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심에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뇌물을 주기는 했지만 신 회장이 수동적으로 범행을 한 데다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이 고려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5일 신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경영비리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큰 틀에서 같았다. 1심 재판부는 롯데 총수 일가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대부분 무죄로 봤다.
뇌물공여죄 부분에 대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던 1심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6년 3월14일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단독 면담 자리에서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이를 롯데가 실행한 게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제3자 뇌물죄의 핵심 성립 요건인 부정한 청탁도 있었다고 봤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취득 과정에서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대통령의 청탁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양형 사유는 좀 더 폭넓게 봤다. 법적 요건에 따라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구체적 사유를 양형에 고려한 결정이다. K스포츠재단 후원과 관련한 뇌물 공여 사건에서 신 회장이 권력자인 대통령의 요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을 재판부는 감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신 회장)은 대통령과 최서원의 관계 등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며 “K스포츠재단의 공익적 목적을 위해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며 지원금을 교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를 이끈 강승준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모든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 없이 증거로서 증명돼야 한다”며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재차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강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0기로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