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통한 끊임없는 혁신…부품개수 7만서 6만개로 제조공정 간소화
두산인프라코어는 2014년 인천 공장에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했다. 제품 경쟁력 확보 없이는 시장 침체 등 외부 변수의 파고를 이겨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R&D센터엔 그동안 건설 기계와 엔진, 기술원으로 분산됐던 연구 역량을 결집했다. 선행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한편 협업을 강화하는 조직 문화와 체질 개선에도 힘썼다. 선진 R&D 프로세스를 도입해 일하는 방식에서도 전면적인 변화를 추진했다. 제품 수명 주기와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새롭게 정리한 게 대표적이다. 7만여 명의 고객으로부터 의견을 받아 제품 기획 단계부터 반영했다. 설계 초기 단계에서 예측한 원가와 실제 양산 시 원가 차이를 줄이기 위한 분석 체계도 마련했다. 설계 변경에 따른 소요 시간을 기존보다 44%나 줄이면서도 조립에 필요한 볼트 수를 33% 감소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덕분에 신규 모델의 개발 기간도 기존보다 절반 이상 단축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
두산인프라코어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
제품 및 사용 환경을 가상으로 구현해 설계 오류를 사전에 검증하는 프로세스와 모듈러 디자인도 도입했다. 모듈러 디자인은 부품들을 하나의 모듈로 묶어 제작하고, 그 모듈들을 조립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 결과 총 7만 개에 달하던 부품 개수를 6만 개로 줄여 제조 공정을 간소화할 수 있었다. 기종당 수백 개에 달하는 부품을 일일이 조립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불량률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R&D 강화를 통해 경쟁사 제품보다 연비와 내구성이 우수한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출시한 80t 규모의 초대형 굴착기엔 최신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굴착기 사용자가 조정하는 조이스틱의 신호를 감지해 펌프 효율 최적화를 구현한 것이다. 연비 효율을 24% 개선하면서도 생산성을 10% 이상 향상시켰다. 80t 굴착기는 공급 가능 물량보다 수요가 많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두산인프라코어는 디지털화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사용자 편의성과 기능성을 대폭 개선한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두산커넥트’를 중국과 유럽,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미래 건설기계의 가능성을 구체화한 콘셉트-X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연관 기술 확보에도 주력 중이다.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회사에 투자해 무인화·자동화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를 확대해 기존 사업 성장과 신사업 개발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달 독자 기술로 개발한 ‘머신 가이던스’ 시스템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머신 가이던스는 굴착기의 붐, 암, 버킷 등 작업 부위와 본체에 부착된 4개의 센서를 통해 수집된 작업 정보를 조종석 모니터를 통해 작업자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별도의 측량 작업 없이 진행 중인 굴착 작업의 넓이와 깊이 등 각종 정보를 2㎝ 오차 범위 내에서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측량 작업을 줄여 현장에서의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위성항법시스템과 3D 기술까지 업그레이드하면 현재보다 생산 효율을 30%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개발 중인 ‘머신 컨트롤’ 기술까지 연계해 스마트 솔루션을 고도화해 나간다는 목표다. 머신 컨트롤은 숙련된 굴착기 조종사가 아니더라도 설정된 작업 궤적에 따라 어려운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굴착기의 움직임이 입력한 작업 범위에서 어긋날 경우 자동으로 장비를 제어해 안정성이 뛰어나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