.6으로 발표됐다. 이에 따라 3,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보다 높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장 마감 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중립금리까지 아직 여유가 있고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을 향해 점진적으로 올려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3.2%를 돌파했다.

시장은 그동안 중립금리를 연 2.9~3.0% 수준으로 추정해왔다. 하지만 Fed가 생각하는 중립금리가 이보다 높을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파월 의장은 “미 경제가 놀라울 만큼 긍정적”이라며 “경기 확장이 상당 기간 더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국채 시장의 수급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미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가 늘면서 국채 발행량이 계속 늘고 있어서다. 미 재무부는 올 하반기 전년 동기에 비해 63% 증가한 769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통적 투자자인 일본과 유럽계 보험사 등 해외 수요는 최근 대폭 감소했다. Fed의 긴축정책 속에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달러 구하기가 어려워져 달러 스와프 비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유로존과 일본 투자자들이 헤지 비용 때문에 시장에서 다 물러갔다”며 “채권값은 더 떨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가 유럽연합(EU)의 권고를 수용해 2021년 이후 적자 규모를 GDP의 2%로 낮추기로 하면서 불안감이 줄어든 것도 금리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이에 따라 금리가 기술적 지지선을 깨고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금리가 치솟으면 신흥국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이 메말라가는 가운데 해외자금 유출이 심해질 수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