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지속되고 있다.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남중국해를 항해하던 미 해군 함정에 중국 군함이 불과 40여m 거리까지 접근한 일이 있었다. 군사적 충돌 위험도 높다고 보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빗나간 중국의 미국 추월론…패권 경쟁의 결말은?
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인다면 결말은 두 가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막고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거나,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극복하고 패권 국가로 떠오르는 것이다.

중국이 머지않아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강국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한때 널리 퍼졌었다.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이 이 같은 전망의 주된 근거였다.

중국 경제는 1978년 개혁·개방 노선을 택한 이후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발전했다. 중국 경제는 지난 40년간 연평균 9.6% 성장했다. 중국은 2009년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됐다. 그러자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6년, 크레디트스위스는 2019년, JP모간은 2020~2025년 중국 GDP가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미래에 대해선 비관적인 전망이 득세했다. 9·11 테러가 발생한 2001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1%에도 못 미쳤다. 미국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또 한번 휘청했다. 미국 역사학자인 앨프리드 매코이 위스콘신 메디슨대 교수는 2010년 발표한 논문에서 2025년께 미국의 몰락이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의 미국 추월론은 하나둘씩 빗나가고 있다. 많은 전문가의 예상과 달리 미국 GDP는 여전히 중국에 크게 앞서 있다. 지난해 미국 GDP는 19조4000억달러로 중국(12조2000억달러)보다 60% 정도 많다. 3~4년 안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는 아니다.

전망이 빗나간 것은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기구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 경제가 연 10% 안팎의 성장을 지속하는 한편 미국 경제는 연 1~2%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2년 7%대, 2015년 6%대로 낮아졌다. 올해도 1분기 6.8%, 2분기 6.7%로 6%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 경제성장률은 2016년 1.6%에서 지난해 2.2%로 높아졌고 올해는 3%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이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긴 했지만 첨단기술 분야에선 대부분 미국과 유럽 기술을 모방 또는 도용했다”며 “중국이 세계 경제의 패권을 차지할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군사력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격차는 아직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군은 세계 41개국에 516개 기지를 두고 있는 데 비해 중국군의 해외 기지는 지난해 지부티에 설치한 해군기지가 유일하다. 유럽과 아시아 주요 국가와 맺고 있는 군사 동맹관계도 미국의 강점이다.

지정학 전문가인 피터 자이한은 2014년 저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에서 “2040년 무렵이면 미국은 중국을 한물 간 나라로 여기게 될 것”이라며 미국 패권이 앞으로도 수십 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물론 중국 우세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미국보다는 높다. 중국 경제성장률을 연 5%대 중반, 미국 경제성장률을 연 2%대 중반으로 가정하면 2035년께 중국이 미국을 넘어선다는 계산이 나온다.

빗나간 중국의 미국 추월론…패권 경쟁의 결말은?
다만 그간 중국이 워낙 급속도로 성장한 탓에 중국을 과대평가하고, 미국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 언론에 종종 등장하는 ‘G2(주요 2개국)’라는 용어도 외국 언론은 많이 쓰지 않는다. 강대국의 국력과 국제정세 변화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대처해야 한다.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