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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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퇴근해 오전 10시 출근하고 남들이 먹다 남긴 치킨이나 피자로 끼니를 때우죠.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이익은 못 내요. 그럼에도 누군가에겐 할 만한 일입니다.”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30·사진)는 눈 뜨고 있을 땐 일만 한다. 2015년 9월 트레바리 창업 후 3년여를 그렇게 살고 있다. 창업 전엔 다음(현 카카오)에서 모바일 콘텐츠를 기획했다. ‘트레바리’는 매사에 반대하고 트집 잡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를 목표로 내건 이 회사는 4개월

위 시즌제로 독서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다양한 주제별로 나뉜 10~20명 규모 클럽으로 활동한다. 읽을 책을 정해 독후감을 제출하고 한 달에 한 번 만나 책에 관해 얘기한다. 회비는 4개월에 19만~29만원이다. ‘번개’ 친목모임 외에 한 차례 독서모임을 하는 데 책값을 빼고 5만원 안팎을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사람들은 왜 돈을 내가며 굳이 책을 함께 읽으려 할까. 트레바리의 빠른 성장은 사업성에 대한 이런 의문을 무색하게 한다. 2015년 4개로 시작한 트레바리의 독서클럽은 현재 200개로 늘었다. 회원은 3500명에 이른다. 20~30대 회원이 대부분이다.

윤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지식과 관계에 대한 목마름을 간파했다. 그는 책을 매개로 한 ‘관계 만들기’에 주목했다. 예전에는 혼자 하는 운동이었던 사이클이나 달리기가 요즘은 함께 즐기는 취미활동이 된 것처럼 같이 하는 책 읽기도 자신을 표현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창업 이듬해 처음 1명을 채용했던 직원은 현재 18명으로 늘었다. 트레바리를 접해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회사는 커가고 있지만 그만큼 인건비 임대료 광고비 등 비용 지출도 늘었다. 윤 대표는 “매일 ‘할 수 있을까’ 자문하고 ‘언제든 망할 수 있다’는 긴장을 안고 산다”며 “그럼에도 창업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했다.

윤 대표는 ‘정답이 없음을 인지하는 것’을 자신을 포함한 밀레니얼 세대의 차별화된 특징으로 꼽았다. 민주주의 수호처럼 절대적으로 여겨지던 가치나 거대한 방향성이 밀레니얼 세대에는 없다는 뜻이다.

그는 “독서모임을 기획하면서 마음 상담이나 어린이집 운영에도 관심이 생겼다”며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계속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