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미루거나 하지 않는 탓 커…저출산 정책 때 무배우 인구도 고려해야" 정부의 대대적인 출산 장려정책으로도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져 '실패'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지만,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출산 장려정책이 없었다면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졌을 수 있다는 추정도 제기됐다.
7일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한국경제학회의 '경제학연구'에 게재한 '한국의 출산장려정책은 실패했는가?: 2000년∼2016년 출산율 변화요인 분해'라는 보고서를 보면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05년 이후 유배우 출산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면서 "유배우 출산율이 전혀 상승하지 않았다면 2016년 합계출산율이 0.73명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2000년대 중반부터 출산장려금 지급, 영유아보육지원 등 출산 장려정책을 펴왔음에도 합계출산율은 내리막길 일로였지만 출산율 결정 요인을 뜯어보면 정부 정책이 일부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출산율(유배우 출산율)과 여성 인구 가운데 유배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유배우 혼인율)을 출산율 결정 요인으로 나눠 분석했다.
분석 기간은 정부의 출산 장려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이전이면서 합계출산율이 하락하던 2000∼2005년, 정부의 출산 장려정책이 시작하고 출산율이 상승한 2005∼2012년, 출산율이 정체·하락한 2012∼2016년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2000∼2005년엔 유배우 비율 하락이 출산율을 끌어내린 주요인으로 나타났다.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명에서 2005년 1.09명으로 하락했는데, 하락분의 기여율을 분석해보면 78%가 유배우 비율 하락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주로 20대 후반에서 유배우 비율이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이 1.09명에서 1.30명으로 상승한 2005∼2012년에는 유배우 여성의 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으나 유배우 출산율 상승효과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합계출산율이 1.30명에서 1.17명으로 떨어진 2012∼2016년에는 유배우 비율 하락이 출산율을 끌어내린 주범으로 나타났다.
하락의 기여율을 보면 유배우 비율 하락이 114%에 달했다.
연령별로 보면 2012년 이전에는 20대 후반 여성의 유배우 비율이 감소했지만 2012년 이후에는 30대 초반과 20대 후반 유배우 비율 감소 효과가 비슷해졌다.
반면 2012∼2016년 유배우 출산율은 소폭 상승해 합계출산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유배우 비율 감소 효과를 상쇄할 정도로 크지 못했다.
결국 최근의 합계출산율 하락은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덜 낳기보다는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탓이 크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유배우 여성 비율이 변화하지 않았을 경우 2012년 합계출산율은 2.3명에 달해 당시 실제 합계출산율(1.30명)보다 1명이나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유배우 출산율이 2000년 수준에서 머물렀다면 2005년 이후 합계출산율은 실제보다 더 떨어져 2016년 합계출산율은 0.73명까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부가 추진한 저출산 대책은 출산장려금 지급, 보육 지원,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조건 개선 등 유배우 여성의 출산을 장려하는 성격이 강했다.
이 교수는 "최근의 비판과 달리 2000년대 중반 이후 출산장려 정책은 유배우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한편 출산 관련 정책이나 주택 가격 등이 합계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은 유배우 출산율, 무배우 혼인율에 상반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분석 결과 출산장려금 지급, 보육시설 증가는 유배우 출산율을 높였지만 무배우 여성의 혼인율을 낮추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 가격 상승은 유배우 출산율을 높였지만 무배우 혼인율은 낮추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교수는 "유배우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이 효과적이었더라도 결혼의 감소 때문에 유배우 비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무배우 인구도 저출산 정책 때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