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법원에 주총 금지 가처분
R&D부문 떼어내려는 한국GM
産銀·노조 "생산법인 문 닫기 위한 수순"
산은 "의도 불명확…동의 못해"
GM측은 "철수할 이유 없어
R&D센터 위상 강화하려는 것"

한국GM이 내세운 법인 분리의 이유는 한국 R&D센터의 위상 강화다. 한국GM의 R&D 부문으로 남아 있으면 부평 및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경차와 소형차를 개발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분리돼 GM 글로벌 연구센터의 일원이 되면 모든 차종을 개발할 기회가 생긴다는 게 한국GM 측 설명이다.
산은과 노조는 R&D 부문 분리에 반대하고 있다. 법인을 쪼갠 뒤 R&D법인만 살리고 기존 생산법인의 문을 닫기 위한 수순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노조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쟁력이 있는 디자인 및 R&D 분야를 따로 떼어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기존 생산 부문은 고사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생산 부문이 GM 본사의 하청 생산기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가 결국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한국GM 측은 노조와 산은의 주장은 억측이라고 반발한다. 한국에 최소 10년간 머물기로 산은과 합의했고 10년간 36억달러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상황에서 철수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지금처럼 한국GM 내 R&D 부문으로 있으면 한국에서 생산하는 경차 및 소형차 개발에만 매달려야 하는데, 글로벌 GM 산하 R&D 센터가 되면 개발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R&D 부문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일 뿐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GM 본사가 한국 사업을 철수시킬 생각이 있었다면 지난 7월 한국GM에 추가로 5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국GM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은과 GM이 당초 합의한 내용에 없던 사업부 분리 작업이 갑자기 이뤄지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며 “GM이 경쟁력 있는 부문만 살리고 그렇지 않은 부문은 과감히 정리하는 경영 전략을 쓰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한국 공장을 폐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병욱/박신영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