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대신 '모험'…사모펀드로 가는 공무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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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관료들 속속 PEF로
송요한 산업부 과장 지난달 사직
수원여객 인수한 사모펀드 이직
박성재 불스앤피트니트 대표
신용규 뉴레이크얼라이언스 대표
각각 검사·외교관 출신
젊은 공무원들 "우리도 갈까"
사모펀드 영향력 갈수록 커지고
수십억 성과 보수 '매력적'
업계서도 공무원 출신 우대
송요한 산업부 과장 지난달 사직
수원여객 인수한 사모펀드 이직
박성재 불스앤피트니트 대표
신용규 뉴레이크얼라이언스 대표
각각 검사·외교관 출신
젊은 공무원들 "우리도 갈까"
사모펀드 영향력 갈수록 커지고
수십억 성과 보수 '매력적'
업계서도 공무원 출신 우대
송요한 전 산업통상자원부 신남방통상과장(행정고시 41회)은 지난달 공직 생활을 접고 사모펀드(PEF)인 스트라이커캐피탈매니지먼트로 자리를 옮겼다. 스트라이커캐피탈매니지먼트는 지난 5월 60년 역사를 지닌 버스회사 수원여객을 인수해 주목받은 PEF다. 기획재정부 외에 다른 정부 부처에서 현직 공무원이 PEF로 이직한 사례는 송 전 과장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과장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데다 예전부터 PEF에 관심이 많았다”며 “20년 정도 공무원 생활을 하다보니 새로운 꿈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옮겼다”고 말했다.
안정성이 보장되는 공직을 떠나 모험적인 PEF에 뛰어드는 공무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엔 기재부 출신이 주류였으나 최근 들어선 다른 경제부처, 심지어 검찰 출신도 PEF업계에 진출하는 사례가 눈에 띄고 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공무원의 특성상 ‘제2의 인생’에 도전한다 해도 공공기관이나 법무법인, 대기업을 선호하던 과거와 대비된다. 금융투자업계를 주무르는 ‘큰손’으로 부상한 PEF의 위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 외교관 출신도 PEF 진출
기재부에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로 파견나갔던 박수민 전 국장(36회)은 지난달 사표를 내고 PEF 설립을 준비 중이다. 박 전 국장은 해외 투자자들을 모아 내년 초 유럽이나 다른 해외 국가에서 PEF를 설립할 계획이다. 박 전 국장은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PEF의 거대한 영향력에 주목해 이쪽 업계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기재부에서는 2015년 최원진 전 경제정책국 금융시장팀장(43회)이 사표를 내고 JKL파트너스로 옮기기도 했다. 과장급 이하 현직 공무원이 PEF로 이직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 JKL파트너스는 정장근 대표 등 회계사 출신들이 세운 독립계 강소 PEF다. 같은 해 해운업체 팬오션을 약 1조원에 하림과 공동 인수해 주목받았다.
경제 부처 외에 다른 부처 공무원들도 PEF업계에 발을 들이고 있다. 박성재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는 변호사로 개업하고 나서 1년 뒤인 2012년 PEF 불스앤피트니트를 설립했다. 검찰 출신이 PEF를 설립한 것은 이례적이다. 박 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재직 당시인 2011년 ‘주식워런트증권(ELW) 수사’를 담당해 주목받았을 만큼 검찰 내부에서도 ‘금융통’으로 알려졌었다.
신용규 뉴레이크얼라이언스 대표는 외교부 출신이다. 통상교섭본부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다 1999년 그만둔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대학원(MBA)과 외국계 컨설팅회사, 미국계 PEF인 블랙스톤 등을 거쳐 2012년 PEF를 설립했다.
젊은 엘리트 공무원들도 사모펀드 관심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2005년 보고펀드를 설립한 이후 2012년 김호식 전 해양수산부 장관(FG자산운용), 2012년 구본진 전 기재부 차관보(트루벤인베스트먼트) 등 주로 고위 관료 출신들이 PEF업계에 진출해왔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수천억원의 자금을 받아 기업에 투자한 뒤, 이를 되팔아 많게는 수십억~수백억원의 성과보수를 받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젊은 엘리트 공무원들도 속속 뛰어드는 추세다.
PEF에 대한 공직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2015년에는 민간근무휴직제를 통해 공무원들이 PEF업계에 처음 파견나가기도 했다. 기재부 서기관 두 명이 각각 스틱인베스트먼트와 IMM프라이빗에쿼티에서 1년 동안 근무했다. 민간근무휴직제는 공무원이 민간 기업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면서 민간 노하우를 배우게 하는 제도다. 당시 파견근무를 했던 이상규 기재부 국채과장은 “중소·벤처기업들이 성장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데 PEF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PEF업계에서도 정부 부처 출신들의 장점을 높이 사고 있어 공무원들의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신용규 뉴레이크얼라이언스 대표는 “국내 기업들은 경제 관련 규제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민간 출신보다 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대응하기에 수월한 공무원 출신이 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임도원/서민준/이동훈 기자 van7691@hankyung.com
안정성이 보장되는 공직을 떠나 모험적인 PEF에 뛰어드는 공무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엔 기재부 출신이 주류였으나 최근 들어선 다른 경제부처, 심지어 검찰 출신도 PEF업계에 진출하는 사례가 눈에 띄고 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공무원의 특성상 ‘제2의 인생’에 도전한다 해도 공공기관이나 법무법인, 대기업을 선호하던 과거와 대비된다. 금융투자업계를 주무르는 ‘큰손’으로 부상한 PEF의 위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 외교관 출신도 PEF 진출
기재부에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로 파견나갔던 박수민 전 국장(36회)은 지난달 사표를 내고 PEF 설립을 준비 중이다. 박 전 국장은 해외 투자자들을 모아 내년 초 유럽이나 다른 해외 국가에서 PEF를 설립할 계획이다. 박 전 국장은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PEF의 거대한 영향력에 주목해 이쪽 업계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기재부에서는 2015년 최원진 전 경제정책국 금융시장팀장(43회)이 사표를 내고 JKL파트너스로 옮기기도 했다. 과장급 이하 현직 공무원이 PEF로 이직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 JKL파트너스는 정장근 대표 등 회계사 출신들이 세운 독립계 강소 PEF다. 같은 해 해운업체 팬오션을 약 1조원에 하림과 공동 인수해 주목받았다.
경제 부처 외에 다른 부처 공무원들도 PEF업계에 발을 들이고 있다. 박성재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는 변호사로 개업하고 나서 1년 뒤인 2012년 PEF 불스앤피트니트를 설립했다. 검찰 출신이 PEF를 설립한 것은 이례적이다. 박 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재직 당시인 2011년 ‘주식워런트증권(ELW) 수사’를 담당해 주목받았을 만큼 검찰 내부에서도 ‘금융통’으로 알려졌었다.
신용규 뉴레이크얼라이언스 대표는 외교부 출신이다. 통상교섭본부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다 1999년 그만둔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대학원(MBA)과 외국계 컨설팅회사, 미국계 PEF인 블랙스톤 등을 거쳐 2012년 PEF를 설립했다.
젊은 엘리트 공무원들도 사모펀드 관심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2005년 보고펀드를 설립한 이후 2012년 김호식 전 해양수산부 장관(FG자산운용), 2012년 구본진 전 기재부 차관보(트루벤인베스트먼트) 등 주로 고위 관료 출신들이 PEF업계에 진출해왔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수천억원의 자금을 받아 기업에 투자한 뒤, 이를 되팔아 많게는 수십억~수백억원의 성과보수를 받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젊은 엘리트 공무원들도 속속 뛰어드는 추세다.
PEF에 대한 공직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2015년에는 민간근무휴직제를 통해 공무원들이 PEF업계에 처음 파견나가기도 했다. 기재부 서기관 두 명이 각각 스틱인베스트먼트와 IMM프라이빗에쿼티에서 1년 동안 근무했다. 민간근무휴직제는 공무원이 민간 기업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면서 민간 노하우를 배우게 하는 제도다. 당시 파견근무를 했던 이상규 기재부 국채과장은 “중소·벤처기업들이 성장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데 PEF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PEF업계에서도 정부 부처 출신들의 장점을 높이 사고 있어 공무원들의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신용규 뉴레이크얼라이언스 대표는 “국내 기업들은 경제 관련 규제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민간 출신보다 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대응하기에 수월한 공무원 출신이 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임도원/서민준/이동훈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