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직원이 충북 증평의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 공장에서 생산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중국 LiBS 공장 신설은 증평과 청주에 이어 세 번째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직원이 충북 증평의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 공장에서 생산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중국 LiBS 공장 신설은 증평과 청주에 이어 세 번째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최대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인 중국에 배터리분리막 생산 시설을 건설한다. 대형 배터리 제조사들이 포진한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맞춰 몸집을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중국에 배터리 핵심 소재 공장 건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에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과 세라믹코팅분리막(CCS) 생산 공장을 신설한다고 7일 발표했다. 배터리 분리막 공장은 진탄경제개발구 내 14만5200㎡ 부지에 약 4000억원을 들여 건설한다. 생산 설비는 LiBS 4기, CCS 3기가 투입된다. 2019년 초 착공해 이듬해 3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LiBS는 2차 전지 안에서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차단해 안정성을 높이는 미세 필름이다. 수십 나노미터(㎚·1㎚=10억분의 1m) 크기의 기공 사이로 리튬이온이 통과하며 전지의 기능을 발휘하게 한다. CCS는 기존 LiBS의 단면이나 양면에 혼합무기물층을 보강한 제품이다. SK이노베이션이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CCS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전기차용 배터리 등에서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04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세 번째로 LiBS를 개발했고,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CCS 상업화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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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LiBS 3억4000만㎡, CCS 1억3000만㎡ 규모다. 공장이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의 LiBS 총 생산량은 연간 8억5000만㎡로 늘어난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분리막 시장은 2020년 43억4000만㎡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 중 전기차용 배터리 분리막 시장은 7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배터리 생산 거점 확보 나서

SK이노베이션이 분리막 증설에 나선 것은 글로벌 배터리 수요 증가와 맥이 닿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8월 중국 측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합작해 장쑤성 창저우시 진탄경제개발구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신설하는 LiBS·CCS 공장 인근이다. 창저우 배터리 공장은 SK이노베이션이 2013년 10억위안(약 1630억원)을 들여 두 회사와 함께 설립한 배터리 합작법인 BESK의 자회사다. 2020년부터 매년 전기차 25만 대분에 해당하는 7.5기가와트시(GWh)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미국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사진)은 최근 “미국도 배터리 생산 거점의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며 “후보지는 네 곳 정도로 추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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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올초 헝가리 공장 건설도 추진하는 등 글로벌 배터리 생산 거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전까지는 배터리 물량을 주문받은 뒤 공장을 짓는 ‘선(先)수주 후(後)증설’ 전략을 갖고 있었지만 배터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여서 공급량을 대폭 늘리기로 방침을 바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신설 공장에서 생산되는 분리막 제품을 자사 배터리 생산 라인을 비롯해 전기차 및 정보기술(IT)용 배터리 제조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CALT와 BYD 등 중국 대형 배터리 제조사들이 큰 수요처가 될 전망이다. 중국에서도 LiBS를 생산하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한국 제품 품질이 더 높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배터리 공장 증설에 따라 인근 지역에 분리막 공장이 추가 증설될 가능성도 있다. 김 사장은 “이번 투자를 통해 현재 세계 2위인 습식 분리막 시장 점유율을 1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중국 내 관련 산업과 다양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