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주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에 따른 기대로 8일 일제히 상승했다. 신 회장 복귀 후 지주사 체제 완성을 위한 계열사 재편과 각종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사업 불확실성 등으로 주가가 눌리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커진 점도 롯데그룹주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롯데그룹주 '辛바람'…사업개편·저평가 매력
롯데지주·케미칼 등 일제히 상승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지주는 1500원(2.68%) 오른 5만7500원에 마감했다. 롯데손해보험(3.87%), 롯데푸드(3.42%), 롯데케미칼(3.05%), 롯데제과(2.67%), 롯데쇼핑(0.49%)도 올랐다. 지난 5일 8개월여 만에 석방된 신 회장이 이날 업무에 복귀한 영향이란 분석이다.

신 회장이 “지배구조 선진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히면서 롯데지주가 우선 주목받고 있다. 롯데지주가 조만간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편입할 것이란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는 금융·보험업을 하는 국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어 보유 중인 금융사 지분(롯데카드 93.8%, 롯데캐피탈 25.6%)을 내년 10월까지 처분해야 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롯데지주가 금융사 지분과 추가 조달한 자금으로 롯데물산으로부터 롯데케미칼 지분을 매입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분 교환 후 롯데지주의 순자산가치가 올라가고 롯데케미칼의 주가 상승분을 롯데지주가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도 신 회장 복귀에 따른 기대주로 꼽힌다. 롯데쇼핑은 국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실 점포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윤 연구원은 “롯데는 2022년까지 전자상거래(e커머스) 사업에 3조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어서 부진한 사업 분야 조정이 절실하다”며 “신 회장이 복귀한 뒤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9월 이후 반등 종목 늘어

롯데그룹주가 대체로 저평가 구간에 있는 점도 증권가에서 반등을 기대하는 요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0.45배·12개월 선행 기준)을 비롯해 롯데제과(0.64배) 롯데케미칼(0.62배) 등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모두 1배가 안 된다. 현재 주가가 회사가 가진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할 때 가치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롯데그룹주는 중국 시장에 발을 걸쳤던 자회사들이 부진을 겪은 데다, 그룹 영업이익의 절반 정도를 내는 롯데케미칼조차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내 화학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냈다. 올초 33조원을 넘었던 롯데그룹 시가총액은 지난 8월 말 28조3630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반등하는 종목이 늘고 있다.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는 지난달 이후 각각 13.9%, 4.2% 상승했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라하트, 콜슨 등 해외 알짜 자회사를 롯데지주로부터 현물출자받으면서 수익성을 높였다. 롯데쇼핑은 지난 8월 중국 화북법인(베이징)과 화동법인(상하이) 매각을 완료했다. 매각한 중국 법인의 적자가 올 4분기부터 롯데쇼핑 실적에서 빠지면서 영업이익 개선이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4조원을 투자한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롯데는 2017년 2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가 보유한 부지를 매입해 화학단지 설계 작업에 들어갔지만 신 회장이 구속된 뒤 작업이 중단됐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PBR은 2014년 유가 급락에 따른 공포심이 지배했던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이제 달라지는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