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FTA 협상 마친 韓·캐나다·멕시코 성적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전문가 "큰 충격 없는 한미FTA 타결은 성과…車 관세 걱정"
美, 환율개입 방지 요구 가능성…"최대 승자는 트럼프"
우리나라와 캐나다, 멕시코가 최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마쳤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재탄생한 반면, 한미FTA는 크게 바뀐 게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미국이 USMCA에서 관철한 내용을 향후 무역협상에서 요구할 수 있고 자동차 232조 관세 문제도 남아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자동차는 3국 모두 미국에 '양보'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인 자동차에서는 3국 모두 미국의 압박에 일정 부분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원산지 기준 강화 요구를 받아들여 무관세로 수출하는 자동차의 역내 부품 비중을 기존 62.5%에서 75%로 상향했다.
USMCA는 자동차 부품의 40∼45%는 시간당 16달러 이상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만들도록 했다.
인건비가 싼 멕시코로 일자리가 넘어가지 않게 하려는 조치다.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철강과 알루미늄의 70% 이상이 북미산이어야 한다.
이런 새로운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는 자동차는 260만대까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25%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업계가 가장 우려했던 원산지 기준 변경 없이 협상을 타결했다.
아직 수출 실적이 없는 픽업트럭의 미국 관세 철폐를 20년 연장하고 미국 안전 기준을 충족한 자동차의 수입 상한을 2만5천대에서 5만대로 늘린 정도다.
코트라 뉴욕무역관은 '한미FTA 개정협정 서명에 따른 미국 산업계 반응' 보고서에서 "기존 협정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미국 내 지배적인 여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미FTA는 미국이 자동차 232조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타결했기 때문에 자동차 관세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미FTA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농산물 레드라인 지켰다…캐나다는 유제품 개방
캐나다는 미국과 협상에서 최대 난제였던 유제품 시장을 끝내 개방했다.
캐나다는 우유, 치즈, 크림 등 유제품에 대해 미국에만 새로운 수출 할당을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캐나다는 미국 업계의 불만인 자국 우유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가격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캐나다 입장에서 유제품은 우리나라의 쌀만큼이나 민감한 문제인데 이번에 합의한 게 상당히 놀랍다"면서 "향후 농산물 시장 보호에 대한 입장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협상 시작 전부터 농산물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협상 자체를 거부했다.
한미 양국은 상대방의 민감 품목을 건드리지 않고 NAFTA보다 훨씬 작은 범위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한미FTA 폐기를 불사한 협상 전략과 더 중요한 NAFTA에 집중해야 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사정, 북한을 상대로 굳건한 한미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덕분에 협상을 빨리 끝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조기에 협상을 타결해 통상환경 불확실성을 없앤 것을 최대 성과로 꼽는다. ◇ 환율조작 방지 못 박은 USMCA…한국에도 요구할까
USMCA는 처음으로 협정국의 환율 개입을 제한하는 조항을 담았다.
USMCA는 협정국이 경쟁적 평가절하와 환율조작을 삼가야 하며,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매달 공개하고 개입할 경우 즉시 다른 협정국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우리나라는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환율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재무부가 우리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를 계속 요구해온 점 등을 고려해 지난 5월 17일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매 분기 말 3개월 이내 시차를 두고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중국, 한국, 일본 등과 무역협정을 협상할 때 USMCA를 잣대로 적용, 환율 개입을 통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해 비슷한 환율 조항을 관철할 경우 TPP 가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안 교수는 "큰 충격 없이 협상을 빨리 마무리한 것은 분명히 소득인데 문제는 이것으로 다 끝난 게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NAFTA와 한미FTA 모두 결국 미국이 원하는 구도로 가게 됐다"며 "한미FTA는 타결했지만, 미국이 자동차 관세 면제에 대해서는 명백히 말하지 않았고 최대 승자는 트럼프"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美, 환율개입 방지 요구 가능성…"최대 승자는 트럼프"
우리나라와 캐나다, 멕시코가 최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마쳤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재탄생한 반면, 한미FTA는 크게 바뀐 게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미국이 USMCA에서 관철한 내용을 향후 무역협상에서 요구할 수 있고 자동차 232조 관세 문제도 남아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자동차는 3국 모두 미국에 '양보'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인 자동차에서는 3국 모두 미국의 압박에 일정 부분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원산지 기준 강화 요구를 받아들여 무관세로 수출하는 자동차의 역내 부품 비중을 기존 62.5%에서 75%로 상향했다.
USMCA는 자동차 부품의 40∼45%는 시간당 16달러 이상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만들도록 했다.
인건비가 싼 멕시코로 일자리가 넘어가지 않게 하려는 조치다.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철강과 알루미늄의 70% 이상이 북미산이어야 한다.
이런 새로운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는 자동차는 260만대까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25%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업계가 가장 우려했던 원산지 기준 변경 없이 협상을 타결했다.
아직 수출 실적이 없는 픽업트럭의 미국 관세 철폐를 20년 연장하고 미국 안전 기준을 충족한 자동차의 수입 상한을 2만5천대에서 5만대로 늘린 정도다.
코트라 뉴욕무역관은 '한미FTA 개정협정 서명에 따른 미국 산업계 반응' 보고서에서 "기존 협정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미국 내 지배적인 여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미FTA는 미국이 자동차 232조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타결했기 때문에 자동차 관세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미FTA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농산물 레드라인 지켰다…캐나다는 유제품 개방
캐나다는 미국과 협상에서 최대 난제였던 유제품 시장을 끝내 개방했다.
캐나다는 우유, 치즈, 크림 등 유제품에 대해 미국에만 새로운 수출 할당을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캐나다는 미국 업계의 불만인 자국 우유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가격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캐나다 입장에서 유제품은 우리나라의 쌀만큼이나 민감한 문제인데 이번에 합의한 게 상당히 놀랍다"면서 "향후 농산물 시장 보호에 대한 입장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협상 시작 전부터 농산물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협상 자체를 거부했다.
한미 양국은 상대방의 민감 품목을 건드리지 않고 NAFTA보다 훨씬 작은 범위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한미FTA 폐기를 불사한 협상 전략과 더 중요한 NAFTA에 집중해야 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사정, 북한을 상대로 굳건한 한미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덕분에 협상을 빨리 끝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조기에 협상을 타결해 통상환경 불확실성을 없앤 것을 최대 성과로 꼽는다. ◇ 환율조작 방지 못 박은 USMCA…한국에도 요구할까
USMCA는 처음으로 협정국의 환율 개입을 제한하는 조항을 담았다.
USMCA는 협정국이 경쟁적 평가절하와 환율조작을 삼가야 하며,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매달 공개하고 개입할 경우 즉시 다른 협정국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우리나라는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환율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재무부가 우리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를 계속 요구해온 점 등을 고려해 지난 5월 17일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매 분기 말 3개월 이내 시차를 두고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중국, 한국, 일본 등과 무역협정을 협상할 때 USMCA를 잣대로 적용, 환율 개입을 통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해 비슷한 환율 조항을 관철할 경우 TPP 가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안 교수는 "큰 충격 없이 협상을 빨리 마무리한 것은 분명히 소득인데 문제는 이것으로 다 끝난 게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NAFTA와 한미FTA 모두 결국 미국이 원하는 구도로 가게 됐다"며 "한미FTA는 타결했지만, 미국이 자동차 관세 면제에 대해서는 명백히 말하지 않았고 최대 승자는 트럼프"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