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매달 증가하던 국내 투자자의 채권형펀드 투자액이 지난달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지자 채권값 하락을 우려한 기관투자가와 법인의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금리 상승기에 수혜를 보는 금융주펀드와 뱅크론펀드는 수익률이 반등 기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공·사모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101조6380억원(4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 93조7935억원에서 8월 말 101조8970억원으로 다섯 달 새 8.6% 커진 채권형 펀드 규모는 지난달 말 101조7416억원으로 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더니 이달 들어서도 1036억원 줄었다.

韓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채권형펀드, 슬금슬금 돈 빠져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 투자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1.72% 수익을 낸 공모형 국내 채권형펀드 수익률은 최근 한 달간 0.10% 손실을 내는 등 하락세로 돌아섰다.

4~8월 국내 채권형펀드에 돈이 몰린 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은이 지난달 1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리 인상 필요성을 내비친 위원 수가 늘어나는 등 ‘매파’적 목소리가 전 회의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쏟아지면서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사람이 늘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 3일 “미국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이며 중립금리로부터 한참 멀리 있다”고 말한 데 따라 미국의 금리인상 가속화 가능성이 커진 점도 국내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채권형펀드에 자금을 집행하기를 망설이는 기관투자가와 법인이 늘고 있다”며 “신규 집행은 미루고, 만기가 돌아온 자금은 재투자하지 않고 인출해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수요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전까지 저가매수보다는 위험관리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은행주와 보험주 등에 주로 투자해 금리 상승기에 수혜를 보는 금융주펀드 투자자는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미소짓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금융주펀드 6개에서는 지난 한 달간 112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자금은 유입되지 않고 있지만 수익률은 지난 한 달간 평균 3.40%를 기록했다. ‘삼성KODEX은행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수익률은 7.66%에 달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