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 등 건설장비를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질주가 무섭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8% 증가한 5146억원에 달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굴착기 판매량이 급증한 결과다. 시진핑 정부의 인프라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광산 개발 등이 맞물리면서 건설장비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상반기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시장 굴착기 판매량은 1만105대로 전년보다 65.8% 뛰었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1만851대)과 맞먹는 수준이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사진)은 4일 한국경제신문 BIZ Insight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건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교훈 삼아 경쟁력을 키운 게 시장이 회복된 이후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손 사장은 “경쟁사보다 뛰어난 출력과 연비를 갖춘 G2엔진을 개발했고, 광산 채굴용으로 출시한 80t급 초대형 굴착기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손동연 사장 "첨단기술 접목한 80t급 초대형 굴착기, 없어서 못팔아요"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건설기계 시장은 글로벌 경기 여건과 각국 정부 정책 등 변수가 많아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갈등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중국과 북미 시장의 성장세는 양호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럽도 진행 중인 건설 프로젝트 수요가 꾸준해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금리 인상과 아르헨티나 및 터키발(發) 리스크 확산 여파로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시장 여건에 관계없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구축해 놓은 사업구조를 더욱 강화해 간다는 목표입니다.”

▷한국 건설기계업체들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국 시장의 매출 비중이 크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과 다른 신흥시장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건설경기 회복과 장비 교체 수요가 증가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걷고 있습니다. 유럽도 주택 건설과 대형 인프라 투자 수요가 견조합니다. 선진시장에서의 중대형 건설장비 사업을 관계사인 두산밥캣에 위임해 브랜드 가치와 딜러 경쟁력 향상에 집중해온 점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직접 선진시장 사업을 맡아 미국과 유럽 시장의 영업망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는 딜러망 확대와 다양한 시장 맞춤형 제품으로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 늘었습니다.”

▷동남아와 남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신흥시장 공략 전략이 궁금합니다.

“신흥시장은 가격 경쟁이 특히 치열합니다. 낮은 가격을 앞세운 경쟁사들과 달리 두산인프라코어는 제품의 가치 전달에 초점을 맞춘 ‘밸류 셀링’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멕시코에서는 고객의 작업 현장을 방문해 두산 장비의 특장점을 직접 시연하고, 장비 운영 방안을 맞춤형 솔루션으로 제안해 재구매뿐만 아니라 신규 고객을 발굴하기도 했습니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두산’ 브랜드의 신뢰도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의 판매는 어떻게 늘릴 계획입니까.

“두산인프라코어의 휠로더(흙을 옮기는 장비)가 지난달 북미 시장에서 ‘올해의 우수 신제품’으로 선정됐습니다. 올해 초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열린 딜러사 초청행사에 참석해 현지 시장에서의 두산인프라코어 제품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가격보다는 상품성을 따지는, 고객 눈높이가 가장 까다로운 선진시장에서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앞으로는 고객 서비스와 부품 공급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부품 공급센터 확충 등 인프라 구축에 적극 투자할 예정입니다. 또 북미 시장에서 두산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미국 메이저리그(MLB) 스폰서십을 맺고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

▷건설기계의 판매를 맡는 딜러망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은 있습니까.

“판매 네트워크 확보도 중요하지만 딜러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딜러를 선별, 발굴해 육성하는 내부 프로세스를 정교하게 구축해 역량을 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두산 파트너스 아카데미(DPA)’를 통해 제품의 성능과 유지, 보수 교육을 하고 있는데 영어와 스페인어는 물론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로 교육을 진행 중입니다. ”

▷4차 산업혁명이 화두입니다. 건설기계에 4차 산업기술을 접목할 수 있을까요.

“건설 및 광산 산업현장에서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장비들을 연결하고,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변화가 한창입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건설기계에 접목되고 있는 것이죠. 두산인프라코어는 단순히 완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것을 넘어 건설과 토목 등 산업 현장에 걸쳐 고객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목표입니다. 전 세계에 출시한 ‘두산커넥트’ 솔루션은 고객이 장비의 위치, 연료량, 작업 시간 등의 정보를 원거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비 운용 및 관리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두산커넥트 때문에 장비 구매 결정을 내렸다는 고객도 늘어나는 추세고요. 건설기계에 무인화 기술을 접목하는 프로젝트도 한창 진행 중입니다. 비숙련 기사의 정교한 작업을 돕는 것에서부터 궁극적으로는 무인 작업이 될 수 있도록 개발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회사 내부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영업부터 연구개발(R&D), 생산, 품질에 이르기까지 각 부서에서 생성되는 많은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해 사업의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는 속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입니다. AI와 자율주행, IoT 등의 분야에서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과 함께 신기술 및 신사업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설립 등을 포함해 미래 투자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올해로 창립 81주년입니다. 100년 기업으로의 목표가 있습니까.

“1937년 국내 최초의 대단위 기계회사(조선기계제작소)로 사업을 시작했고, 1975년 디젤엔진 공장 준공도 국내 최초였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에서 더 나아가 정보통신기술(ICT)과 연계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솔루션 프로바이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