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5개월 남은 브렉시트 '진통' 여전…英 "무관세 교역 계속"에 EU는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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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국경 통제하겠다"
'체커스 계획' 밀어붙이는 英
"EU 회원국 의무 다하거나
완전히 떠나거나 택일하라"
EU, 英 메이 총리 협상안 거절
북아일랜드 EU 잔류도 대립
'체커스 계획' 밀어붙이는 英
"EU 회원국 의무 다하거나
완전히 떠나거나 택일하라"
EU, 英 메이 총리 협상안 거절
북아일랜드 EU 잔류도 대립
2019년 3월29일로 정해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영국과 EU는 여전히 구체적인 결별 조건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뒤에도 EU와의 관계에서 선별적인 자율권을 갖고 싶어 하지만 EU는 “규칙을 모두 지키지 않으려면 깨끗이 떠나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영국의 자국 내 정치 역학과 EU 가입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얽혀 있어 영국 정부와 EU는 한 발씩 물러서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된 지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도 ‘합의 없는 탈퇴(노딜)’나 ‘브렉시트 재투표’와 같은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다만 협상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서 파국을 피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오는 18일 EU 정상회의에서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0월까지 (협상을) 시도할 것이며 (안 되더라도) 연말까지 합의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식 뷔페’ vs ‘EU식 세트 메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3일 버밍엄에서 끝난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단일시장 접근권을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당론으로 재확인했다. 지난 7월 초 런던 근교의 총리 지방관저(체커스)에서 내각 합의를 끌어낸 이른바 ‘체커스 계획(Chequers plan)’ 그대로였다. EU와 상품 교역은 지금처럼 무관세로 자유롭게 하되 인력 이동만 규제하겠다는 내용이다.
메이 총리는 “체커스 계획의 핵심에는 자유무역협정(FTA)과 자유무역지대, 원활한 교역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체커스 계획이 브렉시트 투표 결과와 부합하는 유일한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U와 원활한 무역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민 유입은 규제하겠다는 게 2016년 6월 브렉시트안을 가결시킨 국민투표 여론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EU는 체커스 계획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마이클 바니어 EU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EU는 뷔페처럼 마음에 드는 것만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영국 요구를 수용하면 EU의 단일시장 원칙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상품과 자본, 서비스,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EU식 세트 메뉴’를 선택해 잔류하든가, 아니면 완전히 떠나라는 요구다. 이탈리아나 체코 같은 국가들이 ‘영국식 뷔페’를 요구하며 EU 탈퇴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EU가 융통성을 보이기 힘든 이유다.
◆북아일랜드 국경 딜레마
영국과 EU는 작년 3월부터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해 몇 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영국이 EU 측에 지급할 390억파운드(약 57조원)의 배상금 규모와 영국에 거주하는 EU 시민 320만 명, EU 지역에 사는 영국인 78만 명의 브렉시트 이후 지위에 관한 내용이다.
하지만 다른 쟁점에 대해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가 대표적이다. 아일랜드 전체는 오랜 기간 영국 식민지였다가 1차 세계대전 이후인 1921년 남부 지역이 독립해 아일랜드공화국이 됐다. 반면 북아일랜드는 지금까지 영국 영토로 남아 있다.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는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동시 가입한 뒤 국경 없이 상품 교역과 인력 교류를 해왔다. 그런데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북아일랜드도 당연히 EU의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빠져야 한다.
당초 1단계 협상에서 영국과 EU는 북아일랜드 및 아일랜드 국경 문제와 관련해 영국이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북아일랜드만 EU의 관세동맹 안에 두는 ‘안전장치(backstop·홈플레이트 뒤 그물망)’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북아일랜드와 영국의 교류가 줄면서 영국이 고립되는 결과를 낳는다. 사실상 북아일랜드를 아일랜드에 내주고 EU와 멀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영국은 주권을 훼손한다며 이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대신 한시적으로라도 영국 전체를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대안을 EU에 제시했지만 EU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도 정파별로 의견이 다르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을 중심으로 한 보수당도 하드 브렉시트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존슨 전 시장은 지난 3일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메이 총리의 체커스 계획은 유권자에 대한 사기이며 국민이 투표를 통해 얻고자 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캐나다 모델과 같은 느슨한 형태의 FTA인 ‘슈퍼 캐나다 FTA’를 EU와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잡한 합의 방정식 풀리나
영국과 EU의 협상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결국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U 출범 후 첫 탈퇴 협상인 데다 ‘포스트 브렉시트’ 이후 집안 단속을 위해 영국에 고자세를 보였던 EU 측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이유에서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6일 오스트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달 영국과 브렉시트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11월에는 끝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EU는 오는 17∼18일과 다음달 17∼18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브렉시트 협상과 브렉시트 이후 영국 및 EU 관계에 대한 협상을 동시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내년 3월29일 영국이 EU에서 공식 탈퇴하려면 영국과 영국 이외의 27개 EU 회원국이 국가별로 브렉시트 합의안을 비준해야 하기 때문이다. 런던=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영국의 자국 내 정치 역학과 EU 가입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얽혀 있어 영국 정부와 EU는 한 발씩 물러서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된 지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도 ‘합의 없는 탈퇴(노딜)’나 ‘브렉시트 재투표’와 같은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다만 협상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서 파국을 피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오는 18일 EU 정상회의에서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0월까지 (협상을) 시도할 것이며 (안 되더라도) 연말까지 합의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식 뷔페’ vs ‘EU식 세트 메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3일 버밍엄에서 끝난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단일시장 접근권을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당론으로 재확인했다. 지난 7월 초 런던 근교의 총리 지방관저(체커스)에서 내각 합의를 끌어낸 이른바 ‘체커스 계획(Chequers plan)’ 그대로였다. EU와 상품 교역은 지금처럼 무관세로 자유롭게 하되 인력 이동만 규제하겠다는 내용이다.
메이 총리는 “체커스 계획의 핵심에는 자유무역협정(FTA)과 자유무역지대, 원활한 교역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체커스 계획이 브렉시트 투표 결과와 부합하는 유일한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U와 원활한 무역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민 유입은 규제하겠다는 게 2016년 6월 브렉시트안을 가결시킨 국민투표 여론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EU는 체커스 계획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마이클 바니어 EU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EU는 뷔페처럼 마음에 드는 것만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영국 요구를 수용하면 EU의 단일시장 원칙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상품과 자본, 서비스,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EU식 세트 메뉴’를 선택해 잔류하든가, 아니면 완전히 떠나라는 요구다. 이탈리아나 체코 같은 국가들이 ‘영국식 뷔페’를 요구하며 EU 탈퇴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EU가 융통성을 보이기 힘든 이유다.
◆북아일랜드 국경 딜레마
영국과 EU는 작년 3월부터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해 몇 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영국이 EU 측에 지급할 390억파운드(약 57조원)의 배상금 규모와 영국에 거주하는 EU 시민 320만 명, EU 지역에 사는 영국인 78만 명의 브렉시트 이후 지위에 관한 내용이다.
하지만 다른 쟁점에 대해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가 대표적이다. 아일랜드 전체는 오랜 기간 영국 식민지였다가 1차 세계대전 이후인 1921년 남부 지역이 독립해 아일랜드공화국이 됐다. 반면 북아일랜드는 지금까지 영국 영토로 남아 있다.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는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동시 가입한 뒤 국경 없이 상품 교역과 인력 교류를 해왔다. 그런데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북아일랜드도 당연히 EU의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빠져야 한다.
당초 1단계 협상에서 영국과 EU는 북아일랜드 및 아일랜드 국경 문제와 관련해 영국이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북아일랜드만 EU의 관세동맹 안에 두는 ‘안전장치(backstop·홈플레이트 뒤 그물망)’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북아일랜드와 영국의 교류가 줄면서 영국이 고립되는 결과를 낳는다. 사실상 북아일랜드를 아일랜드에 내주고 EU와 멀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영국은 주권을 훼손한다며 이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대신 한시적으로라도 영국 전체를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대안을 EU에 제시했지만 EU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도 정파별로 의견이 다르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을 중심으로 한 보수당도 하드 브렉시트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존슨 전 시장은 지난 3일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메이 총리의 체커스 계획은 유권자에 대한 사기이며 국민이 투표를 통해 얻고자 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캐나다 모델과 같은 느슨한 형태의 FTA인 ‘슈퍼 캐나다 FTA’를 EU와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잡한 합의 방정식 풀리나
영국과 EU의 협상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결국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U 출범 후 첫 탈퇴 협상인 데다 ‘포스트 브렉시트’ 이후 집안 단속을 위해 영국에 고자세를 보였던 EU 측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이유에서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6일 오스트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달 영국과 브렉시트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11월에는 끝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EU는 오는 17∼18일과 다음달 17∼18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브렉시트 협상과 브렉시트 이후 영국 및 EU 관계에 대한 협상을 동시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내년 3월29일 영국이 EU에서 공식 탈퇴하려면 영국과 영국 이외의 27개 EU 회원국이 국가별로 브렉시트 합의안을 비준해야 하기 때문이다. 런던=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