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극단이 지난 5일부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이고 있는 창작극 ‘그 개’는 제목처럼 독특한 소재를 내세운 작품이다. 개를 작품의 전면에 내세우고 배우가 직접 개를 연기한다. 개가 인간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며 인간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표현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반려견 전면에 내세운 이색 무대 "세대 갈등·사회 부조리 들춰냈죠"
이 작품의 연출은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대표인 부새롬(사진)이 맡았다. 그는 ‘썬샤인의 전사들’ ‘목란언니’ ‘2센치 낮은 계단’ 등의 연출을 통해 현대인의 비극을 파격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 연출은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면 그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존재가 가장 큰 고통을 받게 된다”며 “이런 사회의 이면을 약한 존재들인 반려견과 투렛증후군(틱 장애)이 있는 아이의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은성 작가가 집필한 이 작품은 투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중학생 해일(배우 이지혜)이 반려견 ‘무스탕(안다정)’과 친구가 되면서 시작된다. 부 연출은 “개는 사람과 교감이 잘되는 대표적인 동물”이라며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감정들도 개로부터는 작은 위로를 받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을 둘러싸고 다양한 세대의 인물도 등장한다. 멋진 저택에 살고 있는 제약회사 회장인 장강과 그의 반려견인 ‘보쓰’가 나온다. 장강의 운전기사인 해일의 아빠 상근, 해일이 사는 빌라로 이사 온 선영·영수 부부도 나온다. 그리고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들에게 시련이 닥친다.

“지금 사회의 기틀을 만들어 놓은 노년 세대의 장강, 상근과 선영·영수 부부의 중년 세대, 점차 사회에 진입할 준비를 해야 하는 해일과 같은 젊은 세대가 전부 등장합니다. 해일이 이 만들어진 세계에 진입할 수밖에 없게 되는 슬픈 성장 드라마를 그립니다.”

부 연출이 밝고 행복한 이야기보다 사회의 부조리와 이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유는 뭘까. TV 등의 매체나 공간과 달리 연극 무대에서만큼은 서로 생각을 나눠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단순히 무대를 구경하고 쇼를 즐기기보다 연극 극장만큼은 함께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밌을 사랑 이야기보다 다소 무겁더라도 연극으로서만 가능한 연극을 만들고 싶어요.”

역사, 정치적인 소재를 통해 소외된 이들의 삶을 주로 다뤄왔던 부 연출은 앞으로 더 새로운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 “최근엔 소설을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역사나 정치 같은 큰 이야기보다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룬 대본을 만나 제작하고 싶습니다.” 공연은 오는 21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