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참여도 '소확행'…생활 속 작은 부분부터 바꿔나간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창간 54주년 - 세상을 바꾸는 밀레니얼 파워
"나에게 정치 참여는 OO이다"
정치참여 활발한 M세대 20명
# 위대하게
20대 투표율, 386세대 앞질러…이슈엔 '행동가' 면모
안보 등 非경제부문, 중장년층보다 보수성향 보여
# 위태롭게
기존 정당에 신뢰 낮고, 특정 인물 맹목적 지지
때론 SNS통해 여론 몰이…교조주의로 흐르기도
"나에게 정치 참여는 OO이다"
정치참여 활발한 M세대 20명
# 위대하게
20대 투표율, 386세대 앞질러…이슈엔 '행동가' 면모
안보 등 非경제부문, 중장년층보다 보수성향 보여
# 위태롭게
기존 정당에 신뢰 낮고, 특정 인물 맹목적 지지
때론 SNS통해 여론 몰이…교조주의로 흐르기도
대학교수인 박모씨(36)는 지난달 애니메이션 ‘뽀로로’를 방영하는 EBS에 장문의 항의 편지를 보냈다. 홈페이지에 남성 캐릭터인 뽀로로 포비 에디 등은 ‘꼬마’로, 여성 캐릭터인 패티와 루피는 ‘소녀’로 표현한 건 명백한 성차별이란 이유에서다. 박씨는 “중성적 표현인 꼬마를 굳이 남성 캐릭터에만 쓸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EBS는 박씨의 지적이 타당하다는 판단하에 해당 문구를 소녀에서 꼬마로 바꿨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시민단체나 정당에 속하지 않아도 개인이 생활 속 작은 부분부터 바꿔나가는 게 밀레니얼 세대의 정치 참여”라고 설명했다.
일상을 바꾸는 ‘소확행’ 정치 참여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을 주도한 386세대나 이전 베이비붐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정치 참여 방식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민주주의 쟁취 등 거대 담론 대신 개인과 일상의 변화를 추구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성향이 짙다. ‘정치에 무관심할 것’이란 편견과 달리 자신이 관심있는 정치·사회적 이슈엔 적극적으로 나서는 ‘행동가’의 면모도 보인다.
한국경제신문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정당 당원, 시민단체 등에서 활발히 정치 활동을 하는 밀레니얼 2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정치 참여를 “귀찮지만 안 하면 양심에 찔리는 집안일”이라거나 “팬클럽 활동과 같은 작은 놀이이자 취미” 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루다 씨(28)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일상의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면 언젠간 큰 물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기존 정치와 완전히 담을 쌓은 것도 아니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거나 분노하는 이슈엔 적극적으로 뛰어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와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 이런 특성이 잘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결과 지난 6월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20~30대 투표율은 평균 53.0%를 기록했다. 4년 전 6회 지방선거의 평균 47.8%보다 5.2%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대선에선 20~24세 투표율(77.1%)이 40대 투표율(74.9%
을 앞질렀다. 한 교수는 “밀레니얼이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란 고정관념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층=진보’는 고정관념일 뿐
서울대 폴랩 조사 결과 밀레니얼의 정치 인식은 경제 이슈에서는 진보 성향을 띠지만 다른 이슈에선 다른 세대와 큰 차이가 없었다. 예를 들어 △청년수당 확대(66.9%) △최저임금 인상(68.5%)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확대(68.5%) 등에서는 밀레니얼의 찬성 비율이 다른 세대보다 최대 23.1%포인트 높았다.
반면 안보 등 비경제 분야에서는 다른 세대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중장년층보다 보수 성향을 나타내기도 했다. ‘제2 개성공단이 필요한가’를 묻는 항목에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세대(59.3%)보다 낮은 51.2%만 찬성했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차량 2부제에도 48.5%만 동의한다고 답해 다른 세대 평균(50.0%)을 밑돌았다.
정치적 의사 표현 방식 역시 이전 세대와 달랐다. 이들은 △광장이나 거리 대신 ‘온라인(직접 만남 지양)’에서 활동하고 △조직보다는 개인 중심적이며 △기존 정당에 불신이 크다는 특성을 보였다. 주 활동 무대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다. 진보 성향의 ‘엠엘비파크’와 ‘오늘의 유머’ ‘클리앙’, 보수 성향의 ‘일간베스트’ 등이 대표적인 창구다.
문재인 대통령 팬카페인 ‘젠틀재인’이나 ‘소울드레서’ 등 회원이 대부분 여성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정치 활동이 활발하다. 심층 인터뷰 참여자 중 절반(10명)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생각을 올리거나 게시글을 퍼나르는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한다고 답했다. SNS와 댓글 활동을 한다는 응답자도 각각 6명(30%)과 5명(25%)이었다.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적극 표출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역시 활발하다. 인터뷰 응답자 중 16명(80%)이 “주변에 자신의 정치 성향을 적극 알리고 설득한다”고 답했다.
정당보다는 인물 중심…무조건적 지지도
밀레니얼의 정치 참여는 철저히 개인적이다. 학연 지연 등으로 연결해 조직을 꾸릴 생각은 없다. 회사원 신유미 씨(34)는 “정당에 가입하거나 특정 조직에 참여하면 그 안에서 권력 관계가 생기고 특정인을 위한 조직이 된다”며 “집회에 참여해도 사람들과 저녁을 먹거나 다시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기존 정당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다. 김동건 씨(38)는 “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선 더불어민주당의 조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신 특정 정치인을 아이돌 가수처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같은 정치 성향의 집단에서 나온 비판적 지지조차 용납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서유정 씨(34)는 “문 대통령 임기 동안은 비판적 지지가 아니라 무조건적 지지를 보낼 것”이라며 “일종의 종교와 같은 믿음”이라고 말했다.
김우섭/이우상/서민준 기자 duter@hankyung.com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을 주도한 386세대나 이전 베이비붐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정치 참여 방식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민주주의 쟁취 등 거대 담론 대신 개인과 일상의 변화를 추구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성향이 짙다. ‘정치에 무관심할 것’이란 편견과 달리 자신이 관심있는 정치·사회적 이슈엔 적극적으로 나서는 ‘행동가’의 면모도 보인다.
한국경제신문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정당 당원, 시민단체 등에서 활발히 정치 활동을 하는 밀레니얼 2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정치 참여를 “귀찮지만 안 하면 양심에 찔리는 집안일”이라거나 “팬클럽 활동과 같은 작은 놀이이자 취미” 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루다 씨(28)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일상의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면 언젠간 큰 물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기존 정치와 완전히 담을 쌓은 것도 아니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거나 분노하는 이슈엔 적극적으로 뛰어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와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 이런 특성이 잘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결과 지난 6월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20~30대 투표율은 평균 53.0%를 기록했다. 4년 전 6회 지방선거의 평균 47.8%보다 5.2%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대선에선 20~24세 투표율(77.1%)이 40대 투표율(74.9%
을 앞질렀다. 한 교수는 “밀레니얼이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란 고정관념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층=진보’는 고정관념일 뿐
서울대 폴랩 조사 결과 밀레니얼의 정치 인식은 경제 이슈에서는 진보 성향을 띠지만 다른 이슈에선 다른 세대와 큰 차이가 없었다. 예를 들어 △청년수당 확대(66.9%) △최저임금 인상(68.5%)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확대(68.5%) 등에서는 밀레니얼의 찬성 비율이 다른 세대보다 최대 23.1%포인트 높았다.
반면 안보 등 비경제 분야에서는 다른 세대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중장년층보다 보수 성향을 나타내기도 했다. ‘제2 개성공단이 필요한가’를 묻는 항목에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세대(59.3%)보다 낮은 51.2%만 찬성했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차량 2부제에도 48.5%만 동의한다고 답해 다른 세대 평균(50.0%)을 밑돌았다.
정치적 의사 표현 방식 역시 이전 세대와 달랐다. 이들은 △광장이나 거리 대신 ‘온라인(직접 만남 지양)’에서 활동하고 △조직보다는 개인 중심적이며 △기존 정당에 불신이 크다는 특성을 보였다. 주 활동 무대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다. 진보 성향의 ‘엠엘비파크’와 ‘오늘의 유머’ ‘클리앙’, 보수 성향의 ‘일간베스트’ 등이 대표적인 창구다.
문재인 대통령 팬카페인 ‘젠틀재인’이나 ‘소울드레서’ 등 회원이 대부분 여성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정치 활동이 활발하다. 심층 인터뷰 참여자 중 절반(10명)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생각을 올리거나 게시글을 퍼나르는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한다고 답했다. SNS와 댓글 활동을 한다는 응답자도 각각 6명(30%)과 5명(25%)이었다.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적극 표출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역시 활발하다. 인터뷰 응답자 중 16명(80%)이 “주변에 자신의 정치 성향을 적극 알리고 설득한다”고 답했다.
정당보다는 인물 중심…무조건적 지지도
밀레니얼의 정치 참여는 철저히 개인적이다. 학연 지연 등으로 연결해 조직을 꾸릴 생각은 없다. 회사원 신유미 씨(34)는 “정당에 가입하거나 특정 조직에 참여하면 그 안에서 권력 관계가 생기고 특정인을 위한 조직이 된다”며 “집회에 참여해도 사람들과 저녁을 먹거나 다시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기존 정당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다. 김동건 씨(38)는 “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선 더불어민주당의 조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신 특정 정치인을 아이돌 가수처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같은 정치 성향의 집단에서 나온 비판적 지지조차 용납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서유정 씨(34)는 “문 대통령 임기 동안은 비판적 지지가 아니라 무조건적 지지를 보낼 것”이라며 “일종의 종교와 같은 믿음”이라고 말했다.
김우섭/이우상/서민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