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월간 자회사만 번호이동 순증…나머지 업체는 10만명 순감
자회사 출혈경쟁·이통사 저가 요금제 공세로 중소업체 '속수무책'
알뜰폰도 이통사 자회사가 싹쓸이…순증 가입자 70% 차지
알뜰폰에서 이동통신사로 고객 이탈 현상이 심해지는 가운데 이통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겨오는 고객마저 대부분 이통사 자회사로 유입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자회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출혈경쟁도 서슴지 않아 알뜰폰 업계의 위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알뜰폰 업계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2015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3년간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 가입자의 70%는 이통사 자회사 3곳(SK텔링크, KT엠모바일, 미디어로그)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이통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겨온, 즉 번호이동한 가입자가 알뜰폰에서 이통사로 이탈한 고객보다 67만5천960명 많았는데 이 중 69.9%(47만2천767명)를 이통사 자회사 3곳이 차지했다.

이통사 자회사로의 가입자 쏠림 현상은 알뜰폰 고객 이탈이 본격화한 최근 6개월간 더욱 심해졌다.

지난 4∼9월 이통사의 알뜰폰 자회사 3곳은 번호이동 고객이 2만6천528명 순증했지만, 이들 3사를 제외한 나머지 알뜰폰 업체들은 9만7천346명 순감했다.

이 기간 번호이동 순증은 KT엠모바일과 미디어로그(U+알뜰모바일)가 주도했다.

KT엠모바일은 3만1천303명, 미디어로그는 3만7천856명 순증했다.

SK텔링크는 4만2천631명 순감해 대조를 보였다.

이통사 자회사들은 모회사의 브랜드 파워와 영업 노하우를 이용해 알뜰폰 침체에도 꾸준히 가입자를 늘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가입자 확보를 위해 출혈경쟁도 마다치 않는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알뜰폰도 이통사 자회사가 싹쓸이…순증 가입자 70% 차지
실제로 KT 엠모바일은 데이터 1.5GB, 음성 100분, 문자 100건을 월 5천390원(할인가)에 판매 중이지만, 이 상품의 도매대가(원가)는 9천300원이다.

U+알뜰모바일 역시 1GB, 음성 100분, 문자 50건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10월 한 달 동안 도매대가(6천910원)보다 저렴한 4천950원에 판매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KT엠모바일 408억원, 미디어로그 146억원)을 냈다.

적자를 감수한 이통사 자회사의 공격적 마케팅에 이통사 자회사가 아닌 알뜰폰 업체들은 속수무책이라는 반응이다.

더욱이 5월부터 이통 3사가 3만원대 저가 요금제를 앞다퉈 출시하면서 이통사로 직접 이탈 현상까지 심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도매대가 인하에 기대를 걸었지만, 인하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이통사가 신규 요금제 중 저가와 고가 상품은 망 도매(RS) 대상에서 제외해 대응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