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 M15 공장 준공식에 참석, 대형 유리문을 통해 반도체 생산공장(클린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청주=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 M15 공장 준공식에 참석, 대형 유리문을 통해 반도체 생산공장(클린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청주=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고용절벽’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기(氣) 살리기’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제조공장을 일자리위원회 회의 장소로 택한 것부터 이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어려움에 대해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솔직한 말로 대기업에 협조를 요청했다.

◆대기업 투자 고용 창출 강조

문 대통령은 이날 일자리위 회의에 앞서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M15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곳에서) 2020년까지 2100명의 직원을 직접 고용할 것”이라며 “협력업체의 신규 고용 인원도 3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규 공장 건설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직접 소개한 셈이다. 그러면서 “충북발전연구원은 2025년까지 매년 2조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했다”며 “산업단지 주변에 주민이 늘고 식당, 상가도 활기가 넘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2023년까지 M15가 일으킬 고용 창출 효과는 21만8000명이라고 추산했다.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생산 유발 효과가 70조900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25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위 회의 장소로 처음으로 제조 현장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자리 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민간에서 창출하는 일자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4대그룹 사업장 찾아간 문재인 대통령…"기업 일자리 창출 서포터 될 것"
◆문 대통령 “고용해법 찾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양을 늘리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과 함께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서포터 타워’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민간 부문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자리정책 5개년 로드맵’을 발표한 지 1년 만에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일자리 해법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0월 공공일자리를 81만 개 창출하고, 산업경쟁력을 높여 민간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내겠다는 청사진이 담긴 로드맵을 공개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받아든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올 7월 5000명에서 8월 3000명으로 더 떨어졌다. 청년 취업자 수는 7월과 8월에 각각 4만8000명, 4만 명 줄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대정부질문에서 “9월 고용 동향은 8월보다 녹록지 않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총 20조원을 투자하는 거대 반도체공장을 살펴본 문 대통령은 최태원 SK 회장에게 “(규제 개선이) 필요하면 알려달라”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최 회장과 대화하던 문 대통령은 “데이터 수집 자체에 우리 규제 때문에 어려움은 없나요”라고 먼저 물었고, 최 회장은 “개인정보 보호가 강하기 때문에 외국과 경쟁할 때 좀 어려움이 있다”고 애로사항을 전했다.

◆4대 그룹 사업장 모두 방문

이날 SK하이닉스 방문으로 문 대통령은 취임 1년5개월 만에 4대 그룹을 모두 찾았다. 한화큐셀 진천공장을 포함하면 다섯 번째 현장 방문이다. 지난해 12월 현대자동차 중국 충칭공장을 시작으로 두 달에 한 번꼴로 기업 현장을 찾고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과 직접 만나는 등 적극적인 친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2월 한화큐셀 진천공장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업어드리겠다고 했다”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방문했다”고 했다. 7월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공장에선 이재용 부회장과 만나 “한국에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혁신성장’과 함께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라는 3개 축이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정작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려 해도 숨은 걸림돌이 산적해 있다는 설명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고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를 병렬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분명하다”며 “우선순위를 정해 기업들이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