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전 메운 야유…'통합 논란' 연세대 총장·신촌·원주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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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캠퍼스 통합 불가능", 신촌캠 기획처장 "종국엔 통합", 원주혁신위 "논의 시작"
총장 "하나의 대학, 복수의 캠퍼스" 발언으로 '분교 통합' 논란 촉발 연세대와 고려대의 정기전이 열린 이달 5일 서울 잠실야구장은 때아닌 야유로 가득 찼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이 축하 연설을 위해 단상으로 향할 때 연세대 일부 구역에서 시작된 야유가 이내 장내를 가득 메우면서 김 총장의 인사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재학생들이 5월 축제 다음으로 손꼽아 기다리는 9월 연고전의 시작을 장식한 조소는 이날 첫 종목인 야구경기를 취소시켜버린 비처럼 축 처진 학교 분위기를 짐작게 했다.
6일 연세대 등에 따르면 이 학교의 신촌과 원주 두 캠퍼스 통합 논의와 그에 따른 갈등은 "총장은 통합이라는 단어를 꺼낸 적이 없다"는 학교 측 입장이 나오면서 일단 가라앉는 모양새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앞선 4일 김 총장 등과 면담한 자리에서 학교 측으로부터 통합에 대한 총장 입장과 함께 "물리적인 통합은 법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학우들이 우려하는 통합은 절대 아니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캠퍼스 통합 논란은 김 총장이 지난달 19일 원주캠 채플에서 "지금까지 하나의 연세는 없었다"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원주캠이 교육부의 역량강화대학으로 지정된 것에 대한 대책을 묻는 말에 지금까지 두 캠퍼스가 재정·운영 면에서 분리된 분교였다는 취지로 한 말이지만, 민감한 시기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김 총장은 지난달 27일 원주캠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채플 발언을 해명했는데 여기서 통합 논란을 자초했다.
김 총장은 "신촌캠퍼스와의 중복학과 해소를 통해 장기적으로 본교-분교 체제에서 'one university, multi-campus(하나의 대학, 복수의 캠퍼스)'로 전환할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써 캠퍼스 통합 시도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일주일가량 침묵 이후 김 총장이 '통합은 불가능'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는 그간 학교의 다른 고위관계자들이 김 총장의 진의를 해명하면서 밝힌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통합 논란에 따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창하 기획처장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학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하나의 대학, 복수의 캠퍼스'라는 표현에 대해 "종국적으로 통합을 지향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기획처는 신촌캠퍼스의 장·단기 발전계획 수립 업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그 처장은 총장의 뜻을 잘 이해하는 최측근으로 볼 수 있다.
원주캠 역량강화대학 지정에 대한 대책 마련을 관장하는 연세대 원주혁신위원회도 '(양 캠퍼스 통합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 중이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신현윤 원주혁신위원장은 "대내외적인 교육환경 변화와 (원주캠의) 역량강화대학 지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나 했던 것"이라며 "중복학과 통폐합, 재정 통합, 의견 수렴, 재단 결정, 교육부 인가 등 여러 단계가 있을 텐데 이제 고작 논의를 시작했다"고 최근 말했다.
총장의 이메일로 통합이라는 화두가 던져지는 바람에 학교 보직 교수들이 이에 대한 해석을 제시하며 논란을 가라앉히려던 중 "총장은 통합이라는 단어를 꺼낸 적이 없다"는 '최종 결론'이 나온 것이다. 총장, 원주혁신위, 신촌 기획처장의 말을 종합해서 풀어보면 '위기 타개 차원에서 통합 아이디어 논의를 시작했으며 종국적으로 통합을 지향하나 통합이라는 단어가 나온 적은 없고 불가능한 일'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명제'가 되는 셈이다.
김 총장이 직접 '통합'이라는 한글 단어를 말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나의 연세는 없었다'는 발언으로 촉발된 원주캠의 불만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대학, 복수의 캠퍼스'라는 모호한 표현이 나와 통합 논란이 인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예기치 못한 반응을 접해 사태를 봉합하려다가 총장, 신촌, 원주가 엇박자를 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연대생 커뮤니티에는 총장의 입장이 전해진 뒤 "통합 지향한다면서 또 이렇게 말을 바꾸면 뭘 믿으라는 것이냐", "처장도 (총장의 진의를) 잘못 해석했다는 말인가" 등 비판이 쏟아졌다.
"'one university'와 '통합'은 다른 말인가보다.
역시 영어는 어렵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눈에 띄었다.
신촌캠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통합 이슈가 제기된 뒤 관련 소식을 열심히 찾아봤는데 각자 하는 말이 다 다른 것 같다"며 "하고 싶은 말이나 일이 있으면 당당하고 명확하게 진행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졌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
총장 "하나의 대학, 복수의 캠퍼스" 발언으로 '분교 통합' 논란 촉발 연세대와 고려대의 정기전이 열린 이달 5일 서울 잠실야구장은 때아닌 야유로 가득 찼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이 축하 연설을 위해 단상으로 향할 때 연세대 일부 구역에서 시작된 야유가 이내 장내를 가득 메우면서 김 총장의 인사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재학생들이 5월 축제 다음으로 손꼽아 기다리는 9월 연고전의 시작을 장식한 조소는 이날 첫 종목인 야구경기를 취소시켜버린 비처럼 축 처진 학교 분위기를 짐작게 했다.
6일 연세대 등에 따르면 이 학교의 신촌과 원주 두 캠퍼스 통합 논의와 그에 따른 갈등은 "총장은 통합이라는 단어를 꺼낸 적이 없다"는 학교 측 입장이 나오면서 일단 가라앉는 모양새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앞선 4일 김 총장 등과 면담한 자리에서 학교 측으로부터 통합에 대한 총장 입장과 함께 "물리적인 통합은 법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학우들이 우려하는 통합은 절대 아니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캠퍼스 통합 논란은 김 총장이 지난달 19일 원주캠 채플에서 "지금까지 하나의 연세는 없었다"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원주캠이 교육부의 역량강화대학으로 지정된 것에 대한 대책을 묻는 말에 지금까지 두 캠퍼스가 재정·운영 면에서 분리된 분교였다는 취지로 한 말이지만, 민감한 시기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김 총장은 지난달 27일 원주캠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채플 발언을 해명했는데 여기서 통합 논란을 자초했다.
김 총장은 "신촌캠퍼스와의 중복학과 해소를 통해 장기적으로 본교-분교 체제에서 'one university, multi-campus(하나의 대학, 복수의 캠퍼스)'로 전환할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써 캠퍼스 통합 시도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일주일가량 침묵 이후 김 총장이 '통합은 불가능'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는 그간 학교의 다른 고위관계자들이 김 총장의 진의를 해명하면서 밝힌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통합 논란에 따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창하 기획처장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학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하나의 대학, 복수의 캠퍼스'라는 표현에 대해 "종국적으로 통합을 지향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기획처는 신촌캠퍼스의 장·단기 발전계획 수립 업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그 처장은 총장의 뜻을 잘 이해하는 최측근으로 볼 수 있다.
원주캠 역량강화대학 지정에 대한 대책 마련을 관장하는 연세대 원주혁신위원회도 '(양 캠퍼스 통합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 중이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신현윤 원주혁신위원장은 "대내외적인 교육환경 변화와 (원주캠의) 역량강화대학 지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나 했던 것"이라며 "중복학과 통폐합, 재정 통합, 의견 수렴, 재단 결정, 교육부 인가 등 여러 단계가 있을 텐데 이제 고작 논의를 시작했다"고 최근 말했다.
총장의 이메일로 통합이라는 화두가 던져지는 바람에 학교 보직 교수들이 이에 대한 해석을 제시하며 논란을 가라앉히려던 중 "총장은 통합이라는 단어를 꺼낸 적이 없다"는 '최종 결론'이 나온 것이다. 총장, 원주혁신위, 신촌 기획처장의 말을 종합해서 풀어보면 '위기 타개 차원에서 통합 아이디어 논의를 시작했으며 종국적으로 통합을 지향하나 통합이라는 단어가 나온 적은 없고 불가능한 일'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명제'가 되는 셈이다.
김 총장이 직접 '통합'이라는 한글 단어를 말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나의 연세는 없었다'는 발언으로 촉발된 원주캠의 불만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대학, 복수의 캠퍼스'라는 모호한 표현이 나와 통합 논란이 인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예기치 못한 반응을 접해 사태를 봉합하려다가 총장, 신촌, 원주가 엇박자를 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연대생 커뮤니티에는 총장의 입장이 전해진 뒤 "통합 지향한다면서 또 이렇게 말을 바꾸면 뭘 믿으라는 것이냐", "처장도 (총장의 진의를) 잘못 해석했다는 말인가" 등 비판이 쏟아졌다.
"'one university'와 '통합'은 다른 말인가보다.
역시 영어는 어렵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눈에 띄었다.
신촌캠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통합 이슈가 제기된 뒤 관련 소식을 열심히 찾아봤는데 각자 하는 말이 다 다른 것 같다"며 "하고 싶은 말이나 일이 있으면 당당하고 명확하게 진행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졌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