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평화 프로세스→전통적 냉전체제 종식 구상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 회귀 막기 위한 주변국 협력 강조
동북아 전체 다자 평화안보 협력체제 구축 위한 포석
"한반도 새질서→동북아 새질서"…냉전종식 완결 꿈꾸는 文
한반도 비핵화 여정에서 또 한 번 중대한 분수령이 될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온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와 동북아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 성사 여건이 조성됐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북일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말하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체제의 종식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남북, 북미 간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러시아·일본 등 동북아를 둘러싼 여러 국가의 세력 균형 틀을 바꿔가고 있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유럽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냉전체제가 종식됐는데 그 뒤로 30년이 흘러 우리나라와 동북아에서도 남아 있는 냉전체제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취지의 말씀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냉전체제 해체'라는 화두를 던진 데는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진행 과정을 바라보는 중국·일본·러시아의 생각이 한미와는 다르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시점에 맞춰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모스크바로 보내며 북중러 3자 협력이 활발해지는 모습인데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에 반발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일본은 자국의 납치자 문제 해결 가능성이 커진 데 기대감을 나타낼 뿐, 완전한 비핵화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거나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데 여전히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연내 종전선언 등 평화체제 구축을 달성하고자 하는 문 대통령에게 주변국들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남북미는 물론 북중러까지 수긍하는 공통의 목표로 해빙 무드에 박차를 가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할 수 있도록 미국 외의 다른 관련국들과 협력해나가는 데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날 밝힌 냉전체제 종식 구상은 문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 온 동북아 다자안보 체제와도 연계해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러시아 국빈방문을 앞두고 한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확대돼 동북아 다자안보평화체제, 유라시아 공동번영·평화체제를 이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을 소개하면서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 더 나아가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이어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새 질서'를 언급한 것은 냉전체제가 물러난 자리에 동북아 다자안보평화체제 모델이 들어서게 함으로써 동북아 정세의 안정을 넘어서서 주변국들이 경제적으로 공동의 번영을 꾀하는 그림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