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욜로' 산다…밀레니얼 세대 3명, 지난달 통장 열어보니
프리랜서 웹 디자이너 김영진 씨(33)는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발리에 ‘한 달 살기’ 여행을 다녀왔다. 김씨가 발리행 장기여행을 결정한 이유는 단 하나. 오로지 자연과 호흡하면서 요가 수련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가 여행에 지출한 돈은 항공료 60만원, 숙박비 75만원, 밥값 등 기타 경비 150만원, 요가원 이용료 30만원 등을 합쳐 총 320만원가량. 한 달 반치 급여였다. 김씨는 “주변에서 ‘그렇게 살아서 언제 집을 사느냐’는 잔소리도 했지만 서울에 집 있는 사람은 많아도 한 달 휴가 내고 내 몸에 집중해 요가만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는 데서 만족감이 컸다”고 말했다.
나 '욜로' 산다…밀레니얼 세대 3명, 지난달 통장 열어보니
늘어나는 장기여행 수요

밀레니얼 세대는 남들과 다른 경험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걸 해봤다’는 것으로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해외여행에서 이런 변화는 뚜렷이 감지된다. 우선 해외여행을 떠나는 밀레니얼의 수 자체가 늘었다. 지난해 해외여행을 떠난 20대는 462만 명으로 전년도(210만 명)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여행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최근 밀레니얼 사이에선 한 나라 한 도시에 정착해 사진 촬영, 맛집 탐방, 현지인 교류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는 장기여행이 인기다.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 달 살기 여행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다. 여행지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9월부터 제주에서 살고 있는 이현재 씨(29)는 “제주에 젊은 감성의 맛집이 많이 생겼다고 해서 미식 체험을 하기 위해 여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취미=독서·음악감상’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색다른 취미활동에 열광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취미 중개 플랫폼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회원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7.8%로 압도적이었다. 취미 중개 플랫폼은 가죽공예, 스킨스쿠버, 성악 등 이색 취미활동을 가르치는 다양한 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장비를 갖추고 바다까지 나가야 해 ‘마니아들만의 취미’로 불렸던 서핑도 빠르게 일반화하는 추세다. 대한서핑협회에 따르면 2014년 3만~4만 명에 불과했던 국내 서핑 인구는 지난해 20만 명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경험으로 자신을 증명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걸 해봤다’는 데서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 하는 밀레니얼을 이해하려면 이들의 성장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세대에 비해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물질보다는 경험 등 무형의 가치에 더 큰 무게를 둔다”며 “이전 세대와 비교해 부동산 등 유형자산에 대한 집착이 크지 않은 반면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는 이색 경험 등에는 아낌없이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희소성’도 밀레니얼 세대의 여가활동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다. 물자가 부족하던 과거엔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우리 집에 TV, 냉장고 다 있다’는 자랑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곽 교수는 “희소성의 법칙이 적용되는 색다른 경험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물건을 사용할 때도 소유보다 ‘써본다’는 경험의 측면으로 접근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공유경제를 키우는 큰손으로 부상한 이유다. 롯데멤버스가 총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카셰어링 등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를 묻는 항목에 45.3%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합리적 비용 때문’(41.2%)이라는 응답보다 오히려 많았다. 렌털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 YOLO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소비하는 태도를 말한다.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