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표류하던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이 문을 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병원 개설 허가 여부를 논의하던 제주도 공론화조사위원회가 최종 허가권이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개설 반대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화조사위원회는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를 권고한다”고 4일 발표했다. 제주도민 180여 명을 대상으로 녹지국제병원 개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반대가 58.9%로, 찬성(38.9%)보다 높게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위원회는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 등으로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행정조치를 마련해달라”고 원 지사에게 권고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루디그룹이 778억원을 투자해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에 지은 47병상 규모 병원이다. 외부인이 지분을 투자하고 배당받을 수 있는 투자개방형 병원이다.

병원 설립 주체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2015년 4월 제주도에 사업계획서를 냈다. 같은해 12월 보건복지부는 이를 승인했다. 병원 건물을 모두 지은 뒤 지난해 하반기 제주도에 개원허가 신청서를 냈지만 제주도 보건의료심의위원회는 개설허가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최종 결정 권한이 있는 원 지사는 도내 공론화조사위에 개설 허가 여부를 맡겼다.

정부 심의를 통과한 뒤 정상 가동만 앞두고 있던 투자개방형 병원 운영이 수포로 돌아가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병원 측이 소송 등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