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타협 환영하면서도 "북한은 갈라치기 명수" 경계
"유엔사 언젠가 해체되겠지만 반드시 옳은 시점에 이뤄져야"
유엔사 부사령관 "종전선언 땐 주한미군 존재 논란될 수도"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존재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한반도 휴전을 감독하는 웨인 에어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은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

캐나다군 중장인 에어 부사령관은 "북한이 왜 그렇게 열심히 종전선언을 추진하는지 의문을 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낙관론자들은 그 사람(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행로를 바꾸고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려고 북한 내부용으로 종전선언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지만, 비관론자들은 그것을 동맹을 갈라놓으려는 또 다른 술책이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에어 부사령관은 현재 화해와 타협의 분위기 덕분에 항구적 평화로 가는 절차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을 '동맹 갈라치기 명수'로 칭하며 경계했다.

그는 "그러면 종전선언은 무엇을 의미할까? 종전선언에 법적인 토대는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유엔사령부의 존재와 왜 계속 있어야 하는지에 의문을 갖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종전선언은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문제로 삼는 '위험한 비탈길'(slippery slope·발을 들이면 돌아오기 어려운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어 부사령관의 이날 발언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찾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이날 북한 평양으로 떠난 시점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김 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을 잠재적으로 위협하는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당시 주한미군을 어떤 시점에서 철수하기를 원한다는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고 올해 말까지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으나 주한미군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유엔사나 주한미군의 지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평화협정이 체결돼도 주한미군은 전적으로 한미동맹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주한미군은 남북관계에서 평화를 만들어내는 대북 억지력으로서 큰 역할을 하지만 나아가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만들어내는 균형자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에어 부사령관은 이날 세미나에서 유엔사령부 해체 가능성도 원론적으로 언급했다.

에어 부사령관은 "종전선언에 대한 여러 요구와 함께 유엔사 해체에 대한 요구도 필시 있을 것"이라며 "오해하지는 말라. 어떤 시점에서는 유엔사 해체가 이뤄져야 하지만 반드시 올바른 시점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 부사령관은 북한 의도에 대한 경계심과는 별도로 유엔사의 향후 위상에 대한 문 대통령의 견해에 공감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매우 다르고, 공식적으로 긴장을 완화하는 메커니즘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런 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3차 남북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명확하게 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종전선언 때문에 유엔사의 지위가 영향을 받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고 정전체제는 유지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당시 발언을 강조했다.

한편 에어 부사령관은 북한의 도발 자제,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과 더불어 유엔사가 북한군과의 대화채널을 다시 운영하게 됐다는 점도 최근 이뤄진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