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ES300h는 사전 주문을 시작한지 3개월 동안 4000대의 계약 실적을 올렸다. (사진=김정훈 기자)
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ES300h는 사전 주문을 시작한지 3개월 동안 4000대의 계약 실적을 올렸다. (사진=김정훈 기자)
그동안 만나 본 렉서스 딜러들과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렉서스는 다른 자동차 브랜드보다 재구매 고객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렉서스를 경험한 운전자들의 만족도가 시장의 평가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입차 시장에서 인기를 모았던 하이브리드 세단 ES300h의 경우 구매자의 약 15%는 기존 렉서스 고객으로 파악됐다. 보통 BMW를 타봤으면 재규어로 갈아타거나, 아우디를 탔다면 다음엔 메르세데스벤츠를 찾는 경우가 많다. 반면 렉서스 운전자들이 다시 렉서스를 찾는다는 건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세련된 옷을 입고 돌아온 '뉴 제너레이션 ES300h'(7세대 ES)를 계약한 사람들은 현재 약 4000명. 렉서스가 연간 8000대를 팔 계획을 세웠으니 이미 절반은 팔아치운 셈인데, 이중에서도 렉서스를 탔던 고객들이 많다는 게 렉서스코리아의 설명이다.

지난 5일 서울 잠실에서 경기도 가평의 더스테이힐링파크까지 약 62㎞를 타봤다. 속도를 요구하는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주로 달려 도심 혼잡 구간에서 더 효과를 발휘하는 연료 효율은 손해를 봤고, 이날 비가 내리는 날씨 탓에 렉서스가 자랑하는 정숙성은 정확히 체험하긴 어려웠다.

중요한 건 제조사가 수년간 준비해 시장에 내놓은 '풀 체인지'급 신차를 1시간동안 운전하면서 제대로 파악하기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시승을 하면서 일주일 정도는 더 꼼꼼하게 차를 다시 타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타봤습니다] 호감가는 웰메이드 세단, 렉서스 '신형 ES300h'
ES300h 등 한국도요타가 국내로 들여오는 렉서스 차량은 일본 규슈공장에서 타구미(장인)들이 각종 부품을 조립하는 차로 유명하다. 기능장들이 매만지다보니 마감이 꼼꼼한 것은 물론이요, 여러 수입차들 가운데서도 잔고장이 적은 브랜드의 대명사가 됐다.

한 유명 자동차 저널리스트는 렉서스의 진가는 주행거리 20만㎞를 달린 다음에 알 수 있다고 했다. 주기적으로 소모품만 잘 교체해도 운전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그러나 수입차의 평균 교체 주기를 보면 주행거리 10만㎞ 이내가 대부분이다. 자가 정비가 보편화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렉서스가 유독 저평가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날 타본 신형 ES300h는 상당히 깔끔해진 디자인을 품고 있으면서도 아쉽게도 주행 감성은 5시리즈나 E클래스 등 독일 세단과의 격차를 느끼게 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운전이 매우 편안했던 터라 ES300h는 쉽게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보유할 수 있는 차라는 확신을 줬다는 점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강렬하지는 않지만 바깥 소음을 잘 차단해주는 정숙함과 편안한 승차감은 40~50대들이 선호하는 세단의 가치를 반영했다.

물론 렉서스는 신규 디자인 채택으로 30대 젊은 층의 호감을 사기 위한 노력도 병행됐다고 밝혔다. 렉서스를 상징하는 전면부 스핀드 그릴은 세로형 패턴을 새겨넣어 존재감을 드러냈고, 측면 캐릭터라인도 스포티한 역동성을 한껏 뽐냈다. 후면은 트렁크와 범퍼 하단에 각각 가로형 크롬바를 넣어 포인트를 줬다.

김지영 렉서스 상품팀 차장은 "디자인 키워드는 기존 ES의 우아함에서 '도발적인 우아함'으로 진화했다"며 "보다 젊은 고객에 어필할 수 있도록 좀더 스포티함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외관은 그동안 국내 소개된 렉서스 디자인 중에 베스트로 손색 없다. 실내는 이전 모델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12.3인치로 키우고 돌출형 패턴으로 변화를 줘 시각적인 호감도를 높였다. 대신 손가락으로 차량 정보를 찾아야 하는 '리모트 터치 컨트롤' 방식은 신형 ES에서도 조작이 번거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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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변화는 도요타 TNGA(도요타 뉴 글로벌 아키텍처) 플랫폼의 렉서스 버전인 'GA-K(글로벌 아키텍처 K)'를 채택한 대목이다. 이를 통해 저중심 설계, 운동성능 향상, 거주공간 확대가 가능해졌다. 가속시 말랑말랑하던 서스펜션은 좀더 단단해졌고 브레이크는 이전 모델보다 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전륜구동 세단이어서 한 체급 낮은 후륜 기반의 IS250보다 민첩함은 떨어졌다. IS가 스포츠 세단으로 완성됐다면 ES는 패밀리 세단으로 개발된 본질에 충실했다. 가속시 엔진의 맹렬한 회전 반응이나 운전 재미는 독일차를 따라가지 못했다. 하이브리드 세단 특성상 가속을 위한 즐거움보단 안락하고 부드러운 운전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고속 주행을 즐기겠다면 선택은 BMW나 아우디로 가는 게 맞다. 만일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진동과 소음이 커지는 디젤이 싫다면 ES300h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2.5L 가솔린 엔진은 2개의 전기 모터와 맞물려 최대 218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확보했다.

연비는 스포츠 모드를 자주 사용했더니 기대만큼 좋게 나오진 않았다. 60㎞를 달리는 동안 계기판의 실주행 연비는 15.9㎞/L를 나타냈다. 정부 인증 연비는 17.0㎞/L다. 동승한 기자는 다음 운전에서 18.4㎞/L를 기록했다.

ES300h는 10년 전 '강남 쏘나타'라는 명성을 얻었던 ES350에 이어 하이브리드 모델로 2012년 등장했다. 그동안 수입차 시장에선 매번 빠짐없이 판매 톱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BMW, 벤츠 등에 밀려 판매 1위가 쉽지 않았던 것은 제품력이 뒤졌다기 보단 가격 경쟁력에서 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렉서스가 할인에 인색한 브랜드여서 1000만원씩 통 크게 깎아주는 아우디 A6, BMW 520d와 비교하면 가격이 비싸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했다. 새 모델도 마찬가지다. ES300h를 소유하려면 4200만원의 캠리 하이브리드보다 2000만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가성비만 본다면 캠리에 많이 뒤진다. 기본 골격은 같지만 브랜드 가치와 고급 편의장치 등으로 가격 차이가 벌어졌다.
신형 ES300h는 4개 트림으로 나왔다. 최저 5710만원부터 최고급형(이규제큐티브)은 6640만원이다. 최고급 트림은 헤드램프 워셔(세척장치)를 갖추지 못해 국내 인증이 미뤄졌고 내년 1월께 출고될 예정이다. 렉서스 관계자는 "2~3개월 기다려도 최고급형을 타겠다는 고객들이 있을 정도로 고급형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주행 성능 : ★★☆☆☆
연료 효율 : ★★★★☆
편의 사양 : ★★★☆☆
디자인 : ★★★★☆
가성비 : ★★★☆☆
총 평점 : ★★★★☆
[타봤습니다] 호감가는 웰메이드 세단, 렉서스 '신형 ES300h'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