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균형 해소" 강조한 이주열…11월 금리인상 힘 실어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지난해 12월)→“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올해 6월)→“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10월4일)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 우려에 대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의 발언 수위가 점점 세지고 있다. 자본 유출을 막으려면 한국도 이에 대응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뉘앙스를 행간에 강하게 담았다. 이 총재가 이달과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금리 인상을 위한 ‘군불 때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4일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시스템이 크게 개선됐지만 글로벌 부채, 자산 및 소득 불평등 심화, 반(反)세계화 정서 등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며 “특히 주요국 통화정책의 정상화가 지금 세계 경제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해 “관찰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고 했고, 올 들어 6월 한은 국제 콘퍼런스에선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표현 강도를 높였다.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리스크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총재는 국내 가계부채 급증도 우려했다. “금융 불균형이 누증되고 있다”며 “이를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등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불균형 누증은 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 등을 의미한다. 저금리 부작용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 총재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장, 배현기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김종춘 KOTRA 상임이사 등이 참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와 참석자들은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려면 제조업 경쟁력 강화, 노동시장 효율화, 규제 완화 등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